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삼성·SK·현대차·LG, 5년간 800조 투자로 'K-제조업' 대전환

삼성 450조·SK 128조+·현대차 125조·LG 100조 등 투자
한국 제조업, ‘AI–반도체–로봇–수소’ 축으로 완전 재배치

  • 기사입력 2025.11.17 11:38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국내 주요 그룹들이 향후 5년 전후로 한국에 800조 원이 넘는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업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삼성은 평택 5라인을 포함한 450조 원 규모의 AI 반도체 인프라 확장을 내놓았고, SK는 기존 128조 원 계획에 더해 용인 공장을 중심으로 장기 600조 원 수준의 초대형 투자가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현대차그룹 역시 AI·로봇·수소에 125조2000억 원을 투입하며 사업 구조 대전환을 선언했고, LG는 100조 원 중 60조 원을 소부장에 집중해 공급망 주도권을 국내에서 되찾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계획이 아니라, 최근 통상 불확실성 해소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민관 합동회의에서 주요 총수들이 한 자리에서 국내 중심 전략을 재확인하면서 구체화된 흐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기업 총수들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기업 총수들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 투자 위축을 우려하자, 총수들은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답하며 이미 준비해온 대규모 국내 투자 카드를 일제히 꺼내들었다.

각 그룹의 투자내용을 합치면 한국 산업의 미래 지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반도체와 AI 인프라가 국가 전역에서 확장되고, 로봇·피지컬 AI가 제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올라선다. 수소 인프라는 산업용 연료에서 국가적 에너지 시스템으로 확장되며, 소부장 내재화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대응책이 된다.

이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흐름은 ‘제조–연산–소부장’이 하나의 띠처럼 국내에서 연결되는 구조다. 삼성·SK가 구축하는 AI–반도체 인프라, 현대차의 로봇·수소 생태계, LG의 소부장 내재화가 서로 다른 산업에 속해 있는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형 AI 제조국가 모델을 만들어가는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삼성, 450조 원으로 ‘AI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전 라인 업그레이드

삼성의 450조 원 투자는 평택공장 한 줄을 더 짓는 수준이 아니다. 그 핵심에는 AI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대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2단지에 5라인 골조 공사를 본격화하며, 글로벌 AI 기업들의 HBM 공급난을 국내 생산능력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평택 5라인이 가동되는 2028년 무렵이면 AI 요구 대역폭과 연산량은 지금보다 더 급격히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삼성은 그 수요를 선제적으로 받아낼 ‘국내 생산 심장부’를 구축하는 셈이다.

반도체 외 지역 투자도 촘촘히 채워져 있다. 전남에는 국가 컴퓨팅센터가 들어선다. GPU 1만 장이 넘는 대규모 연산 인프라가 배치돼, AI 트레이닝·시뮬레이션 수요를 국내에서 직접 소화하게 된다. 구미에는 또 다른 AI 데이터센터가 구축돼 서부·남부 거점까지 연결된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아산 OLED 라인을 차세대 대형 패널 중심으로 재편하고, 삼성전기는 부산에서 FC-BGA 등 고도 난도 기판 증설을 이어가며 글로벌 첨단 패키지 시장을 겨냥한다.

울산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전지 기술의 양산 기반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모든 투자는 ‘AI 시대의 생산–디스플레이–배터리–연산 인프라’를 한국에서 일관되게 묶겠다는 의도다.

SK, 반도체·AI·소부장을 잇는 ‘국가 단위 제조–연산 인프라’ 만든다

SK가 밝힌 국내 투자 규모는 기존 128조 원이지만, 실제 전략은 그 수치를 훨씬 넘어선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놓고 보더라도, 최태원 회장은 “장기적으로 600조 원 투자로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신규 팹 증설이 아니라, EUV 기반 첨단 공정과 차세대 메모리·파운드리·후공정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국내에서 완성하겠다는 목표가 깔려 있다.

