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모든 것이 비싸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장 큰 소비 계층인 젊은 세대의 변화가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치폴레, 카바(CAVA) 같은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은 여전히 신선한 재료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Z세대의 방문 빈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14일 CBC 보도에서 토론토의 한 공대생은 “제대로 한 끼를 먹으려면 최소 15달러는 써야 한다.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외식이 편의보다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젊은 세대의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다.

캐나다 외식산업 협회인 레스토랑 캐나다(Restaurants Canada)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캐나다인 4명 중 3명이 생활비 상승으로 외식을 줄였다고 답했다. 18~34세 젊은층에서는 그 비율이 80%를 넘는다. 오랫동안 일상과 라이프스타일의 일부였던 패스트푸드·패스트캐주얼이 점차 줄일 수 있는 항목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부 체인점들은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치폴레는 올해에만 세 번 매출 전망을 낮췄다. 회사는 가장 큰 재정적 압박을 받는 연령대를 25~34세로 지목하며, 이 그룹에서 매출 둔화가 가장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맥도날드 역시 연소득 10만 달러 미만 고객의 소비 감소를 반영해 실적 전망을 조정했다. 패스트푸드가 더 이상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원인은 명확하다. 인건비와 식재료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외식 비용 전반이 상승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진 소고기 1kg 가격은 5년 전 9달러 수준에서 최근 15달러를 넘었다. 중앙은행 보고서에 패스트푸드 가격이 직접 언급될 정도다. 인플레이션, 공급망 변수, 무역 갈등 등이 겹치면서 소비자는 먼저 외식을 줄이고 있다.

업계는 이에 맞춰 가격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버거킹과 팀호튼은 ‘2개 5달러’, ‘3개 7달러’ 같은 공격적인 할인세트를 앞세우고, 타코벨은 트렌디한 음료와 소스를 유지하면서도 가격 장벽을 낮추려 한다. 설문조사에서도 18~28세는 레스토랑 선택에서 프로모션·할인을 기성세대보다 더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고 답했다. 브랜드 이미지보다 실제 가격이 우선되는 흐름이다.
반면 치폴레는 할인보다 리워드 프로그램을 유지하며 브랜드 가치를 지키려 한다. 문제는 경쟁 지형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치폴레 CEO 스콧 보트라이트(Scott Boatwright)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고객을 경쟁사가 아니라 식료품점과 집밥에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15달러로 부리또 보울 하나를 살지, 집에서 두 끼를 해결할 재료를 살지 비교하면 점점 더 많은 Z세대가 후자를 선택한다.

폭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 뒤에 놓인 구조적 요인을 짚었다.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신용카드 부채 증가, 자동차 대출 부담, 급등한 집세와 식료품 가격, 그리고 정체된 임금. 이 다섯 가지가 동시에 젊은 층을 압박하고 있다. 과거에는 조금 비싸더라도 가치 있는 한 끼로 받아들여졌던 메뉴가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대가 된 셈이다.
재정 압박은 삶의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애와 관계가 대표적이다. 금융기술기업 인튜이트(Intuit)가 지난 9월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31%가 “무료 식사를 위해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것은 경제적 불안이 젊은이들의 데이트 습관, 또는 데이트 자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데이터 포인트다.

Z세대 절반 이상이 비용 부담 때문에 데이트 횟수를 줄였다고 답했는데, 이는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56%는 예산에 민감하고, 5명 중 1명은 아예 데이트를 하지 않는다. 데이트를 하는 사람들도 ‘좋은 데이트’의 기준을 재정의한다. 집에서 요리하기, 산책, 저비용 취미 활동 등 비용이 적게 드는 선택이 늘고 있다.
돈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 Z세대는 연애 초반부터 수입·지출·저축·부채를 비교적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공동 계좌보다 각자의 재정 독립을 선호한다. ‘사랑만으로는 집세를 낼 수 없다’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재정 상태와 목표, 돈 관리 습관을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보는 비율도 높아졌다. 일부 응답자는 검소함을 긍정적인 특성으로 여긴다고 답했다. 돈은 더 이상 피해야 하는 주제가 아니라, 관계의 초반부터 다루는 요소가 되었다.
Z세대는 이제 ‘즐기는 세대’가 아니라 ‘계산하는 세대’다. 패스트푸드와 패스트캐주얼 업계는 브랜드 이미지와 공간 경험만으로 Z세대를 다시 확보하기 어렵다. 가격 정책, 프로모션 구조, 로열티 프로그램을 다시 설계하지 않으면 핵심 고객층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 끼의 가격을 두고 ‘먹고 싶은가’보다 ‘이 선택이 내 삶의 방정식에 맞느냐’를 먼저 묻는 세대가 된 만큼, 외식업과 데이트 문화, 일상 소비의 규칙도 함께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