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보다 더하다”…인플루언서 갑질 천태만상
“연예인보다 더하다”…인플루언서 갑질 천태만상
  • 한나라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1.08.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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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시 잠수는 빈번한 일상, “물건 하나 받은 것뿐인데 왜 이렇게 대수야” 반응
사고 치고 ‘대리 공방’ 펼치기도, 협의 안된 도 넘는 요구도 스트레스 요인
PR인들이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며 겪은 애로사항과 피해 사례를 들어봤다. 
PR인들이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며 겪은 애로사항과 피해 사례를 들어봤다. 

[더피알=한나라 기자] 크리에이터 영향력을 브랜드에 활용하려는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eting)이 커머스와 만나며 몸집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인플루언서를 직접 관리하는 전문 에이전시 시장도 연예인 매니지먼트처럼 체계를 잡는 중이다.그러나 물밑에선 비즈니스 매너를 탑재하지 못한 인플루언서로 인해 괴롭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며 가장 흔히 겪는 일은 무엇일까. 실무자들은 하나같이 ‘연락이 원활하지 않거나 정해진 일정을 지키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플루언서들과 직접 일대일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전직 PR업계 관계자 A씨는 기획 못지않게 일정을 관리하느라 종종 스트레스를 받았다. A씨는 “약속된 일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10번 중 7번 정도로 흔하다”며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정말 많다”고 했다.

때를 가리지 않고 느닷없이 오는 인플루언서들의 연락 때문에 당황스러운 순간도 종종 경험한다. 밤 11시에 ‘콘텐츠가 나왔으니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PR회사 B사원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이들이 연락 가능한 시간대가 보통 저녁과 주말”이라며 “상대의 스케줄에 대한 고려가 없어서 소통하며 일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정이 순탄치 않아도 콘텐츠를 올린다면 그나마 양반이다. 제품을 받거나 서비스를 체험한 뒤, 그대로 ‘잠수’를 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A씨는 “10번에 2번 정도는 제품을 받고 갑자기 잠수 타는 사람들이 있다”며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아 포기하고 대체 인원으로 진행한 적도 있다”고 했다.

취재 당시 한 인플루언서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PR회사 C대리는 “(제품을 받고) 연락되지 않던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돌려달라고 하자 뒤늦게 포스팅을 올리고 원고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C대리는 “고객사에서는 이미 정산이 끝난 상황인데, 뒤늦게 포스팅한 후 책임을 지라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제공된 제품이 고가인 경우엔 상황이 복잡해진다. B사원의 동료의 경우 IT업계 인플루언서에게 신제품을 보냈다가 ‘제품을 받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B사원은 “분명히 보냈는데 받지 못했다는 답변이 계속 됐다”며 “알고 보니 업계에서 (이런 먹튀 방식으로) 유명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제품 분실 시 고객사가 너그럽게 넘어가는 경우엔 그나마 다행이다. 인플루언서 선정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배상을 요하는 일도 있다. 고가의 제품을 받고 두절된 인플루언서에게 “세 달간 계속 연락을 하다가 결국 내용증명을 보내겠다고 한 뒤에야 제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는 A씨는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분실해 회사에서 대신 보상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C대리는 본인은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지만, 고가의 제품이 분실된 경우 “담당자가 사비로 물어내거나 월급에서 비용을 삭감한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며 “최대한 반납과 회수를 꼼꼼히 체크한다”고 말했다.

적반하장에 무례함은 +α

인플루언서들의 무례한 언사에 상처를 받는 일도 허다하다. B사원은 콘텐츠 업로드 기간을 넘긴 인플루언서에게 연락을 한 뒤 “제가 이 제품 하나 받겠다고 잠수를 타겠어요?”하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B사원은 “그런 얘길 들으면 죄송하다는 말로 그냥 넘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약속된 이미지 촬영본을 한 달간 받지 못해 인플루언서에게 매일 연락을 했던 A씨는 ‘왜 이렇게 연락을 하느냐, 징글징글하다. 이 브랜드에 정말 질려버렸다’라는 말을 들었다. A씨는 “당연히 기분이 나빴지만, 그가 (자신의 영향력을 앞세워) 나쁜 마음을 먹고 브랜드에 대해 악성 바이럴을 할 수도 있지 않냐”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소위 ‘개념’이 없다. 돈을 받고 하는 영리활동을 ‘비즈니스 행위’로 인식하지 않는다. 파워블로거가 대세였던 시절부터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해온 PR회사 E차장은 “(회사 입장에서는) 인플루언서에게 용역을 준 것이고, 인플루언서는 그에 맞는 의무를 이행해야하지만 그런 인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물건 하나 받은 것뿐인데 왜 이렇게 대수야”라는 식의 반응이라고.

