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중인 K스벅, ‘쓱타버스’ 맛의 진실
성장통 중인 K스벅, ‘쓱타버스’ 맛의 진실
  • 최소원 기자 (wish@the-pr.co.kr)
  • 승인 2022.07.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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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커피 맛 변했나’ 논쟁
일각선 “이마트 인수 뒤 스타벅스 감성 사라졌다”
전문가들 “지금은 ‘오리지널리티’ 보여줘야 할 때”

더피알타임스=최소원 기자

스타벅스가 잇단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커피 맛과 브랜드 감성이 달라졌다는 평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스타벅스를 인수하면서 변화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6월 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맛 달라진 것 같지 않나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연달아 올라왔다. 맛이 좀 연해지고 특유의 탄 맛이 줄었다는 의견이다. 개인이 느낀 바를 작성했지만 이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댓글로 “원두가 원인”이라고 주장했으나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1999년 스타벅스가 국내에 진출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원두를 바꾼 적이 없고, 현재 전 세계 88개국 모든 매장에서 같은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2년 3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에서 직원이 커피 머신에 원두를 붓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포털에 해당 논란을 다룬 기사가 노출된 후 온라인에선 또 한 차례 논쟁이 벌어졌다. 기존과 달라졌다는 공감도, 여전하다는 반박도 뜨거웠다. 이 과정에서 ‘기계의 노후화’, ‘파트너에 따른 변화’ 등 새로운 원인이 주장됐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모든 매장의 기계는 주기적으로 청소·관리 되고 있다. 매일 마감 때마다 꼼꼼히 확인하며 정기적인 점검도 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물류 파동으로 유통 시간이 늘어나 맛이 변했을 가능성을 묻자, 이미 로스팅(생 원두를 볶는 공정)된 상태로 운반하기 때문에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파트너에 따른 변화 또한 레시피가 정해져 있어 가능성이 희박하다.

커피 맛 변화 논쟁 자체에 조롱을 보내는 이들도 존재했다. 그들은 원래 스타벅스 커피 맛이 좋지 않았다고 말한다. 스타벅스 브랜드 이미지가 커피 맛을 가리고 있었는데, 이마트가 스타벅스코리아 최대주주가 되면서 그 효과가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동네북 된 스타벅스

한국에 진출한 후 스타벅스는 빠르게 성장했다. 이전에 만나지 못했던 커피와 공간, 그 속에 깃든 문화의 힘이었다.

달달한 믹스커피가 아니라 쓴 맛 나는 에스프레소 커피, 통유리창 안 따뜻한 느낌의 목재 가구와 은은한 조명, 잔잔한 재즈 음악이 들어찬 공간, 미드 속 인물처럼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이러한 요소가 스타벅스의 인기를 견인했다.

그러던 중 2006년, 가격 책정 논란과 된장녀 논란이 일었다. 스타벅스의 인기는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나 장작을 넣으면 불은 더 커지는 법. 논란이 있어도 스타벅스를 소비하는 이용자는 점차 늘어났다.

지금의 논란들도 스타벅스의 성장을 가져올까? 작년 7월 이마트가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을 추가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그 후 사람들은 스타벅스가 ‘쓱타버스’화 됐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걸 좋아해’ 캠페인, e-프리퀀시 굿즈(기획상품)의 퀄리티, 출점 전략, 커피 맛까지. 스타벅스는 이전과 달라졌다는 각종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월 10일부터 7월 11일까지 '2022 여름 e-프리퀀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서 모델들이 증정품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올 3월, 스타벅스코리아는 전체 매장에 ‘좋아하는 걸 좋아해’라는 한글 마케팅 문구를 게시했다. 해당 문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기존 스타벅스 브랜드와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라는 평을 남겼다. 문구 자체는 좋으나 특유의 미국 느낌이나 고급스러움 대신 어설프게 감성적인 디자인이 기존 ‘스벅 감성’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e-프리퀀시 굿즈(기획상품)도 이전과 다르단 평가가 있다. 스타벅스 굿즈는 수령 기간에 대기자로 매장 앞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비싼 가격에 되파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있었던 굿즈 이벤트에선 오픈런 행렬을 찾아볼 수 없고, 리셀 가격도 전에 비해 낮은 가격대로 형성됐다.

지난 5월 12일 문을 연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도 스타벅스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강남역 2호선과 신분당선 역사를 잇는 통로에 자리 잡은 ‘강남역신분당역사점’엔 좌석이 없다. 특유의 모던한 테이블과 의자, 재즈 음악, 통유리창도 찾을 수 없다. 이에 공간 마케팅에 힘쓰던 스타벅스 정체성이 사라지고 수익을 좇는단 비판이 제기됐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공간을 파는 곳’이라고 브랜딩해 왔다. 그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경험, 곧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커피, 서비스, 분위기 등을 모두 아우르는 ‘스타벅스 문화’를 판매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것을 누려온 고객들은 최근 이슈들로 “스타벅스가 변했다”고 느끼고 있다.

 

스타벅스는 리브랜딩 중

올해 4월 4일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스타벅스 명예회장이 4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지난 2018년 CEO에서 물러난 지 4년 만이다. 새로운 CEO를 찾을 때까지 임시로 경영을 맡는다.

