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최현준 기자|정부가 석유화학 업계에 ‘속도전’을 주문하며, 산업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기업들의 자율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가 압박 수위를 높이며 구조조정 속도를 재촉하자, 기업 간 이해득실이 얽힌 구조조정 협상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구조조정안 요구’...석화업계, 정부 압박에 속도 주문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며 속도전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업계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빨리 현실로 드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울산화학산업단지를 방문해 빠른 구조조정 계획안을 주문했다.
김 장관은 "기업 간 진행 중인 협의에 속도를 내 사업재편 계획을 빠르게 마련해달라"며 "정부도 맞춤형 패키지 지원방안을 마련해 기업의 사업재편계획 이행을 위해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정부는 국내 전체 NCC 용량 1470만톤 중 18~25%에 해당하는 270만~370만톤을 기업들이 자율 감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기업 간의 통폐합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정부가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구조조정 방안을 작성해 제출하라는 가이드라인에 이어 비공개 설명회도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문서 양식과 어떤 방식으로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는 안내가 담겼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시기를 정해서 언제까지 제출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 "아직 업계에서 정해진 소식이 없다 보니 속도를 내라는 일종의 신호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업계는 한 달간 석유화학 업체가 보유한 NCC 설비를 정유사에 넘기고 석유화학 업체는 2차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의 수직 계열화 및 통합을 논의했다.
LG화학(여수)과 GS칼텍스가 NCC 통폐합을 협의 중이며,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간 설비 통합 논의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산석화단지에서도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가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실제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각사의 이익 측면이 우선시되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분석이다. 정유사 입장에선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는 부담이 존재하고, 화학 기업 입장은 최대한 제값을 책정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울산의 경우, 샤힌 프로젝트로 난항이 예상된다. 에쓰오일(S-Oil)이 9조2580억 원을 투자해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감축안에 샤힌 프로젝트가 포함됐는가를 두고 이견을 보인다. 업계는 포함하고 있다고 말하는 반면, 에쓰오일은 완공되지 않은 공장을 감축안에 포함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산이나 여수 쪽은 이미 이야기 나온 부분에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있으나 윗선의 의사결정까지 진행되려면 한참 걸릴 것"이라며 "울산은 아직 샤힌 프로젝트가 짓고 있는 단계라 말들이 나오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공정위, ‘기업결합 신속 심사’...위기의 석화 업계 사업재편 지원 약속
공정위는 23일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들과 신속한 기업결합 심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재편 논의와 관련해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히 심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위는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속도감 있게 책임 있는 자구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은 기업결합 심사 역량을 우선적으로 투입해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점을 명확히했다.

다만 공정위는 석유화학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도 당부했다. 기업결합 심사는 시장의 경쟁 상황, 상품의 특성 및 거래구조 등 복잡한 내용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석유화학산업은 다른 산업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검토해야 할 내용이 더욱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공정위는 사전컨설팅, 임의적 사전심사 등 기업결합 심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여러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했다. 또한 석유화학 기업들이 이를 최대한 활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전컨설팅 제도는 기업들이 기업결합 신고 전 자료제출 범위 등에 대해 공정위와 사전협의하는 제도로, 임의적 사전심사 제도는 기업들이 본계약 체결 전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을 미리 심사받을 수 있도록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정위는 석유화학 업계와 직접 소통채널을 유지하면서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기업결합을 신속히 심사하기 위한 빈틈 없는 준비 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