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네이버·카카오 겨냥한 플랫폼 규제법…논리도 실효성도 없다”

미디어경영학회 특별세미나에 모인 전문가들 이구동성
이중규제 불과, 스타트업 생태계 보호 취지에도 안맞아
수년째 유사법안 발의·폐기 반복…진영논리는 이제 그만

  • 기사입력 2024.07.08 17:53
  • 최종수정 2024.07.08 17:54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 |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토종 빅테크 기업들이 R&D에 많은 비용을 들이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현재 상황에서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플랫폼 규제 법안의 방향성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독점 규제에 대한 법률이 이미 완성적으로 마련돼 있어서 이중 규제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 보호라는 취지에 맞지 않은 의도가 드러나고 있어서 법을 만들더라도 합리적인 법률 제정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회장 고려대 정윤혁 교수)는 지난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건강한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방안’이라는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몇 년 전 추진되다 흐지부지됐던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사전규제 성격의 플랫폼 법안이 다시 발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플랫폼 정책 설계에 필요한 기본 원칙과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기획된 세미나다.

이대호 교수
이대호 교수

이 자리에서 이대호 성균관대 교수와 임철민 고려대 박사는 각각 ‘글로벌 경쟁 시대의 플랫폼 정책’과 ‘국내 AI 생태계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현재 디지털 플랫폼 규제와 관련된 경제학적 분석과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의 우리나라 AI 산업의 위치를 조명했다.

이대호 교수에 따르면 2023년 발의된 박주민 의원안에는 시가총액 30조 이상 사업자를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포함시키고 있으나 2024년 발의된 오기형 의원안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내용을 제외했다.

이 교수는 “플랫폼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감소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을 염두에 두고 발의된 것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수년째 유사한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통과 법안을 찾기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근거 없는 법안이 반복 재생산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규제가 소비자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을 부당하게 겨냥하기보다 단계적 접근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정책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임철민 박사
임철민 박사

임철민 박사는 국내 AI 경쟁력을 진단하고 필요 요소를 점검하기 위해 카카오, 네이버, 통신사 등 국내 AI 관련 전문가 대상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현업 당사자들로부터 들은 업계의 주요 인식을 소개했다.

임 박사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AI 생태계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AI 전문인력, 자본, 데이터, 그리고 시장 규모의 한계로 AI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지난 5년간 국내 AI 투자 예산은 미국의 3% 수준에 불과했다”고 진단했다.

인력 및 자본, 데이터 확보 등 여러 면에서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리더들에 비해 열세여서 미국의 AI 경쟁력을 따라잡으려면 약 447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한 임 박사는 “지금의 정책 실책으로 디지털 기술 주권을 놓친다면 10년 후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박사는 “AI 시대 핵심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데이터 관련한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강화된 데이터 지원 정책과 함께 AI 시대에 맞는 전략 수립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미나 후반부에 진행된 패널 토론은 류민호 동아대 교수의 사회로 박아란 고려대 교수, 법우법인 건우 이지은 변호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정주연 전문위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조영기 사무국장이 참가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정주연 전문위원은 “최근 발의되고 있는 플랫폼 규제 법안들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한 접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함께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국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은 역설적이다”고 평가했다.

정 전문위원은 그러면서 2021년 중국에서 플랫폼 규제를 시작한 이후 월간 벤처 투자가 약 27%, 신규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이 약 19% 감소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지은 변호사는 플랫폼 규제법 추진에 대해 “이미 독과점을 규제하는 완성된 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행정 편의적으로 법안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합리적인 기준과 논리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한 이 변호사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중장기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품질을 저하시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기우에 가깝다”며 “객관적 수치가 담보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6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플랫폼 갑질을 규제하라 2차 배달의민족 항의 행동’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6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플랫폼 갑질을 규제하라 2차 배달의민족 항의 행동’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류민호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매출의 약 20%를 R&D에 집행하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전력투구를 다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턱없이 작은 규모의 국내 사업자들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윤혁 학회장은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진 디지털 주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가 건강한 플랫폼 생태계를 육성하여 그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심도 있는 연구와 합리적인 논의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며 “진영 논리에 따른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 산업과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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