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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리더십 학습현장 된 ‘플로이드 사망 사건’
생생한 리더십 학습현장 된 ‘플로이드 사망 사건’
  • 김영묵 brian.kim@prain.com
  • 승인 2020.06.0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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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묵의 리더십 원포인트]
전·현직 최고 지도자들의 이슈 대응법 눈길
위기시 메시지·행보가 제시하는 세 가지 교훈

장면 #1. 대통령 재선을 5개월여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내 로즈가든에서 시위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군대를 투입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 후 트럼프는 몇몇 참모들과 함께 백악관을 나서 인근 교회로 발걸음을 옮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시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한 후 인근에 있는 유서 깊은 세인트 존스 교회 앞에 서서 성경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시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한 후 인근에 있는 유서 깊은 세인트 존스 교회 앞에 서서 성경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백인 경찰의 과격한 체포 시도 중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를 기리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는 백악관 주변에서 평화시위를 하고 있었다. 트럼프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쏘면서 ‘평화시위대’를 해산시켰고, 그렇게 ‘정리’된 거리를 걸어 트럼프는 한 교회에 도착해 교회 앞에서 성경을 손에 든 채(심지어 아래, 위가 뒤집히게 들었다고 한다) 기념사진을 찍었다.

2017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트럼프가 백악관 인근의 이 교회를 방문한 것은 겨우 두 번째이며, 이번에는 교회 안으로 들어가 기도를 하지도 않고 기념사진만 찍은 채 백악관으로 돌아가 교회는 물론 대중의 공분을 샀다.

장면 #2. “내 생애에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민을 통합하려 시도하지 않는, 최소한 시도하는 척이라도 하지 않는 최초의 대통령이다. 그는 도리어 우리들을 분열시키려 한다. (…) 우리는 지난 3년간 지속된, 이와 같은 의도적인 (분열) 시도의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성숙한 리더십’의 부재가 야기한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의 6월 3일 언론 기고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내외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해 6월 2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 성명 일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내외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해 6월 2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 성명 일부.

“매우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국민을 ‘정의와 기회’의 나라로 통합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이 오랫동안 부닥쳐 온 가장 험난한 도전이다. (…) 미국이 당면한 문제들의 해법은, 모든 인류가 하느님에 의해 평등하게 창조되고 천부인권을 갖고 태어났다는 근원적 진리에서 찾을 수 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로라 부시와 공동 명의로 6월 2일 발표한 성명)

장면 #3.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관저에서 TV 카메라 앞에 선 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위대 강경 대응 입장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21초간 말문을 열지 못하는 모습. 영상 화면 캡처

그때 날아든 한 기자의 질문. “당신은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립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을 위한 군대 투입을 경고하고, 대선 캠페인을 위한 (교회 앞)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았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기에 답변하고 싶지 않다면, 최소한 어떠한 메시지를 던져야겠다고 생각합니까?”

트뤼도 총리는 21초 동안이나 말문을 열지 못하고, TV 카메라를 응시하며 생각을 곱씹는 모습이 역력했다. ‘방송사고가 아닌가?’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살짝 한숨을 내뱉은 다음 마침내 입을 연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우리모두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공포와 걱정 속에 지켜보고 있다(…)우리 캐나다에도 조직적인 인종차별이 횡행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정치적 메시지와 쇼의 차이

이번 칼럼까지 모두 15차례 글을 쓰면서 가급적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위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후폭풍은 정치 이슈 이전에 매우 심각한 사회 갈등이자 인도적인 문제이고, 생생한 리더십 학습의 현장이 되고 있어 짧게 다루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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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에 비친 트럼프 리더십의 요체는 무얼까? 필자는 앞선 칼럼들에서 진정한 리더는 본인이 이끄는 구성원들의 애환에 ‘공감(empathy)’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한 시민이 경찰의 과격한 체포 시도 - 이미 가해 경찰관이 살인 혐의를 받고 있으니 과격한 체포 시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 결과 일부 폭력과 약탈이 벌어지기는 해도 사회에 여전히 만연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책임을 통감하고 유가족과 순수한 시위 참가자들에게 공감을 표하기는커녕,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쇼’를 벌이는 것을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면 #2에 비친 매티스 전 장관과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우리는 리더십과 관련해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우선, 두 사람 모두 ‘현직’ 리더는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동시에 국가 경영의 최고 지도자 자리를 경험했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올바른 철학과 메시지를 제시해야 하는 ‘원로’라는 공통점도 갖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매티스가 직접적으로 트럼프를 강력히 비난한 것과 달리 부시는 특정인을 향한 직접적 비난 없이 원론적 수준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두 리더(원로)가 미국민에게 던진 메시지의 울림은 매우 깊고 넓게 퍼졌다. (여담으로 미국 에머리(Emory) 대학 법학과의 도로시 브라운 교수는 부시 전 대통령의 성명 발표에 대한 칼럼을 CNN에 기고하면서 “조지 W. 부시가 마침내 역사의 ‘올바른 편’에 발은 디뎠다(George W. Bush finally steps onto the right side of history)”고 풍자했다.)

장면 #3 속 트뤼도 총리가 우리에게 제시한 리더십의 화두는 무얼까? 현재 만 48세에 불과한 트뤼도 총리. 2015년 11월 총리에 취임할 당시부터 젊은(?) 나이와 격의 없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로 ‘캐나다의 오바마’로 불린 그가 이번 ‘21초 침묵’을 통해 보여준 것은 리더는 단어 하나, 한 마디의 표현이라도 매우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는 점이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도발적 언사를 내뱉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럴 경우에는 발언이 야기할 후폭풍까지 신중하게 계산해야 하는 것이 리더에게 부과된 책무라고 하면 비약일까? 조직의 이익이 걸린 상황이라면 - 트뤼도 총리의 발언은 미국과의 외교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리더는 커뮤니케이션에 아무리 조심하고 경계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교훈을 새삼 깨닫게 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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