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PR적 감각, 이래서 중요하다
리더의 PR적 감각, 이래서 중요하다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8.06.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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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다르게 비쳐지는 근본적 이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각기 다른 이슈로 언론지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뉴시스
각기 다른 이슈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리더의 PR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 수 있게 한다. 사진: 뉴시스

[더피알=김광태] 4월과 5월은 두 리더가 각기 다른 이슈와 모습으로 언론지상을 뜨겁게 달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들은 남북 정상회담과 한진일가 갑질 사태로 각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리더의 PR 감각이 이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두 가지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PR의 반전효과를 극대화해 잔인한 독재자에서 친근한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한진가는 PR, 즉 공중관계에 기반한 설득에 실패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기업이 국민들로부터 호의를 잃으면 권력에 의해 문을 닫게 된다”며 PR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리더의 홍보 감각은 기회가 왔을 때나 위기가 닥쳤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자에 해당된다. 판문점 회담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단 한 번의 찬스를 제대로 살려 잔혹한 독재자 이미지를 깨뜨렸다. 솔직하고 격의 없는 김 위원장의 행동과 발언은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무엇보다도 그가 보여준 첫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 문재인 대통령 손을 잡고 북측 구역으로 다시 갔다 오는 순발력을 발휘한 뒤 “이 정도면 연출이 잘됐습니까?”라며 남한 취재진들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건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뉴시스

이 모습은 국내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를 정도로 크게 화제가 됐고, 김 위원장에 대한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북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말과 행동, 모습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67.9%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21.4%는 매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서울을 겨냥해 ‘불바다 협박’을 서슴지 않았던 북한의 집권자가 뛰어난 홍보 감각으로 하루아침에 자신의 이미지를 호의적으로 확 바꿔 놓은 것이다.

“평양에서부터 평양랭면을 가져왔다”는 김 위원장 멘트로 순식간에 시중의 평양냉면이 동이 날 지경이었고, 미 CNN방송에서도 소개되며 평양랭명은 북한의 대표 음식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모 홍보임원 출신 입에서는 “올해의 PR대상은 김정은 위원장이 따논 당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에 반해 한진그룹은 리더의 홍보 감각 부재로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 이은 차녀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투척’ 사건을 계기로 온 가족의 갑질과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한진가의 행태는 상상을 초월했다. 업무 방해, 폭행, 밀수, 수백억대 상속세 탈루,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채용 등 갖가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보다 못한 회사 직원들은 가면을 쓰고 거리로 나가 총수 일가 퇴진 운동을 시작했다.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리더의 자기 독선에서 찾을 수 있다. ‘돈이면 다른 사람의 의지도 지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봉건시대적 인식과 태도로 21세기 여론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것이다. 자승자박에 빠진 결과 지금 한진가는 ‘공공의 적’과 같은 신세가 됐다.

직원과 수행기사에 대한 폭언·폭행 혐의로 이틀만에 재소환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이 30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직원과 수행기사에 대한 폭언·폭행 혐의로 이틀만에 재소환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이 30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오너 자신의 위기는 홍보도 법무도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이슈메이커인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흔희들 ‘대리 사과’ 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리 사과는 본인이 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호소력이 없다. 그 죄는 다시 반복된다. 4년 전 조현아 당시 부사장이 직접 사과하고 본인 스스로 철저한 반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면 오늘의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과는 자연스럽게 본인의 솔직한 감정을 느낀 대로 도덕적 감정과 연결해 용서를 구하면 된다. 그게 바로 민심을 담아내는 기술, 호소력이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노출되는 세상이다. 위기는 거짓과 가식에서 온다. 솔직함과 진정성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리더라면 상대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는 PR적인 감각을 지녀야 한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김정은 위원장이 보여준 소탈한 이미지도 선전과 화전양면 전술에 기인한 ‘연기’가 아닌 진정성 있는 리더의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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