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 역시 PR인이어서 인사드리는 게 무척 반갑습니다. 저는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기자 생활을 한 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 PRN 부사장과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실장(전무이사)을 지낸, 요즘 말하는 ‘찐’ PR인입니다.
5년여 전 홍보회사 임원을 그만둔 뒤에는 여러 온라인 매체에 글을 쓰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은퇴 후의 삶. 제가 젊을 때 그리던 모습과는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날마다 새롭게 부닥치는 생활이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론 신기한 면도 있습니다. 물론 예기치 않은 사태에 직면해 다소 혼란스러운 일도 생기고, 남은 생이 20년 혹은 30년이라고 생각하니 ‘멘붕’에 빠질 때도 있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고민하면 뭐합니까. 그야말로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에 충실하라) 아닙니까.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플랜을 짜는 게 현명한 처사입니다. 날마다 일어나는 새로운 풍경들에 대해 여러 가지 재미난 이야기를 엮어서 들려드릴까 합니다.

“내가 70 노인과 같이 살 줄은 몰랐네.” 어느 날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툭 내뱉은 말입니다. 속으로 되뇌일 말이었지만 아내도 환갑을 2년 넘기니 뇌의 인지 능력이 떨어졌는지 한 번씩 엉뚱한 소리를 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그럼 내가 곧 칠순인데, 죽으란 말인가?”
물론 아내가 제가 죽기를 바라서 한 말은 결코 아니죠. 평생 작은 못 하나 못 박는 사람이 내가 없으면 얼마나 불편한데, 그럴 말을 입에 담을 리가 없습니다.
어느 날 문득 생각하니 남편이 칠순 영감이 된 게 너무 허망해 신세 한탄조로 한 말일 겁니다. 아내는 나보다 일곱 살이나 적습니다. 결혼 초부터 ‘나이 많은 아저씨와 산다’고 투덜댔는데, 작은 불만들이 쌓여 저의 칠순을 몇 달 앞두고 폭발했다고나 할까요. 어릴 때부터 ‘칠순 노인’은 꼬부랑 할배를 상징하는 나이 아니었습니까.
다들 어릴 때를 돌이켜보세요. 환갑 잔치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정말 얼마나 늙어 보였습니까. 실제로 1960년대 한국인 평균 수명은 51세가 안 됩니다. 1980년대 이후 잘살게 되면서 영양 섭취가 원활하고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 ‘100세 장수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죠.
평균 수명이 늘어난 데는 각종 암을 웬만큼 극복하게 됐고, 고혈압 약을 비롯한 각종 약제가 개발된 게 큽니다. 특히 고혈압 약은 평균 수명을 20년이나 늘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어릴 때 수시로 듣던 말인데 40대에 고혈압으로 쓰러진 어르신들이 많지 않았습니까? 이제 고혈압은 약을 꾸준히 먹고 마음을 잘 다스리면 장수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우리 나이로 70인 칠순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니 정말 이상하긴 이상합니다. 아직 정신과 육체는 멀쩡한데 어릴 때 ‘꼰대 중의 꼰대’로 여긴 70 노인이 됐으니 말입니다. 물론 요즘 나이 계산은 ‘자신 나이 × 0.7’을 해야 한다고 하니 49세로 쉰 살도 안 된 셈이지만, 하여간 생물적 나이는 70 아닙니까.
102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쟨 몸이 약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스무 살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수시로 듣고 자랐답니다. 그런데 1920년생인 그가 100세 장수를 넘어 현재도 특강을 다니고 신문에 기고 활동을 하시니 남다른 장수 DNA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 교수님과 같은 해에 태어났고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故 안병욱 교수님은 생전에 오래 살려면 ‘일+여행+연애’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김 교수님은 세 가지 조건 중 두 가지를 충족하며 사십니다. 그는 요즘도 현역 때 못지않게 강의하고 신문·잡지에 글을 쓰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행? 이건 자동적으로 실천하고 계시죠. 전국 지자체에서 특강 요청이 오면 어디든 달려가신다 하니 여행은 저절로 즐기고 계십니다. 연애 한 가지가 빠졌습니다만 ‘일+여행’ 두 가지에 열중하고 계시니 장수하는 데 전혀 문제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나이 들어서도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연애를 할 수 있다면 그런 행운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조강지처’(糟糠之妻)를 두고 애인을 잘못 만들었다가는 말년에 망신당할 수도 있으니 ‘애인 만들기’는 엄두를 내지 않는 게 현명합니다.
하여간 100세 장수를 위해 ‘일+여행’ 두 가지에 빠져보십시오. 저는 은퇴 후에도 열심히 글을 쓰다 보니 여러 군데서 기고 요청이 와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기분입니다. 여행은 딸아이가 조만간 결혼하면 아내와 다닐 예정이니 ‘장수 요건’은 갖춰가는 셈입니다.
은퇴 후 일이 없다면? 외국어와 악기 배우기 등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보십시오. 요즘 유행인 ‘한 달 살기’ 계획을 세워 전국을 두루 다녀보십시오. 그게 100세 장수 비결이 아닐까요.
이 칼럼에서는 PR 은퇴인들의 다양한 삶, 즉 치매를 예방하는 건강한 노후, 책 출판, 아내와 잘 지내는 법, 홍보 OB 모임의 재미난 뒷이야기, 재산 관리, 부모 유산 잘 나누기 등을 다채롭게 다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