그는 스타벅스 신화를 쓴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하워드 슐츠가 인수한 스타벅스는 커피를 판매할 뿐 아니라 매력적인 공간을 제공했다. 이 전략은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켰고, 지금까지도 스타벅스 본사는 전 세계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며 커피와 가구, 음악을 직접 관리하는 등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해왔다.

하워드 슐츠는 CEO로 복귀하며 가진 ‘오픈 포럼’에서 “매장 내 큰 로비는 더 이상 스타벅스의 미래가 아닐 수 있다. 매장 경험을 재정의·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스타벅스 경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기존 매장 중심 경험에서 벗어나 스타벅스 브랜드를 활용한 NFT 사업까지 내다보고 있다.

2022년 1월 7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이마트와 스타벅스인터내셔널이 각각 지분 50%를 소유한 합작회사로 시작한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7월 이마트가 총 67.5%의 지분을 확보하며 사실상 한국 기업이 됐다. 그러나 미국 본사에 브랜드 로열티를 지급하는 입장에서 스타벅스의 글로벌 경영 방침을 따라야 한다. 이번 ‘리브랜딩’ 전략에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쓱타버스’ 논란을 수면 위로 올린 ‘좋아하는 걸 좋아해’ 슬로건은 전체 스타벅스 매장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FIND YOUR TASTE’ 캠페인의 일환이다. 해당 캠페인은 지난해부터 스타벅스가 진행 중인 중장기 캠페인으로,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세계적인 캠페인 슬로건을 한국어로 배치하자 ‘스벅 감성’이 아니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스타벅스 굿즈는 ‘온라인 예약’ 방식으로 수령 방법을 전환하면서 오명을 짊어졌다. 팬데믹 시기 오픈런 행렬로 우려되는 감염 문제와 고객의 오랜 대기 시간을 해소하고자 취한 조치가 오해를 빚었다. 겉보기에 화력이 약해진 듯 보이지만 실제 온라인 예약율은 전년을 상회하고 있으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테이크아웃 매장 출범 또한 팬데믹 이후 달라진 전략이다. 비대면이 활성화되면서 배달과 픽업 주문이 늘었고, 이에 대응해 딜리버리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늘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본토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가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의 수를 늘리고 있다.

 

다시, ‘스타벅스’

스타벅스 커피 맛 논쟁의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정말 맛이 변한 것인지, 실체 없는 이슈인지는 확실치 않다. 어쩌면 영원히 결론이 없을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스타벅스와 그 팬덤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타벅스가 국내 커피 시장에서 오랜 기간 1위를 유지한 건 강력한 팬덤 덕분이다. ‘프리미엄’, ‘공간 마케팅’ 등 스타벅스가 지금껏 구축해 온 브랜드는 ‘스벅 감성’을 기반으로 호응을 얻었다.

2022년 3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에서 직원이 커피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그러나 최근 스타벅스는 팬들의 지지를 잃고 있다. 단순히 운영 전략이 변해서가 아니다. 스타벅스는 꾸준히 새로운 전략을 연구하고 변화를 시도해왔다. MD상품과 사이렌오더 등의 서비스도 그렇게 시작됐고 성공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문제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더피알타임스와의 통화에서 박한조 스타벅스 홍보팀 파트장은 “(스타벅스는) 고객의 취향과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끊임없는 쇄신 노력과 고객 지향적 관점은 브랜드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단, 고객이 원하는 바와 일치할 때에만.

최근 있었던 논란들의 기저에는 ‘스타벅스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누구나 선망하는 ‘고급’ 브랜드 느낌은 사라지고 ‘이마트 감성’, 즉 대중적인 느낌이 강해졌단 불만이다.

그렇다면 스타벅스가 취해야 할 태도는 명확하다. 그들이 여전히 질 좋은 음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이슈에 대해 기업 이슈관리 컨설팅사 밍글스푼 송동현 대표는 “식품 기업의 인수합병(M&A)과정에서 많은 브랜드가 실체 없는 품질 및 맛 변화 이슈를 겪곤 한다”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본연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케팅이나 운영 전략에 변화가 있더라도 그들이 제공하던 것들의 품질이 여전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2021년 7월 27일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는 이번 이슈를 “압도적인 1등 기업으로서 겪는 성장통”이라고 말했다. 또 “스타벅스는 여전하지만 커피 산업이 발전하면서 고급커피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어, 상대적으로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것의 질이 낮아 보이는 착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지금이 스타벅스가 성장할 때라고 말했다. 하워드 슐츠가 2000년 회사로 복귀해 혁신을 일궈낸 것처럼, 지금의 스타벅스코리아에 ‘리브랜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작업에 “‘공정 무역 커피’ 같은 사회적 메시지(가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재료, 고객 맞춤형 프로세스, 브랜드 메시지를 재정비해 커피 산업의 리더로서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선 ‘스타벅스 감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고객들이 스타벅스에 열광했던 이유와 지금 원하는 것, 앞으로도 변치 않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되짚어야 한다. 다음으로 트렌드와 변화하는 고객 취향을 고려해야 커피 업계 1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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