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의 심정으로…유튜브 마케팅 마주하는 복잡한 속내
‘뉴비’의 심정으로…유튜브 마케팅 마주하는 복잡한 속내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9.03.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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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기획·제작비 부담, 미디어 믹스(media mix) 전략 고민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 현실…여러 실험 중”

[더피알=조성미 기자]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수단으로 유튜브가 각광 받으면서 기업들의 발걸음도 부쩍 빨라졌다.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구독 중심으로 움직이는 생태계인데다 동영상 콘텐츠로만 소통해야 하기에 마케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경험치를 쌓아가며 유튜브에 핏(fit)되는 각자의 방법들을 고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G마켓은 유튜브를 메인 채널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화제를 모은 ‘택배캠페인’을 비롯해 슈퍼 프라이데이, 쇼핑을 바꾼 쇼핑, 스마일 클럽 워너원 등을 선보였다.

G마켓 브랜드마케팅팀 유두호 팀장은 “유튜브에서는 ‘광고다 아니다’가 아닌 ‘재미있다 아니다’로 판단된다”며 “G마켓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콘텐츠를 유튜브향(向)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보면 좋은 기사: 그 기업들의 유튜브 활용법 

케이블TV 등에 방영되는 G마켓 광고 역시 기존의 광고 문법보다는 유튜브 스타일을 따른다. 어떻게하면 5초 벽을 넘을지, 구독자를 모을 수 있을지, 시청자들이 끝까지 보게 할지 등을 고민해 필요 요소를 넣는다. 광고 제작시 처음부터 유튜브를 먼저 염두에 두고 기획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유튜브를 브랜디드 영상 캠페인의 집중 채널로 전환하고 이미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실험했다. 영상 콘텐츠에 접근할 때는 타깃, 주제, 브랜드 메시지와의 연계성 등을 고려한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노출계획을 잡아간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요즘 애들의 광고’와 ‘후아유’ 등 웹예능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또 유튜브 모바일을 염두에 두고 세로영상으로 풀어낸 ‘마음이음 이모지’ 캠페인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GS칼텍스 브랜드관리팀 관계자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손을 잡거나 유튜브 광고 효율 제고를 위해 전문대행사와 협업하면서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있다”며 “유튜브를 위한 콘텐츠라기보다는 ‘아임 유어 에너지(I am your Energy)’라는 브랜드 가치를 담은 브랜디드 콘텐츠로 소통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튜브를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퍼스트’를 고민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실험의 장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롯데닷컴은 지난해 말 ‘즐거운 첫인상 만들기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5~7초 길이로 롯데닷컴을 보여주는 영상을 공모했다. 그리고 2월 한 달간 자사 유튜브에 올라가는 모든 영상의 인트로에 1등 수상작이 사용된다. 나머지 11편의 수상작은 당선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유튜브 광고 등 활용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공모전을 진행한 롯데e커머스 마케팅기획팀 이준근 씨는 “기업이 콘텐츠를 제작해 고객에 보여줘도 되지만, 결국 영상을 보는 주체는 고객이기에 그들 생각을 듣고 싶어 공모전을 진행했다”며 “1분기에는 고객이 직접 등장하는 영상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또한 “유튜브 운영뿐 아니라 롯데e커머스 경영의 올해 방향성이 오픈이노베이션”이라며 “고객 소통 관점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나누고 함께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웹드라마 등을 통해 미디어 커머스로 나아가는 티몬은 서브 채널로 유튜브를 십분 활용한다. 티몬 앱을 통해 하루 4~5번 진행되는 라이브 방송의 하이라이트를 모아 유튜브 채널 유입을 유도, 2차 홍보 효과를 도모한다.

SK이노베이션은 유튜브 생중계 기능을 활용해 2018년의 마지막 일몰과 2019년의 첫 일출 라이브를 진행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인천과 울산에 생산현장이 있다는 점을 활용, 온라인으로 새해맞이를 선물하는 이벤트성 콘텐츠였다.

SNS 영향력 키운 브랜드들 관망세 

유튜브가 막강한 채널로 떠올랐고 많은 이들이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인 것이 사실이다. 동영상만으로 승부해야 하다 보니 제작비에 대한 부담, 콘텐츠 기획의 한계가 크다.

