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신아연의 뷰스] 1인 가구 시대의 ‘개엄마’

사랑이 깊어질수록 학대가 되니 얼마나 서글프고 빗나간 일인가

  • 기사입력 2023.03.06 08:00
  • 기자명 신아연

[더피알타임스=신아연]

“결혼 안 한 여자들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은?”

얼마 전 지인 모임에서 나온 말이다. 정답은 개란다. 지위를 높여 고상하게 말하자면 반려견.

일전에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한 여성이 생각났다. 커리어를 쌓고 자리를 잡은 후 문득 뒤돌아보니 어느새 40 목전에 동그마니 남겨져 있더라고. 결국 결혼을 포기하고 강아지 한 마리를 사서 1인 가구 대열에 동참했단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이 30%를 훌쩍 넘었다. 1인 가구 700만 시대다. 가파르고 폭발적인 증가세다.

중년 이후 배우자와 이혼이나 사별 후 자녀들마저 따로 떨어져 지내는 중장노년층의 부득이한 1인 가구는 논외로 하자. 아예 결혼하지 않은 채 혼자 사는 젊은 사람들의 자발적, 선택적 1인 가구가 우울하고 걱정스럽다.

결혼이야말로 개인의 선택이라는 데야 할 말 없다. 결혼을 안 하니 신생아 울음소리가 뚝 끊겨 인구 절벽이 코앞이라고 한숨 쉬어 봤자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결혼도 안 하는 판에 출산을 바란다는 건 언감생심이니.

그런데 결혼에 혼수품 장만하듯 비혼 필수품으로 개가 딸려 온다는 게 의아하다. 솔직히 의아할 것도 없지만. 외롭다는 반증이니까.

“외로워 외로워서 못살겠어요/ 하늘과 땅 사이에 나 혼자/ 사랑을 잊지 못해 애타는 마음/ 대답 없는 메아리 허공에 지네~~”

옛 유행가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노래 제목처럼 ‘사랑의 종말’ 시대다. 연애하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즉 사랑하지 않고 혼자만 잘 살면, 아니 개하고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혼자 살면 편하다. 거추장스럽고 걸리적거리는 것도 없다. 더러는 재밌다. 돈이 넉넉하다면. 하지만 행복하진 않다.

혼자 사는 데 행복하다는 사람은 ‘인간의 조건’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인간은 결코 혼자서 행복할 수 없다. 나아가 ‘찐행복’은 책임과 헌신 있는 사랑에서 온다. 이건 관계적 본능이다.

그래서 대신 개를 키우는 것 아닌가. 개에게 헌신하며 행복을 느껴보려고.

그런데 이게 갈수록 수상쩍다. 잘 먹이는 것까진 뭐라 않겠다. 하지만 개 옷값에 수십만 원을 쓴다는 건 많이 이상한 것 아닌가. 언제 개가 옷 입혀 달랬나. 단언컨대 그건 학대다. 순전히 나 좋자고 하는 짓이니까. 사랑한다면 옷을 벗겨라.

개도 ‘개엄마’도 애처롭고 난감하다. 반려견을 넘어 이제는 개를 자식으로 여기는 데까지 갔다. 누군가엔가 헌신적 사랑을 하고 싶어서. 그건 본능이기에.

그런데 그 사랑이 깊어질수록 학대가 되고 마니 얼마나 서글프고 빗나간 일인가. 1인 가구 시대, 덩달아 개가 수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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