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은 안보이고 전지현만 보이는 ‘전지현 광고’
제품은 안보이고 전지현만 보이는 ‘전지현 광고’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3.06.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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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막론 줄잡아 10여개 광고 출연…불분명한 광고 콘셉트, 톱모델 의존도 키워

“틀면 나온다. 꼭 수도꼭지 같다.” 한 네티즌이 전지현의 잦은 광고 출연을 빗대어 인터넷 카페에 써놓은 말이다. 이 네티즌의 말처럼 실제로 TV를 ‘틀면’ 나올 정도로 전지현은 거의 모든 분야의 광고를 줄줄이 꿰차며 ‘CF퀸’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광고 속 브랜드나 메시지는 실종되고 전지현 얼굴만 보이는 광고, 대체 제대로 된 광고 효과는 있는 것일까?

[더피알=서영길 기자] 전지현은 결혼을 하며 오히려 광고 모델로서 주가가 수직 상승한 케이스다. 2001년 ‘엽기적인 그녀’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했던 전지현은 지난해 4월 결혼 후 출연한 ‘도둑들’이 1000만 관객을 훌쩍 뛰어넘으며 다시 한 번 톱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도둑들에서 전지현은 그의 ‘전매특허’인 섹시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연기를 선보여 건재함을 과시했고, 이어 올해엔 ‘베를린’을 통해 비련의 여주인공 역을 소화하며 섹시미와 청순미를 두루 갖춘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 전지현이 출연 중인 (사진 왼쪽부터)대박, 드롭탑, 홍초 광고 화보.

이렇듯 단 두 편의 영화를 통해 만들어진 전지현의 이미지는 최근 광고에서 유감없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전지현이 나오는 광고는 분야도 각지각색으로 개수만 해도 줄잡아 10개가 넘을 정도다. 과자(도도한나초), 라면(컵누들), 화장품(한율·일리), 음료(홍초), 커피(드롭탑), 술(대박), 주방용품(휘슬러), 냉장고(지펠), 스포츠용품(리복), 소셜커머스(쿠팡) 등 전지현은 국내 광고계를 ‘올킬’ 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상에선 한 때 유행하던 ‘이영애의 하루’를 따라한 ‘전지현의 하루’ 패러디도 등장했다. 내용을 보면 아침에 일어난 전지현이 스포츠용품을 입고 유연성을 위해 홍초를 마시며 운동을 하고, 샤워 후 보습을 위해 바디로션을 몸에 발라준 후, 모닝 커피를 즐긴 다음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넣으며 저녁은 부담 없이 컵라면을 먹고, 친구들과 나초에 막걸리 한 잔을 마시러 간다는 식이다. 이어 ‘나는 오늘도 꽤 잘 삽니다’로 패러디는 끝을 맺는다.

TV 틀면 나오는 전지현 광고…‘전지현 하루’ 패러디도 등장

하지만 이같은 마구잡이식 광고 출연으로 인해 전지현이 ‘어느 브랜드의 무엇을 광고했는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전지현 광고와 관련된 온라인 기사에는 이같은 댓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전지현 광고를 보고 있으면 ‘오!’라는 느낌보다 ‘아...(또야)’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는 의견을 내는가 하면, 또 다른 네티즌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도 드러나지 않는데 뭐하러 전지현만 주구장창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이처럼 최근 온에어 되고 있는 전지현 광고 대부분이 비슷한 콘셉트와 비슷한 소구 방법을 택하며, 광고 본연의 목적인 제품·브랜드 홍보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많다. 제품이나 브랜드 홍보는 사라지고 전지현만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전지현 홍보광고’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냉장고, 화장품 등 주로 여성을 타깃으로 한 광고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진다. 전지현의 청초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그녀의 잔잔한 내레이션이 가미된 광고 콘셉트는 전지현이 출연한 많은 광고에서 수시로 차용되며 ‘그 밥에 그 나물 같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같은 유명인들의 겹치기 광고출연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세 연예인만 골라 손쉽게 소비자에게 어필하려 하는 기업(광고주)들의 안일함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최창원 이노션 차장은 유명인들의 겹치기 광고출연에 대해 “연예인은 기억에 남는데, 브랜드는 남지 않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최 차장은 “최근 광고를 보면 유명인과 브랜드가 같이 윈-윈 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야 하는데, 몇몇 유명인들의 겹치기 출연이 잦아지며 유명인과 브랜드의 강력한 연결고리 형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모델로 내세운 유명인의 이미지를 자사 브랜드 자산으로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전지현을 모델로 한 지펠(사진 위)과 쿠팡 tv광고.

“불분명한 광고전략, 모델 의존도 키워…광고계 고질적 병폐”

그는 이른바 ‘전지현류 광고’를 예를 들어 “전지현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광고에 차용하려는 이같은 광고에는 문제가 있다”며 “그의 이미지를 자사 브랜드에 맞도록 연구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런 문제들이 현실적으로 당장 개선되기는 어렵겠지만, 기업들이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없이 유명인들의 인기에 편승해 단기 판매율만 올리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유명인들의 과도한 광고 중복출연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복출연을 하는 유명인들은 대체로 성격이 다른 브랜드나 제품 광고에 동시에 출연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결과적으로 광고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광고 전략이 분명하면 모델에 연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 광고는 빠른 시일내에 주목도를 높이려 톱모델에만 의존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광고계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라고 일침했다.

이 교수는 또 광고주들의 빈번한 광고대행사 교체도 문제 삼았다. 잦은 대행사 교체는 콘셉트 부재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결국 광고 모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자신의 브랜드가 갖고 있는 성격, 이미지 등을 고려해 그에 부합하는 모델로 선정하려는 노력과 함께, 광고 콘셉트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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