청하, 처음처럼 등의 브랜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영향력을 구축한 롯데주류는 유튜브 진입을 관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유튜브에는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광고 없이 자발적 바이럴을 일으키기 힘들다. 메인에 광고를 집행해야 채널 유입과 구독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접근성과 인풋 대비 아웃풋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잘 닦아놓은 기존 SNS 채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몬 역시 140만이 넘는 팬을 보유한 페이스북을 통해 활발히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튜브는 페이스북 동영상 콘텐츠를 미러링하는 수준이었는데, 대세를 따라 티몬만의 색깔 있는 유튜브 콘텐츠를 이제 고민하는 단계다. 특히 티몬은 당일 촬영과 편집까지 가능한 내부 인력과 웹드라마 등의 제작을 통해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티몬 관계자는 “유튜브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뿐, 동영상 콘텐츠는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며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을 타깃으로 한 제품 리뷰와 사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업의 유튜브 활용에 있어 2019년을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홍기획 플랫폼D팀 전지연 CeM은 “2018년 초에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이야기 됐지만 유튜브 독점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 연말부터 트렌드 리포트 등을 통해 유튜브가 강조됐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예산을 배정해 유튜브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GS칼텍스 역시 “모바일에서의 동영상 트래픽 비중이 70%를 넘어서고, 사용시간 및 검색 유입이 많아지는 등 유튜브 플랫폼의 변화를 봤을 때 영상 콘텐츠를 빨리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유튜브 채널 마케팅을 누가 먼저 경험하고 학습하느냐가 향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착륙하려면 유튜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전지연 CeM은 “유튜브는 그동안 브랜드를 검색했을 때 영상을 볼 수 있는 아카이빙 채널로 여겨졌다”며 “이제부터는 페이스북처럼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운영하고 구독자도 관리하며 KPI(핵심성과지표)도 조정하는 형태로 접근 자체를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G마켓은 유튜브의 성과지표를 살피기 시작했다. 구독자가 얼마나 증가했고, 영상 VTR(동영상 광고를 끝까지 시청한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보며 수많은 브랜드 채널 가운데 G마켓의 위치를 가늠해 본다. 유두호 팀장은 “유튜브 사용자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비용 대비 도달하는 데이터를 보면 결코 TV보다 싸지 않다”며 “어디까지 유튜브를 활용하고 어느 지점에서 다른 매체를 써야 하는가에 대한 미디어 믹스(media mix) 고민을 여전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GS칼텍스 브랜드관리팀 관계자는 “유튜브의 맞춤형 노출 알고리즘을 잘 이해하고 검색결과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제목·설명문구·해시태그 등)를 정비하고, 유튜브 광고의 정교한 타깃팅 종류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브랜드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유튜브 진입장벽으로 꼽히는 예산과 인력, 콘텐츠 기획에서의 고민과 더불어 미디어 전략도 생각해야 한다. 유튜브 이용자가 많아진 것 이상으로 콘텐츠 생산자도 많아져 웬만해선 시청자 눈길을 끌기가 어렵다. 유튜브 세상에서는 브랜드고 개인이고 유명인이고 일반인이고 모두가 경쟁자다.

온라인쇼핑사업자인 롯데닷컴, G마켓, 티몬이 서로 엎치락뒤치락 할 게 아니라, 몇 백만의 구독자를 가진 파워풀한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업계 한 종사자는 “기업 채널은 대표 크리에이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크리에이터의 퍼스낼러티를 담기가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3H 전략 : 유튜브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세 가지 콘텐츠 구성법.
히어로 콘텐츠(Hero content) 가장 특징적인 콘텐츠.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고 비용과 볼륨이 큰 대표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허브 콘텐츠(Hub content) 채널로의 지속 가능한 잠재 고객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에버그린 콘텐츠. 특정 키워드를 선점하거나 꾸준히 회자된다.
하이진 콘텐츠(Hygiene content) 양치질이나 세수처럼 기본이 되는 것으로 위생(Hygiene)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장 기본적인 콘텐츠를 의미한다.

기업 채널이라고 하면 무엇을 하든 홍보·마케팅 활동으로 여기는 심리적 저항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로 롯데닷컴은 슬로건 ‘사는 게 즐겁다’에 맞춘 영상을 만들면서 채널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우리은행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유튜브의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중장기 목표로 ‘우리은행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며 “자기만의 색깔과 의견을 가진 크리에이터들과 경쟁하기 위해 좀 더 깊이 있고 도움 되는 정보, 실무 직원들이 전문적으로 이야기하는 공간이라는 장점을 내세우고 틀을 깨는 콘텐츠로 친근함을 부각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G마켓 역시 “유튜브 가능성을 보고 있지만 이미 스타나 셀럽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 현실”이라면서 “그렇다고 놓을 수도 없기에 우리 채널에 찾아오게 만들려면 무슨 콘텐츠를 어떤 방향에서 제작할지 시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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