더피알=김영순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방한한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과 만나 6세대(6G) 이동통신과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포함한 미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동은 양사가 지난 10여 년간 인도에서 구축해온 4G·5G 협력의 연장선으로 평가되는 만큼 두 기업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릴라이언스 지오와 함께 인도 최초의 전국 LTE망을 단독 구축했다. 5G에서도 주요 장비 공급사로 자리 잡으며 인도 통신 인프라 전환을 주도했다.
암바니 회장 부자가 방한 직후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을 찾는 것도 이러한 협력의 연속성 속에서 해석된다. 양측은 5G 장비와 6G 연구 현황을 점검하며 기술 협력의 범위를 논의할 계획이다. 인도 정부가 2030년 6G 상용화를 목표로 정책 드라이브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만남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릴라이언스 AI 데이터센터, 삼성 기술 접점 확대
업계는 이번 회동의 실질적 핵심은 AI 데이터센터 협력이라고 보고 있다.
릴라이언스그룹은 인도 구자라트주에 3GW급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며, 남동부 지역에도 추가 거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연산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데이터 흐름의 안정성, 네트워크 지연 최소화, 전력 효율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가 개발한 AI-RAN(무선망 인공지능 최적화 기술)이 협력 후보로 거론된다. AI-RAN은 기지국 운영·트래픽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품질을 자동 최적화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SDS의 데이터센터 설계·운영 경험, 삼성SDI의 대규모 ESS(에너지 저장장치) 역시 릴라이언스 인프라와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6G·AI·에너지·네트워크를 아우르는 그룹 단위 패키지 협력 모델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 협력…동맹 관계로 재정의

이번 만남의 배경에는 기술적 이해관계를 넘어 양측 총수 간 신뢰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재용 회장은 암바니 일가의 대규모 행사에 한국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대될 만큼 교류가 긴밀하다.
이 회장은 올해만 해도 엔비디아 젠슨 황 CEO, 메타 마크 저커버그 CEO, 메르세데스 벤츠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 등 글로벌 기업 리더들과 연이어 만나며 협력의 폭을 넓혀왔다.
AI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단일 기업이 모든 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신뢰 기반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경쟁력의 핵심 축이라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6G 협력은 이미 예상된 흐름이고, 실질적인 관전 지점은 AI 데이터센터 협력이 얼마나 구체화되느냐”라며 “인도는 중국 장비를 제한하고 있어 삼성에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릴라이언스의 이번 논의는 4G·5G 구축을 함께 해온 기존 관계를 AI·데이터센터·반도체·6G로 넓히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5억 명 규모의 지오 가입자 기반과 인도 정부의 기술 투자 기조를 고려할 때, 양측의 협력은 단순 공급–수요 관계를 넘어 기술 동맹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