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인들, 데이터저널리즘 감 익혀야”
“PR인들, 데이터저널리즘 감 익혀야”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06.03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

[더피알=강미혜 기자] 김장열 미국 콜로라대주립대 교수가 코콤포터노벨리 20주년을 맞아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PR 이론과 실무, 국내외 현황을 잘 아는 김 교수를 만나 국내 PR 현주소와 글로벌 동향을 물었다. 그는 데이저널리즘에 주목하며 “PR하는 사람은 테크노롤지를 통해 구현되는 변화에 대한 감(感)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장열 교수는... 코콤포터노벨리 창업자다. 미국 플로리다대 매스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인 최초 미국 pr협회 공인 pr 전문가(apr) 자격증을 획득했다. 현재 콜로라도주립대 저널리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사진: 성혜련 기자


PR에서 위기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습니다. 위기관리를 논하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 경우 오너체제라는 특수성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전략적 대응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실제 오너리스크로 인한 기업의 위기는 커뮤니케이션팀을 비롯해 실무 선에서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우리나라는 유교문화, 군대문화를 기반으로 주인이 싫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는 의식이 아직도 존재합니다.

기업 경영에서 오너가 3~4대에 이어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려 하다 보니 경영자로서 자질 검증이 안됐거나,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이 회사를 맡아서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고요. 즉, (오너리스크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서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입니다. (관련기사: ‘오너리스크’, 총수의 경직된 태도부터 고쳐야)

다만 지적할 점은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뭔가를 감추거나 축소하는 것이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겁니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세요. 현장의 입은 막을 수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각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메신저로 전송하면 답이 없습니다.

땅콩회항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엔 항공기 일등석이 어떻게 보면 컨트롤이 가능한 공간으로 인식됐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핵심증언도 일등석에 탄 승객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슈나 위기에 대한 컨트롤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입장 자체를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관련기사: 홍보 무능이라고? 홍보 불능이라고!…‘땅콩회항’이 남긴 교훈) 재벌은 더 이상 황제가 아닙니다.

최근 주목하는 혹은 주목해야 할 글로벌 PR 트렌드가 있다면. 

데이터저널리즘, 빅데이터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흔히 PR 과정은 조사(research)-계획(planning)-실행(action)-평가(evaluation)의 4가지 단계로 진행되는데요, 평가를 하는 이유는 그 다음(next)을 예측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 현상 그 자체가 있으니 굳이 조사나 예측할 필요가 없어져요. PR하는 사람은 테크놀로지를 통해 구현되는 이런 변화에 대한 분명한 감(感)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의미로 통합적(holistic)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요, 대표적인 단어가 ‘트리플 미디어(Triple Media)’입니다. (관련기사: 통합성 결여, 마케터의 위기 부른다) 예전엔 미디어 믹스(mix)라고 하면 예산을 갖고 신문, 방송, 인터넷 등 어느 매체에 각각 쓰느냐 하는 문제였지만 지금은 트리플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해졌어요.

가령 유튜브만 해도 내가 광고를 하면 페이드미디어(Paid Media, TV·신문광고처럼 비용을 치르는 매체)가 되고, 개설된 우리 채널에 동영상을 올리면 온드미디어(Owned Media, 웹사이트·SNS 등 자사 소유 매체)가 됩니다. 또 싸이의 뮤직비디오처럼 사람들이 퍼 나르면 언드미디어(Earned Media, 전문가 리뷰·유저 공유·입소문 등 자발적으로 발신되는 미디어)이고요.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사람들이 언드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온드·페이드 미디어를 적절히 믹스할 줄 아는 것입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구현해 나갈 수 있는 인사이트가 필수적이죠.

교수님께선 PR의 이론과 실무, 국내외 현황을 두루 알고 계시는데요. 미국 등 해외 선진시장과 비교해 국내 PR환경은 어떻습니까.

▲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 /사진: 성혜련 기자
 한국 PR 실무자들은 우리 수준과 능력을 막연히 낮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 대기업과 벤처기업들이 프로모션 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잘 합니다. 그런데도 저만 보면 선진국 기업들은 어떻게 하는지 물어봐요. 실상 미국 기업들, 특히 IT 기업들은 우리보다 못하는 데도요.

광고/PR 캠페인 관련, 유명 어워즈에서 수상한 작품들 케이스를 봐도 내용 자체가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들의 언어인 영어로 제작됐기에 많이 알려졌을 수도 있어요. 한국은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언어적 장벽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못 알려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요.

한국 PR인들이 왜 자신감이 낮은지 생각해 보면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인 듯합니다. 첫째, 언론관계에서 우리나라 언론의 힘이 너무 세기 때문이에요.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 언론은 시장 논리에 지배당하지 않습니다. 비시장적 다른 요인이 개입하면서 PR 실무자들이 정정당당하게 일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오랫동안 기업 홍보실이 오너 동정을 살피면서 피할 건 피하고 막을 건 막자는 주의로 가다 보니 언론(기자)과 홍보인 간의 관계가 업무상 파트너가 아닌 일종의 갑과 을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기자는 필요 이상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PR인은 필요 이상으로 자기비하를 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기업문화입니다. 미국 기업에선 PR 실무자들이 최고경영자나 보스에게 자기 의견을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어요. 반면 한국 기업은 상명하달식이죠. S대 나온 훌륭한 인재를 뽑아 놓고 시키는 일 외 다른 말 하면 야단치는 문화. 그 때문에 주눅이 들어버립니다.

PR과 광고, 마케팅 등 커뮤니케이션의 경계가 점점 더 흐려지고 있습니다. 향후 5년 내 PR과 광고의 구분이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는 급진적(?) 얘기도 들리는데요.

PR과 광고의 간격이 좁아지고 경계가 흐려졌지만 둘은 태생적으로 다릅니다. PR은 저널리즘에, 광고는 마케팅에 근간을 두고 있어요. 즉, PR은 소비자를 위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고, 광고는 소비자를 설득해서 물건을 사게 하는 것입니다.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두 분야가 완전히 통합된다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생각이 아닐까요?

물론 광고와 PR이 접목되는 경향이 뚜렷한 건 사실입니다. (관련기사: 미디어 융합 시대, CCO 역할이 바뀌고 있다) 4대 매체 시절처럼 광고하면 효과가 없기에 (PR이 지향하는) 저널리즘 요소를 집어넣고, PR은 동영상과 멀티미디어 등 광고적 요소를 많이 가져오고 있습니다. PR인들은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등을 배워야 하며, 광고 또한 PR에서 배울 것이 많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