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쿠팡, 자신을 ‘다윗’이라 생각하는 유통공룡

[블랙박스 in THE PR] 이커머스 납품 수수료 진실공방

입점업체에 물어보니, 보도는 과장…입장자료 허술한 포인트 있어
한 경제신문의 “쿠팡, 수수료 45% 떼어간다” 충격적 보도로 시작
쿠팡 측 “업계 최저 수준 수수료”라며 경쟁사 비교자료 제시
11번가 “왜곡 자료 부당광고” 공정위 신고에 쿠팡 측 재반박

  • 기사입력 2024.01.17 08:00
  • 최종수정 2024.01.25 10:27
  • 기자명 김민지, 한민철 기자
사진=쿠팡
사진=쿠팡

더피알=김민지·한민철 기자 |유통 공룡 쿠팡의 판매 수수료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거칠게 전개되고 있다. 쏟아지는 보도에 소비자와 유통업 종사자들이 혼란을 겪는 사이, 쿠팡의 입장 자료에서 드러나는 자기인식이 여전히 유통재벌이라는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쯤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한 입점업체로부터 판매가 45%에 달하는 수수료를 떼는 등 타 업체 대비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보도, 그에 대한 쿠팡의 반박, 그리고 반박에 제시된 타사 자료에 대한 11번가 측의 허위 부당광고 공정위 신고, 신고에 대한 재반박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각 플레이어들 사이의 공방을 경마중계식으로 전하기 급급한 가운데 실제 상황은 어떠한지, 현재 책정·집행되는 이커머스업계의 판매 수수료는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해 차분하게 짚어보는 보도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쿠팡 “45%는 허위, 업계 최저 수준”

발단은 지난 2일 한 경제신문의 보도였다. 쿠팡이 어떤 입점업체로부터 판매가의 45%를 수수료 명목으로 뗀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해당 기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발표 자료를 근거로 쿠팡이 특약 매입·위수탁 기준에서 다른 업체에 비해 수수료가 높다는 점을 조명했다.

이 기사에 대해 쿠팡은 이튿날인 3일 “45%를 떼어간다는 주장은 허위사실이며, 쿠팡의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반박 성명을 내며 정정보도 청구를 포함한 법적조치를 즉시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반발 보도자료의 첫 문장은 “허위사실로 재벌유통사를 비호하고 쿠팡의 혁신을 폄훼하는 언론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합니다”였다.

쿠팡은 반박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주요 오픈마켓 최대 판매수수료 비교 자료를 제시했다. 각 사가 공시하고 있는 수치를 기반으로 쿠팡은 최대 판매수수료로 10.9%를, SK 11번가는 20%, 신세계(G마켓, 옥션)는 15%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이 자료에서 “신세계의 수수료는 쿠팡 보다 38% 높다”면서 첫 보도를 낸 경제신문이 G마켓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도한 같은날 다른 기사에 대해 “수수료가 더 높은 신세계가 쿠팡 보다 소상공인을 더 우대하고 있다고 왜곡 보도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억울하고 다급한 11번가의 반박

쿠팡의 반박으로부터 2주 뒤인 16일, 11번가는 쿠팡을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쿠팡이 정면으로 겨냥한 신세계가 아니라 한마디 걸쳐 언급된 수준인 11번가에서 나선 것이다.

모기업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로 인해 강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 배경으로 눈에 들어온다. ‘올해 오픈마켓 흑자를 달성하고 2025년에 실적 턴어라운드 달성’이라는 11번가의 자립 구상은 더 절실한 상황임을 뜻한다는 말이다.

11번가 측은 “쿠팡이 자사의 수수료가 낮다는 주장을 위해 유리한 기준에 맞춰 비교·명시한 부당 광고로 고객들에 오인의 소지를 줬다”고 이번 신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11번가 측은 쿠팡의 이 같은 주장이 자사의 전체 판매수수료가 쿠팡에 비해 과하게 높은 것처럼 왜곡될 수 있다며, 이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11번가의 전체적인 판매수수료가 높다’라는 오인의 소지를 제공함으로써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을 금지는 전자상거래법 제21조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11번가의 발표에 쿠팡은 즉각 재반박에 나섰다. 같은 날 쿠팡은 입장문을 통해 “‘최대 판매 수수료’라는 기준을 명확히 명시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모두 각 사의 공시된 자료를 기초로 작성했다"고 강조했다. 

