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전면 시행…물음표는 여전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물음표는 여전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4.11.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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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단통법’ 우려, 소비자들 책 외면 가능성도

모든 도서의 할인율을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가 21일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도서정가제는 출판물의 과도한 가격 경쟁을 막아 건전한 출판 유통구조 확립을 꾀하려는 제도지만, 시장에서는 책값이 오히려 인상될거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관련기사: 도서정가제 덕분에 ‘미생’ 날개 달았다) 도서정가제 도입이 정부의 바람대로 출판시장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자료사진) 큰 폭의 할인을 하는 서점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재호)은 이날 도서정가제 시행과 관련해 면밀한 시장 감시에 나섰다.

김일환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장은 “도서시장 합동모니터링 체제를 운영해 관찰된 도서시장 변화 추이를 정책 참고사항으로 반영해나갈 것”이라며 “건강한 출판문화산업 조성과 소비자의 우수도서 선택권 기회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정가제는 할인폭을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기존 19%였던 할인율이 15%(현금 할인 10% 이내 + 마일리지) 이내로 묶인다.

예외 종이었던 발행한 지 18개월이 넘은 구간, 실용서, 초등생 학습참고서, 도서관 공급도서도 도서정가제의 틀 안으로 끌어들였다. 무제한 할인이 가능했던 구간은 재정가를 통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게 했다.

할인될 것을 고려해 애초 비싸게 책정한 책값의 거품을 빼겠다는 취지다. 할인 경쟁에 뛰어들지 못해 도태되는 중소 출판사와 지역 서점에 숨을 불어넣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기대도 담았다.

법안에는 이후 출판·유통계와의 추가 협의를 통해 ▲중고 도서 범위에 기증 도서 제외 ▲간행물 판매자 범위에 판매 중개자(오픈마켓) 명시 등도 포함됐다. 도서정가제 위반 과태료 상향 조정(100만원에서 300만원)은 추가 시행령 개정에 포함하기로 했다. 과태료를 위반 건수마다 적용해 법안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모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제2의 단통법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관련기사:  ‘대란’ 일으킨 단통법…누리꾼 과반이 “잘못됐다”) 할인폭이 줄어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는 책을 소비자들이 더 외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려의 이유가 될법한 조사 결과들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개정된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도서 한 권당 평균 가격이 현재 1만4678원에서 약 220원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법안 시행을 앞두고 재고 떨이를 위해 진행된 ‘최대 90%할인’ ‘책 990원’과 같은 할인 행사를 경험했던 소비자가 느낄 체감 가격은 더 높을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도서정가제가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기존의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도서가격 상승을 불러와 소비자후생 손실이 커진다는 것이다.

지역 서점을 되살린다는 취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할인폭 제한으로 도서 가격 차이가 없더라도 온라인 서점은 여전히 무료 배송과 카드사 할인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다.

도서관 공급도서가 도서정가제에 포함되면서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비 부담도 늘었다. 예산이 동일하다면, 도서 구입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년도 우수도서보급사업에 142억원의 예산을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올해 152억원에서 10억원 줄어든 규모다.

정부는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출판시장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어느 정책이든 완벽한 정책이 있을 수는 없다. 시행 단계에서 약간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많은 이해관계가 있다. 창작자, 출판계, 서점, 소비자 등 네 행위자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된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폭탄세일이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그동안 가격 거품이 많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시행 후 도서 가격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정될 것으로 본다. 출판, 서점, 유통 생태계가 착한 가격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합리적인 선택 기회 제공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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