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피알=이승윤 | 펜할리곤스(Penhaligon’s)는 1870년에 만들어진 영국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다. 브랜드 창시자 윌리엄 펜할리곤(William Penhaligon)이 영국 런던에 바버 숍을 열고 고객들에게 향수를 팔기 시작하면서 브랜드 역사가 시작됐다.
영국 왕실이 최고의 브랜드에만 수여하는 왕실 조달 허가증(Royal Warrant of Appointment)까지 받은 이 향수는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사실 이 브랜드가 흥미로운 것은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발전시켜나가는 방식 때문이다.
펜할리곤스의 제품 라인 중 더 포트레이트 컬렉션(The Portraits Collection)의 경우, 영국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하나의 큰 가계도(Family Tree)를 형성한 후 그 안에 흥미로운 스토리를 담아내어 상품을 판다. 가계도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 간의 갈등과 대립 스토리를 통해 브랜드 헤리티지의 근간이 되는 영국 귀족 특유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전달되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펜할리곤스는 이 가계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극대화한 다양한 동물 모양 보틀에 그들 각자의 캐릭터를 잘 표현한 향수를 담아 판매한다.
로드 조지의 향수
각 나라에서 이 라인의 향수를 론칭할 때 특정 공간을 만들어두고, 단순하게 향수의 향을 체험하는 것을 넘어 각 향수에 담긴 다양한 인물들의 스토리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프라인 공간에 각 향수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일러스트 초상화가 걸려 있어서, 이 인물들이 과거에 실존한 인물인 듯 느껴진다. 가계도에서 가장 핵심적인 두 인물, 로드 조이(Lord George)와 블랑쉬 여사(Lady Blanche)는 부부 사이로 설정되어 소개된다.

로드 조지의 향수가 비치된 곳에는 이 인물을 대표하는 ‘조지 경의 비극'(The Tragedy of Lord George)이라는 향수병이 놓여 있다. 향수는 고결한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사다운 외모 가꾸기를 좋아하는 조지 경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사슴’ 모양 향수병에 담겨 있다.
로드 조지는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나, 아내 블랑쉬 여사 몰래 정부 클라라와 사랑에 빠진 인물로 묘사된다.
향은 영국 신사들이 좋아하는 술 브랜디와 즐겨 사용하는 셰이빙 솝의 향이 어우러진 형태로 만들어진다. 첫 향은 화하고 스파이시한 약초 냄새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통카 빈의 달콤한 향이 잔향으로 남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중후함 속에 달콤한 반전이 있는 이 향의 특징은 캐릭터 스토리에 가장 알맞은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 향수 브랜드가 얼마나 각 개별 향수의 브랜드 스토리를 정교하게 설정하고 이에 맞게 전체 제품을 설계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블랑쉬 여사의 향수
그와 결혼한 블랑쉬 여사의 향수도 ‘블랑쉬 여사의 복수'(The Revenge of Lady Blanche)라는 이름으로 놓여 있다. 향수 브랜드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블랑쉬 여사는 남편 조지 경을 독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향수 주변에는 사교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블랑쉬 여사의 패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여러 패션 아이템들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다. 블랑쉬 여사는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더 많은 돈을 원하기에,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지 경과 결혼한 여성으로 묘사된다.
그녀는 조지 경에게 정부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남편 조지 경을 죽이려는 은밀한 음모를 꾸미는 인물이다. 그녀의 향수는 화려하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그녀의 캐릭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인, ‘표범’ 모양의 향수병에 담겨 판매된다. 향은 물 향 가득한 어두운 느낌이 강한 수선화 향을 베이스로 한다.

명성 높은 로즈 공작 부인
이외에도 로드 조지와 레이디 블랑쉬 사이에 태어난 딸 로즈(Rose)는 타인에게는 완벽해 보이지만 가족 안에서는 권위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묘한 적대감을 가진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녀는 가족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듀크 넬슨과 결혼해 로맨틱한 결혼 생활을 꿈꾸지만, 현실은 듀크의 바람기 때문에 불만을 느끼기 시작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런 로즈의 향수 ‘명성 높은 로즈 공작 부인'(The Coveted Duchess Rose)은 그녀의 캐릭터를 대표하는 화려한 외모의 여우 두상을 가진 향수병에 담겨 있다. 향 역시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로즈의 특성을 반영해, 만다린 향으로 시작해 아주 희미하게 장미 향이 섞여서 올라오도록 구성했다.
2016년 론칭 이후 위의 스토리 라인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어, 그들의 핵심 고객들에게 깊이 있는 수준으로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했다. 대표적으로 론칭 시점에 언급된 다양한 스토리의 주인공들이 활동하는 가상의 대저택(Virtual Mansion)을 온라인상에 만들어 고객들의 방문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온라인에서 방문자가 이 가상의 대저택 응접실(Drawing Room)에 들어가면, 이 가계도 안에 속한 모든 인물의 정보가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달된다. 온라인 방문자가 대저택 한켠에 위치한 온실(Greenhouse)을 방문하면 펜할리곤스의 창시자가 등장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각 방문자에게 꼭 맞는 향수를 찾아주는 향수 테스팅(Fragrance Testing)을 즐길 수 있다.
거대한 가상의 대저택 곳곳을 돌아다니며 숨겨진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방문자는 언제든 원하는 순간에 이 라인의 사고 싶은 향수를 구매할 수 있고, 궁금한 점이 생기면 온라인 챗 시스템을 통해 전문가와 상담할 수도 있다.
펜할리곤스 전체 브랜드 세계관
펜할리곤스는 2016년 이 라인을 소개하면서 전체 브랜드 세계관의 첫 번째 챕터 1을 내놓았으며, 이 챕터의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캐릭터를 대표하는 6가지 향수를 출시했다.
이후 끊임없이 새로운 스토리 챕터와 함께 그에 맞는 새로운 캐릭터들을 등장시키고, 동시에 그들을 대표하는 향수를 내놓고 있다.
그들이 이런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순한 브랜드 스토리로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둘러싼 전체적인 세계관을 설계하고 고객이 이에 몰입하게 함으로써, 제품을 제품이라 느끼지 않고 고객이 흥미를 가지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여기게 할 수 있다면 전체 제품을 다 팔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펜할리곤스의 골수 팬들은 전체 가계도에 속한 모든 브랜드 향수를 사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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