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겹치기 규제에 편 갈라 싸우는 미디어 정부기관…“재구조화 시급”

방송협회 “미디어 시장 재획정 위해 방송 규제 체계 재정립 필요”
“규제 완화로 디지털 대전환 대응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해야”
방송학회 “유튜브가 중심인 시대, 모호해진 공공성부터 재정립하자”

  • 기사입력 2024.10.22 08:00
  • 최종수정 2024.10.22 18:20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 |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국내 미디어 산업은 전통적 규제와 새로운 환경 간의 충돌을 겪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개입과 법제도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미디어 규제 체계의 재정립과 방송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유튜브가 미디어환경의 중심이자 표준이 된 현실을 인정하고 달라지고 모호해진 공공성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방송협회는 10월 19일 국립공주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방송 규제 개혁을 위한 정책 거버넌스 혁신: 규제 개선 지체의 구조적 원인과 해소 방안 모색’을 주제로 개별 세션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미디어 시장의 재획정과 규제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미디어 규제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방송 규제 완화를 통해 디지털 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뒤따랐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 정체와 가입자 수 감소 위험 증대
유료방송 가입자 수 정체와 가입자 수 감소 위험 증대
레거시 방송광고 시장은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레거시 방송광고 시장은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VOD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VOD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OTT 성장에 따른 미디어 규제 개선 필요성

‘미디어 산업 안정화를 위한 미래지향적 정책 구조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박성순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OTT 플랫폼의 급성장과 전통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기존 규제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과 외주 제작 의무 편성 비율 규제 완화와 같은 변화가 있었지만, 더 근본적인 규제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성순 교수는 “2020년대 들어 OTT 산업이 급성장했으나, 기존 방송법과 규제 체계는 여전히 전통적인 미디어 구조에 맞춰져 있어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OTT와 전통 미디어를 포함한 수평적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자율 규제 체계를 구축해 미디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며, “정부는 공적 영역을 보호하는 동시에 민간 영역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각 부처 간 입장 차이로 인해 일부 법안은 계류 중인 상황이다.

박 교수는 “방통위, 방심위, 과기부, 문체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현행 미디어 규제 거버넌스는 복잡해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 지향점 구성을 어렵게 하고, 정책 효율성 또한 저해한다”며 여야 추천제로 구성되는 방통위의 정치 후견주의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의 등장으로 국내 방송사업자의 경쟁력이 급격히 상실되는 흐름 속에서 공정 경쟁을 위한 수평적 규제 체계의 도입과 규제 완화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중복된 영역에 있는 부처 간 입장 차이와 이기주의가 작동하면서 통합 미디어법 추진, 규제 개선과 같은 중차대한 과제가 모두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미디어 규제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변화된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합리적으로 재획정하여 국가가 확실히 책임져야 하는 공적 영역과 자율성을 극대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할 민간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에 맞춰 정책 규제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순 교수 발표 자료
박성순 교수 발표 자료

디지털 전환 직면…방송 규제 개혁 시급

‘방송 규제 개혁을 위한 정책 가치 모색과 개선 방향’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방송 법제가 큰 틀에서 개선되지 못하고 경직되고 낡은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노창희 소장은 “미디어 통합 법제 마련과 같은 큰 틀의 법제도 개편이 이뤄지기 전에는 미디어 시장에서 발생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노 소장은 특히 “경직된 규제의 지속은 방송사업자의 콘텐츠 제작과 수급을 어렵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콘텐츠 품질 저하를 만들고 실질적으로 공익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 소장은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가 디지털 대전환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으로서 허가사업자의 유효기간 확대, 재허가 부관 부가 원칙 확립, 네거티브 광고규제로의 전환, 방송심의 규정의 완화, 과도한 편성규제의 폐지 등 다양한 방송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노창희 소장 발제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OTT 플랫폼의 영향력이 급증하며 전통 방송 미디어의 수익 구조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국내 방송산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OTT 시장도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OTT 시장도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국내 OTT사업자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OTT사업자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노 소장은 “2023년 방송광고 수익이 크게 감소하고,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정체 또는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레거시 미디어 생태계 전체가 위기에 봉착했다”며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산업의 펀더멘털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콘텐츠 제작비 상승은 방송사들의 투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체 드라마 제작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노 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미디어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경직된 규제들을 완화하고, 자율성을 확대해 방송 미디어가 디지털 대전환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노 소장은 “방송 광고 규제를 단순화하고, 방송사에 부과되는 의무 편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정부의 규제 개편 없이는 방송사들이 글로벌 OTT와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 제작비는 증가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방송 제작비는 증가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디지털 동영상 광고 시장은 유튜브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사업자가 그 뒤를 추적하는 상황이어서 국내OTT 사업자의 광고 매출 증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디지털 동영상 광고 시장은 유튜브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사업자가 그 뒤를 추적하는 상황이어서 국내OTT 사업자의 광고 매출 증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종합토론에서는 김유정 MBC 전략편성본부 전문연구위원,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조성동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초빙교수, 최세경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해 각자의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방송학회는  10월 18일(금)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 시대 미디어 공공성과 공공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기획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방송학회는 10월 18일(금)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 시대 미디어 공공성과 공공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기획세미나를 개최했다.

유튜브가 핵심매체인 환경에서 모호해진 공공성

언론학회 학술대회 하루 전인 18일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하고 한국방송학회가 주관한 ‘디지털 시대 미디어 공공성과 공공미디어의 역할’ 특별세미나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세미나 첫 번째 발제자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영주 연구위원은 “유튜브가 핵심 매체로 부상한 현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다수를 위한 공공성 기준이 모호하다”며 소수의 개별적 관심이 다수의 공적 관심으로 확장될 수 있는 단계적 공공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영주 연구위원은 “정부 및 공공기관의 유튜브 채널 활용 방식이 기관 홍보에 그친다면 미디어 공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기관의 특성과 뚜렷한 목표를 바탕으로 공공 행정 서비스와 콘텐츠 서비스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인해 기존에 방송 미디어를 통해 운영되었던 공익 채널들의 위상과 역할이 도전받고 있다”며 공익 목적 디지털 콘텐츠 채널 운영에 있어 새로운 정책적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연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김규찬 국립창원대학교 교수는 “유튜브가 보편적 접근이라는 공공미디어의 기본적인 요건을 지녔다”고 말하며 수용자들의 인식과 기대 또한 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실장은 유튜브 채널에서 공익성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기존 방송 매체의 관성을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양방향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의 특수성과 채널의 정체성을 조화시킨 성과지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이용자 혹은 국민 개인의 만족이 결국 공적 가치로 이어진다”며 개인의 효용의 총합이 공공성이 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따라서 기존의 방송 중심의 공공성 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디어 공공성을 위해 유튜브 뿐만 다양한 플랫폼과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심염섭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공공 기관이 유튜브 채널을 활용할 시 분명한 목적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공 기관 유튜브 채널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믿음 동덕여자대학교 교수는 유튜브 채널이 공공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영방송이 추구하고 있던 다양성, 고품질 콘텐츠, 정확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수행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나아가 참여형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