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에 ‘꼰대의 잔소리’ 좀 하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꼰대의 잔소리’ 좀 하겠습니다”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19.03.13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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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같은 스물 다른 인생’ 펴낸 이동희 국민대 교수
이동희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쏟아져나오지만 정작 청년들을 위한 현실적 조언을 보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사진: 박형재 기자

“요즘 자기계발서 많이 나와요. 근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지금 이 시대 청년들에겐 자기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행동 플랜’이 필요합니다.”

[더피알=안해준 기자] 이동희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작심하고 “‘꼰대의 잔소리’ 좀 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기업에서 실무를 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와보니 안타까운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비전’을 심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무겁고 갑갑하게 다가왔다.       

수년간 학생들을 만나면서 수많은 고민을 들었다는 이 교수는 취업 경쟁에 내몰리는 청년세대에 직언하는 기성세대가 없다고 꼬집었다. 

“인기 있는 경영서만 해도 ‘밀레니얼을 이해하라’고만 하지,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로 나갔을 때 진짜 필요로 하는 내용이 거의 없어요. 뭐 하나라도 잘못 얘기하면 ‘꼰대’ 취급 당하니까 말하기 쉽고, 듣기 편한 주제로 서로가 적당히 타협하는 거죠.”  

이 교수가 <같은 스물 다른 인생>이란 제목의 책을 쓰게 된 결정적 이유다. 감성 젖은 위로가 아닌 현실적 조언을 담고자 했다고. 기자 역시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청년의 입장에서 이 교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특이하게 ‘삼성출신 교수’ 타이틀로 20대를 위한 책을 쓰셨네요.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보면 대부분 자기 입장에서 모든 이야기를 적용하고 조언하려 해요. 또 취업컨설팅을 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성공에 대한 스킬만 가르칩니다. 한편에선 “꿈을 가져라, 생각을 바꿔라”와 같은 도덕교과서 같은 이야기만 하고요.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서 조언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래서 최대한 현실적으로 젊은이들의 행동을 바꿀 방법과 플랜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남들과 같은 방법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로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말씀하신 ‘현실적 조언’이란 게 어떤 건가요? 시중에 면접 잘 보는 법, 자기소개서 쓰는 법과 같은 팁은 많잖아요. 

그런 것도 오로지 취업을 위한 스킬이죠. 직장을 구하는 것이 목적인 해결법이에요. 저는 제가 다닌 삼성이라는 기업에서 실제로 적용한 기업문화와 제도를 각자의 상황에 맞게 활용하고 본인이 가야하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예를 들어 자신만의 7·4제(7시에 출근해 4시에 퇴근. 90년대 삼성이 경영혁신을 도모하며 시행한 제도)를 실행해보는 것도 좋아요. 그런 식으로 내 호흡대로 라이프스타일을 다르게 가져가는 연습을 하는 거죠. 삼성이 도입한 제도라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생활 속에서 자기 스타일대로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는 것도, 쉬는 동안 여행 계획을 짜보는 것도 나만의 7·4제를 행동으로 옮기는 방법이에요.

책에서 정신 없이 대학생활 하는 청년들을 위한 포트폴리오 플랜도 짜봤어요. 요즘 대학생은 정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해야 하잖아요. 조별과제에 대외활동은 물론이고 취업을 위한 스펙도 틈틈이 준비해야 하죠. 여기에 학점관리도 하려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길을 정할 시간과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1학년부터 졸업까지 단계별로 어떤 경험과 활동을 하면 도움이 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좋은 내용이지만 처음부터 그 많은 경험을 다 하기는 무리일 것 같아요. 그 중에서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활동과 경험을 추천해 주신다면.

기자님도 알다시피 지금 대학생들은 할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일단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대단한 계획을 실행할 필요는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 책이나 커피 한 잔을 하는 것도 좋아요.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연습을 대학생 때부터 해보는 겁니다. 그런 행동 변화가 취업에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다양한 시각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작은 것부터라도 행동으로 옮겨 보는 것이 중요해요.

제가 아는 한 젊은 친구는 매월 100원씩 후원 받아 병원을 짓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100원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죠. 하지만 그 친구는 이 캠페인을 통해 지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라도 행동을 바꾸면 생각과 진로의 방향이 변화할 수 있어요.