쿠팡 수수료 높다? 과장된 부분 있어

수수료 논란에 대해 일각에서는 온라인 쇼핑몰 수수료의 구조적 특징을 들며 쿠팡이 타 업체보다 수수료가 높다고 할 수 없다며 의문을 품었다.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한 업체는 “로켓배송이나 광고비 등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을 따지면 실질 수수료가 올라갈 수 있는 있지만 득실을 따져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큼을 계약한다”며 “이를 쿠팡에서 강요하지 않으며 45% 가까이 되는 수수료를 지불하는 업체는 드물다”고 말했다.

또한 쿠팡 관계자는 “직매입의 경우 정해져 있는 매입가로 사들여 환불, 고객 케어, 배송을 지원하는 것으로 수수료 개념이 다르다”고 차이점을 구분했다. 쿠팡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0일 ‘쿠팡의 로켓배송은 수수료가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대형유통업체 판매수수료율 등 유통거래 실태조사 결과’에서 쿠팡의 실질 수수료율을 27.5%,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는 각각 18.5%, 18.0%, 16.6%, SSG닷컴은 9.1%로 추산했다. 직매입거래는 제외됐으며 특약매입·위수탁·임대을 거래를 기반으로 집계된 수치다.

이중 쿠팡의 경우 판매수수료율을 산정하는 특약매입 거래 비중은 8.5%이고 91.5%가 직매입에 해당한다. 쿠팡이 운용하는 특약매입은 쿠팡이 납품업체의 상품을 직접 보관·배송하는 서비스가 포함됐다고 명시돼 있어 차이점을 고려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쿠팡은 3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쿠팡이 수수료 45%를 떼어간다'는 주장이 허위사실이고 쿠팡의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으로 최대 10.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사진=쿠팡 뉴스룸

그렇다고 ‘업계 최저 수준’이라기엔…맹점 존재

다만 쿠팡이 제시한 최대 판매수수료 자료와 별개로 판단할 변수들이 존재한다. 각 업체의 오픈마켓 최대 수수료에 제품 카테고리별 그 수치가 다르다는 점은 반영되지 않았다.

더피알 취재 결과 쿠팡은 4~10.9%의 판매 수수료를, 11번가는 7~20%, G마켓·옥션은 상품권을 제외하고 3~15%로 제품군별로 차이가 있다. 또한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11번가와 G마켓·옥션과 달리 쿠팡은 포함되지 않아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11번가는 언론에 “쿠팡이 밝힌 명목 수수료 20%는 11번가의 전체 185개 상품 카테고리 중 단 3개에 한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오픈마켓 수수료를 비교하려면 평균 수수료를 비교해야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최대 수수료를 비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의 포인트들

3일자 첫 반박 보도자료에서 쿠팡은 “재벌유통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쿠팡의 전체 유통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어서 “그간 재벌유통사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쿠팡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폄훼해왔고, 명백히 사실을 왜곡한 해당 기사 역시 재벌유통사의 쿠팡에 대한 공격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문장을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혁신 경쟁이 아니라 기득권 카르텔과 거짓에 기반한 반칙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되어선 안될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경쟁사들을 ‘재벌유통사’라는 카테고리로 묶고, 윤석열 정부가 즐겨 사용하는 ‘기득권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의도에 대해서는 각자의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유통시장 점유율 4%’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초 자료 제공자인 유로모니터 측의 입장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쿠팡이 유로모니터를 인용해 제시한 시장 점유율은 유로모니터의 공식 데이터가 아니다 
△602조원은 리테일·외식·여행 등 3개 카테고리 한국의 소매판매액을 합한 금액이지, 유통시장 규모로 발표한 적 없다
△국내 유통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402조원(세액 제외)으로 온라인 및 오프라인 채널 판매액을 모두 합산해 추산한 금액이며 해당 기준으로 보면 신세계 점유율은 13.4%, 쿠팡은 9.8%로 점유율이 더 커진다

한편 쿠팡은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쿠팡과 LG생활건강이 4년 9개월 만에 다시 손잡았다”며 “이제 쿠팡 고객들은 엘라스틴, 페리오, 코카콜라, CNP 등 LG생활건강 상품들을 다시 로켓배송으로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자료에 언급되지 않은 4년 9개월 전(2019년)의 결별 원인은 최저가 납품 요구로 양사간 납품 협상이 결렬돼 직거래가 중단되고 LG생건이 쿠팡을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던 일이다.

공정위는 2021년 쿠팡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고 쿠팡이 제기한 취소 소송 판결 예정일이 1월 18일이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