SK하이닉스 한 곳만 보더라도 글로벌 HBM 시장 주도권 강화, AI 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와 차세대 메모리 라인 확장, 차세대 AI 메모리 개발을 위한 연구·파일럿 라인 구축까지 투자가 입체적으로 엮인다. 산단 조성, 공정 고도화, 신규 장비 반입까지 따라붙는 토털 투자 구조다.

AI 인프라 투자도 SK가 가장 공격적이다. 영남권에서는 AWS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AI 클라우드 연산 수요를 직접 흡수하고, 서남권에서는 오픈AI와 협력하는 또 하나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이 시설들은 단순 IDC가 아니라 AI 모델 운영·제조 AI·디지털 트윈·로보틱스 실증까지 가능한 통합형 인프라를 목표로 한다.

소부장 생태계 강화도 SK 전략의 한 축이다.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의 ‘양산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트리니티 탭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정부와 함께 8600억 원을 투입해, 소재·부품 기업들이 SK 팹과 동일한 조건에서 테스트하며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결국 SK가 국내에 구축하려는 것은 반도체 제조(용인) – AI 연산(영남·서남권) – 소부장 검증(트리니티 탭)으로 이어지는, 국가 단위의 제조-연산 생태계다.

현대차그룹, 로봇·AI·수소에 걸친 ‘신제조 삼각축’ 국내에 고정

현대차그룹의 125조2000억 원 투자는 미래 제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성격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I–로봇–수소로 이어지는 ‘신제조 삼각축’이 국내에서 동시에 구축된다는 점이다.

우선 AI 데이터센터가 마련되고, 여기에 피지컬 AI 기술을 시험·검증하는 AI Application Center가 더해진다. 로봇 부문에서는 완성품을 생산하는 공장과 로봇 파운드리가 함께 조성돼, 현대차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로보틱스 사업이 본격적인 양산 단계로 들어선다.

수소 인프라도 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현대차는 서남권에 1GW 규모의 PEM 수전해 플랜트를 추진해 수소 생산–운송–활용까지 전 주기를 국내 공급망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울산 수소 밸류체인과 연결되며, 완성차 사업과 별개로 미래 에너지 산업을 국내에서 직접 구축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기존 생산라인도 재편된다. 울산 EV 전용공장은 글로벌 전기차 전략의 허브가 되고, 화성에서는 PBV 전기차 라인업이 자리 잡는다. 아산 공장은 SDV 기반 전동화 라인으로 개편돼 기존 ICE 중심 구조가 전기·소프트웨어 중심 체제로 바뀌는 계단이 마련된다.

협력사 지원도 국내 투자 확대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현대차는 대미 통상·관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1차 협력사들의 대미 관세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국내 공급망의 체력부터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LG, 100조 원 중 60조 원을 소부장에…국내 공급망 전체적 재구성

LG는 100조 원 투자 중 무려 60조 원을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집중한다. 이는 단순한 제조 확대가 아니라, 한국 기술 기반의 근간을 다시 짜겠다는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배터리·전장·AI 등 신사업 라인은 물론이고, 소재·부품 단계에서의 자립도를 강화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의도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은 핵심 소재 국산화와 차세대 배터리 플랫폼 구현에 투자를 늘리고, LG전자는 제조현장 자동화·AI 기술을 협력사에 공유해 전체 공급망의 생산성·품질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OLED 중심 구조 전환을 통해 패널 경쟁력을 높이고, LG CNS는 AI·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전환 솔루션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한다.

구광모 회장은 “주요 생산기술의 결정적 순간에 국내 기반이 단단해야 글로벌 사업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HD현대는 향후 5년간 약 15조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해서 에너지 분야와 AI 시대 로봇 사업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투입하고, 한화그룹은 국내 조선과 방산 분야에서만 향후 5년간 1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미국 2조원, 국내 4조원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바이오 생산라인 확대와 AI 기반 원격의료 플랫폼 구축 등 신사업 전략도 함께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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