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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김범수, ‘SM 주가 시세조종’ 첫 재판서 檢 공소사실 어떻게 반박했나

檢 “최종결정권자 김범수, 적법한 방법 있었음에도 비밀 지시”
김범수 측 “정상적인 경영활동…고의성 성립 해당 안 되지만 무리한 기소”

  • 기사입력 2024.09.12 11:40
  • 최종수정 2024.09.12 20:10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인수과정에서 시세조종을 지시·공모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7월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7월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첫 공판부터 2023년 2월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매입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의사결정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카카오 임원들의 조직적인 자금 동원으로 시세조종을 위한 장내 매집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 최종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이 공개매수 대신 비밀리에 SM엔터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동의·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카카오의 장내 매수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진 지분매입이며 김 위원장이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는 고의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지난 1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김 위원장과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대표, 강호중 전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7월 23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사이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식을 총 553회에 걸쳐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해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카카오엔터의 재무 상황이 악화돼 기업공개(IPO) 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SM엔터 지분 매수를 통한 경영권 인수로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하이브를 제치고 엔터테인먼트 업계 1위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SM 시세조종 혐의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SM 시세조종 혐의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검찰은 하이브 공개매수기간 중인 2월 15일,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이 “SM엔터를 평화적으로 이제 가져오라”고 말하며 경영권 인수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투자전략실이 SM 주가를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올려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는 방안을 설계 및 검토했고, 사모펀드 운영사 원아시아파트너스(이하 원아시아) 지창배 대표 등과 공모해 2월 16~17일과 같은 달 27일 3일간 363회에 걸쳐 원아시아 명의로 약 1100억 원의 SM엔터 주식을 고가 매수하거나 물량소진을 주문해 시세조종을 했다는 것이다.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2월 28일엔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와 함께 카카오·카카오엔터 명의로 190회에 걸쳐 시세 고정·안정을 목적으로 약 1300억 원 상당의 SM엔터 주식을 사들인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높은 가격으로 대항 공개매수를 하는 법도 있고, 대외적으로 경영권 취득 목적을 공시하며 5%이상 장내 매집하는 방법도 있다”며 이처럼 적법한 경영권 경쟁 방법이 존재했음에도 당시 김 위원장이 경영권 취득 목적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를 사실상 묵살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김 위원장이 대량보유상황 보고의무를 위반했다는 점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에 따르면 본인과 특별관계자가 보유하는 상장법인의 주식 수가 총수의 100분의 5 이상 된 자는 5일 이내에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하해야 한다. 검찰 측은 김 위원장의 SM엔터 보유 주식이 100분의 5를 넘겼음에도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봤다. 

서울 성동구 SM사옥. 사진=뉴시스.
서울 성동구 SM사옥.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카카오의 장내매수가 “지분 경쟁 상황에서 경영상 필요에 의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기업 통상 경영상 이유에 따른 행위임에도 검찰은 주가가 직전보다 1호가라도 높으면 해당 주문이 연속적인지 여부도 따지지 않고 시세조종이라 보며 기계적으로 기소해버렸다”고 반박했다.

시세에 대한 인위적 조작 여부 판단과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에게는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는 고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30일 배 전 대표가 SM엔터 인수를 제안했을 때 김 위원장의 최초 입장은 ‘반대’였고, 이후 배 전 대표가 투자 테이블에서 “하이브가 이미 (SM엔터 인수에) 실패했다”며 “여러 로펌들로부터 장내매수 자문을 받은 결과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변호인 측은 “투자전략실, 배 전 대표, 투자 테이블이 각자 처한 위치와 역할에 따른 인식 차이가 존재함에도 검찰은 카카오 구성원 전부가 하나의 인식과 목표라는 모호한 표현을 써서 기소를 진행했다”며 “(원아시아 측 SM 지분 매입 관련) 김 위원장은 원아시아 주식매수 관련 공모는 물론 누구와 상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배 전 대표가 혐의를 받고 있는 원아시아와의 공모 과정을 김 위원장이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량보유상황 보고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는 “의결권은 공동으로 가지는 것이지만, 김 위원장은 관여하지도 알지도 못했다”며 “(주식 수 또한) 5%가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호인의 주장에 따르면 “원아시아는 카카오와 공동 보유관계가 아니고, 이를 제외하면 지분 5%를 넘지 않아 대량보유상황 보고의무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검찰 측 주장을 반박했다.

홍은택, 김성수, 강호중, 카카오엔터 법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2월 28일 SM 주식 매수는 객관적으로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고 볼 수 없으며, 이들에게서 시세조종과 관련한 고의를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동의했을 뿐, 공모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배재현 카카오 전 투자총괄대표가 2023년 10월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재현 카카오 전 투자총괄대표가 2023년 10월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기소된 배 전 대표의 재판이 무혐의로 끝난다면 김 위원장의 혐의도 풀릴 가능성이 크다. 배 전 대표가 무혐의를 받는다면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매입행위 자체가 시세조종이 아니라는 것을 뜻하고,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지시 및 공모 혐의 역시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달 28일 발생한 '법정 흉기 피습 사건'으로 인해 방청인에 기존보다 더 철저한 검문 및 검색이 이뤄졌다.     

또 다른 공판에 비해 방청인의 수가 많은 만큼, 법정 내부에서도 삼엄한 분위기에서 재판이 진행됐다. 검은 양복을 입고 출석한 김범수 위원장은 내내 덤덤한 표정으로 바닥이나 ppt를 보고 있었으며,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는 연신 손으로 얼굴을 감싸거나 위를 올려다보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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