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커피 선불충전금 4200억, 기업 신뢰도와 소비자 보호의 갈림길

스타벅스 등 7개사 조사…금융규제 빈틈과 사각 여전
직영·위탁 운영 등으로 ‘규제 예외’
안전성 문제 제기와 소비자 리스크

  • 기사입력 2025.04.21 11:48
  • 최종수정 2025.04.22 15:34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커피전문점이 보유한 선불충전금이 4200억원에 육박함에도 현행 법제의 관리·감독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이후인 지난해 9월부터 한층 강화된 전자금융업자의 선불충전금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 보호에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불충전금은 고객이 해당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등을 구매하기 위해 미리 충전한 금액을 말한다. 멤버십 카드나 페이 등 여러 형태로 충전돼 사용할 수 있지만, 최소 사용 금액 등의 제약이 있어 환불이 제한적이며 이자 없이 보관된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사진=뉴시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파스쿠찌·이디야·폴바셋·할리스·엔제리너스 등 주요 7개 커피전문점의 선불충전금 잔액은 총 4183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스타벅스의 잔액은 3951억원으로 전체의 94%를 차지한다. 스타벅스 한 곳의 충전금만 놓고 보면 지난해 9월 말 자산 기준으로 국내 79개 저축은행 중 54위인 청주저축은행(3956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은 스타벅스가 직영점으로만 운영되고, 지급결제 범용성이 없어서 직접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어 투썸플레이스 86억원, 폴바셋 85억원, 이디야 30억원, 할리스 23억원, 엔제리너스 8억원, 파스쿠찌 9000만원 수준이었다. 특히 스타벅스의 경우 1년 사이 510억원이 늘었다.

선불충전금의 보관 및 운용 방식은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스타벅스는 “잔액 전액을 서울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시중은행 예금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충전금 운용 현황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폴바셋·할리스 등은 선불충전금(멤버십 카드) 일부에만 보증보험을 적용했다. 폴 바셋은 구체적인 보증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디야와 파스쿠찌만이 구체적인 보호 방식이나 위탁 현황을 이용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하나의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선불전자지급수단에 대해 등록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영점 체제로 운영되는 스타벅스·폴바셋 등은 아예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할리스는 발행 잔액이 최소 규제 기준(30억원) 미만이다. 투썸플레이스(나이스정보통신), 파스쿠찌(나이스정보통신), 이디야(KIS정보통신), 엔제리너스(롯데카드)는 외부 선불업자에 충전금 관리를 위탁한 경우로, 직접적인 감독 대상에서 빠져 있다.

커피전문점이 파산하는 등 위기 상황에서 선불충전금을 최우선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우선 변제’ 조항도 일부 업체만 도입한 상태다. 스타벅스, 파스쿠찌,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 4곳만이 관련 약관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최근에서야 조항을 마련했다. 나머지 브랜드는 선불충전금을 일반 상거래 채권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어, 정리 절차에서 소비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황순주 KDI 금융혁신연구팀장은 “스타벅스 충전금은 범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빠졌지만, 규모 측면에서 우려할 부분이 있다”며 “선불충전금이 제대로 보호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스타벅스는 선불충전금 규모가 너무 크다”며 “관리 감독이 철저히 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불충전금은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구매 단가를 끌어올리는 락인(Lock-in) 효과를 가져와 업계에선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또 멤버십 카드 등의 형태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상품 개발 및 프로모션 등의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서 관련 잔액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보호 체계가 미흡한 현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이 자산 보호를 발행업체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머지포인트 사태, 티몬·위메프 사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선불충전금 전액에 대한 별도관리 의무화 등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시행령이 지난해 9월 15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신규 등록 의무 선불업자에 등록 유예 기간이 6개월 부여되면서 최근에야 선불업자로 등록하거나 까다로운 규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외부 등록업자에 선불업을 맡기는 위탁 전환이 잇달아 이뤄진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규 및 기존 등록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등록 후에는 현장 점검이나 검사 등을 통해 법규 준수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며 “준수 위반 행위를 발견할 경우 제재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촘촘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불충전금 보호는 당분간 발행업자의 선행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너무 많은 금액을 선불충전금으로 담아두지 말고 즉시 필요한 만큼만 결제하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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