콘텐츠 업로드 기간이 지나 연락하면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 이들도 있다. 재구성 이미지
콘텐츠 업로드 기간이 지나 연락하면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 이들도 있다. 재구성 이미지

원활하지 않은 일정 진행과 무례한 언사 때문에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무 자체를 대대행 개념으로 다른 에이전시에 맡겨버린 회사도 있다. F대표는 “직원들이 (인플루언서 관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 그런 업무는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진행한다”고 말했다.

에이전시의 경우 고객사에 제공해야 할 결과 수치와 보고서가 가장 중요한데, 돌발 변수들로 예측가능성이 자꾸 엇나가면서 수익을 포기하고 내린 결정이다. F대표는 “차라리 연예인과 함께 협업하는 일이 더 편하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나 매너가 있다”며 일부 인플루언서들의 프로답지 못한 태도를 지적했다.

개인이슈로 뒷처리 담당

협업 인플루언서와 관련해 부정 이슈가 터지면 브랜드 입장에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해당 업무 담당자도 마찬가지. MCN업체를 통해 유튜버들과 자주 협업하는 G씨는 유튜버와 실제 촬영까지 마친 상태에서 계약을 파기해야 했다.

촬영 직후 유튜버가 선보인 다른 영상 하나가 논란이 되면서다. 해당 영상을 통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허위 정보가 빠르게 퍼져나갔고, 결국 애먼 매장 하나가 폐업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G씨는 “(해당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MCN 측에서 (관련 내용을) 들은 바가 없었다”며 “사건이 터진 것을 모르고 있다가 기사 모니터링을 통해 알게 됐다”고 전했다. 자신들의 콘텐츠가 업로드됐다면 곤란해졌을 상황에서 “(MCN 측에서 계약을 파기하자는) ‘광고주를 설득해달라’던 반응이 당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유튜브 뒤흔든 뒷광고 논란, ‘크리에이터 위기→브랜드 리스크’ 비화

집주인과 ‘대리 공방’을 벌이게 된 조금은 황당한 사례도 있다. 가전제품 브랜드를 담당할 때의 일이다. D대리는 당시 인플루언서와 협업시 기존 가구를 들어내고 가전제품을 교체하는 방식의 시공 서비스도 함께 제공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인플루언서의 집주인이 회사로 전화를 걸어왔다. 본인 집이 아닌데 세입자가 집주인과 상의 없이 절차를 진행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다행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됐지만, D대리는 “너무 자연스럽게 시공을 해도 된다고 하길래 (당시) 집주인인 줄 알았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커플 유튜버와 협업해 영상을 제작했던 G씨는 1년 후에 두 사람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영상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그들이 헤어졌기 때문이다. G씨는 “시간이 꽤 지난 1년 후라 (마케팅에 별 영향이 없어) 게시물을 내려주긴 했지만, 만약 콘텐츠 업로드 직후에 이런 이슈가 터진다면 굉장히 곤란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부분은 “MCN 측에서 관리를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도 내비쳤다.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인플루언서의 과도한 요구, 이른바 ‘갑질’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한 PR회사 H대표는 외국인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며 황당함을 넘어 불쾌한 일을 겪었다. 특정 국가에서 유명한 유튜버 2명을 섭외해 한국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작업이었다.

H대표는 ‘스태프와 매니저 등을 포함해 8명이 한국에 들어와야 한다’는 인플루언서 요청을 받고 8인의 비행기와 숙소를 제공했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에 들어온 인원의 다수가 스태프가 아니라 인플루언서 가족과 지인이었다고.

뒤통수를 치는 일은 또 있었다. H대표는 “한창 촬영 중에 인플루언서가 사전에 얘기된 메인 채널이 아니라 구독자가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겠다고 말을 번복했다”며 “화나는 마음을 참고 웃돈을 더 얹어 어르고 달래며 촬영을 마쳤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뒤에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하는 외국인 인플루언서들 때문에 급하게 계획을 변경한 적도 많다. H대표는 “한국 국적기로 왕복 비행기 표를 끊어뒀는데 본인 나라의 국적기로 돌아가고 싶다는 인플루언서가 있어 새로 항공권을 끊어야 했다”거나 “한국에 들어온 이후에 묵고 싶은 호텔이 있다고 요구해 기존 호텔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사전에 협의가 됐음에도 현장에서 말을 바꾸는 경우엔 계약서도 별 소용이 없다. H대표는 “현장에 클라이언트 담당자가 다 배석해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가 나빠지게 할 순 없다”며 심지어 “계약서를 쓰고 일하는 일이 처음이라고 말하던 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협업의 현실적 관리법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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