또 하나는 자신의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의 활동을 연계해 경험해 보는 겁니다. 이를 융합 활동이라고 하는데요. 동아리 활동과 같이 전혀 다른 전공의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면서 새로운 시각과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쿠팡의 김범석 사장은 20세에 하버드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잡지사를 창업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한 덕분에 지금의 쿠팡을 만들게 됐죠.

이 외에도 방학 기간을 활용해 현장 실습이나 인턴십 등을 통해 짧게나마 진로에 대해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좋아요. 하나씩 해본다는 생각으로 시도해봤으면 합니다.

한국인 하나 없는 곳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방법이에요. 워킹홀리데이를 가란 말이 아닙니다. 생소한 경험과 휴식은 많은 생각과 시각을 넓혀줄 기회가 되기에 그런 기회를 잡으라는 것이죠. 

삼성을 예로 드셨는데, 사실 삼성은 입사조차 힘든 상위 1% 기업입니다. 교수님께서 삼성 시절 경험한 이야기들이 어떤 측면에선 학생들에게 심리적 거리감을 불러일으킬 것도 같아요. 

네, 맞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보기에 삼성은 상위 1% 초일류 기업입니다. 입사도 쉽지 않고요. 실제로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몇몇 사람들에게 삼성 이야기로 청년들 공감을 살 수 있겠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저는 삼성에서 적용한 성공방정식 중에서 분명 청년들에게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봤어요. 직접 실무 현장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의 고민을 여러 경로로 듣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삼성에서 활용하는 것 중 정말 도움 될만한 내용을 뽑아 정리했습니다. 

이동희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하고 1983년 삼성그룹 공채로 삼성전관에 입사했다. 컴퓨터사업부 시스템 엔지니어를 시작으로 기획 해외마케팅, 제조영업을 경험했다. 삼성SDS에서는 금융개발팀장, 영업지원실장, 아웃소싱영업, 해외사업부장, 마케팅홍보 팀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서강대에서 MBA를 취득하고, 국민대에서 경영혁신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펜타크리드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는 국민대 경영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동희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하고 1983년 삼성그룹 공채로 삼성전관에 입사했다. 컴퓨터사업부 시스템 엔지니어를 시작으로 기획 해외마케팅, 제조영업을 경험했다. 삼성SDS에서는 금융개발팀장, 영업지원실장, 아웃소싱영업, 해외사업부장, 마케팅홍보 팀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서강대에서 MBA를 취득하고, 국민대에서 경영혁신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펜타크리드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는 국민대 경영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기업 현장을 떠나 학계에서 청년들을 봤을 때 어떤 점에서 가장 다르게 느껴지셨나요? 

아시다시피 요즘 친구들은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갈 만한 직장이 없다는 사실에 힘들어 해요. 높은 연봉과 복지가 좋은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중소기업에 들어가자니 대우가 좋지 않을 거란 인식이 있어 망설이게 됩니다. 계속 고민과 걱정의 연속인 학생들의 고충이 보여요.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을까? 실패하면 어쩌지’ 하며 전전긍긍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하지만 걱정이 많아지면 좋은 선택도 하지 못하게 돼요. 이럴 땐 일단 먼저 행동에 옮겨서 경험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좋은 선택도 고민과 걱정에 싸여 있다보면 결국 타이밍을 놓치게 됩니다.

제 주변을 보면 요즘 유튜버 하려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직업으로 삼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것도 도전이 될 수 있겠네요. 

그럼요. 유튜브라는 대세 트렌드를 활용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봅니다. 다만 무작정 유튜브에 뛰어드는 건 좋지 않아요. 현재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그냥 활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이면 음식, 게임이면 게임 등 각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띠고 있어요. 흐름을 따라가는 건 좋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의 내공을 쌓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깊은 뜻을 받아들이는 건 결국 독자들 몫이겠죠.(웃음) 많은 20대들이 책을 통해 각자가 필요한 포인트를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더 준비하는 게 있으신가요?

더 깊고 세밀한 내용을 준비해 대학 강의나 토론으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싶어요. 사실 책만 읽는 건 한계가 있어요. 요즘 친구들이 긴 텍스트를 많이 읽지도 않고요. 이 책을 토대로 더 많은 학생이 행동에서부터 변화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춰 밀착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정말 똑똑하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만 제시해줘도 잘 해낼 겁니다. 그 방향을 가이드하는 것이 저와 같은 기성세대가 할 역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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