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한민철 기자 ㅣ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이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상장을 통해 신제품과 첨단기술의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동시에 인도 시장을 통해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인도 증권시장에 현대차 인도법인(HMIL)이 상장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업공개(IPO)는 현대차 해외 자회사로서는 처음이다. 상장 공모에는 블랙록, 피델리티와 같은 유명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몰렸고, 공모가는 예측 범위의 최상단인 1960루피(약 3만 2000원)로 결정됐다.
공모가 기준 현대차 인도법인의 전체 공모금액은 33억 달러(약 4조 5500억 원)로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주식 배정을 위한 청약 경쟁률은 2.39대 1(청약 수가 공모 주식 수의 2.39배)에 달했다.
그만큼 이번 현대차 인도법인의 IPO가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뭄바이 인도증권거래소에 열린 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은 상장을 알리는 의미로 직접 타종에 나섰다.
정의선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IPO를 통해 더 좋은 제품을 생산·판매해 인도 소비자에게 가까이 가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으로 전진하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며 “인도 시장은 내수도 크지만, 수출도 많이 하기에 해외 시장을 같이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 “인도가 곧 미래”... 생산·판매 그리고 상생 거점 만들 것
현대차는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신제품과 첨단기술 개발 등 R&D(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을 중동·아프리카·남아시아 등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키울 전망이다.
세계 최대 인구수를 자랑하는 인도는 지난 2022년 기준 약 476만 대의 신차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미국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시장 규모에 해당한다. 이중 승용차 시장은 약 380만 대 규모로 오는 2030년에는 5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로 강력한 전동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전기차 생산 및 판매 거점으로서 인도 시장의 중요성을 진작에 깨닫고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현대차 인도법인의 IPO를 통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 커넥티비티 등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정 회장은 상장 기념식에서 인도 내 전기차 제품 생산 및 판매 계획에 관해 “충전 인프라 문제와 배터리 가격 문제는 시간이 흐르고 기술 개발이 더 되면 가격 인하도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라며 “6~7년이면 많은 부분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인도 정부가 전기차 전환을 강조하고 있어 기술과 가격만 맞춰지면 전기차 시장 전환은 시간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날 정 회장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예방해 인도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대한 참여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 회장은 “인도에서 전기차 모델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전기차 충전망을 설립하는 등 EV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도 정부와 협력하겠다”라며 “인도기술연구소의 현지 개발 체제를 완결해 글로벌 소형차 개발 허브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하고, R&D 우수 인력도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내년 1월 인도 현지화 모델인 크테라EV 출시와 함께 배터리시스템과 셀, 구동계 등 전기차 공급망을 현지화한다. 인도기술연구소와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 간의 지속적인 협력도 이어가며, 인도 전역의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정의선 회장은 인도 현지와의 상생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공장을 새롭게 설립하고, 인도 내 인재 양성 등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목표다.
정 회장은 “인도가 곧 미래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도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R&D 역량을 확장, 2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미래 기술의 선구자가 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이곳 인도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인도 진출 30주년... “혁신 너머로 나아간다”
내년에 인도 진출 30주년을 맞는 현대차는 ‘모빌리티 혁신기업, 그리고 그 너머’를 목표로 2030년 중장기 전략을 수립 중에 있다.
우선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푸네에 20만대 이상 규모의 신공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푸네공장은 지난해 GM으로부터 인수했으며, 현대차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적용해 20만 대 이상 생산이 가능한 거점으로 설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푸네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 4000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기아까지 합하면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약 150만 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인도 첫 현지 생산 전기차를 선보이며, 인도 전기차 시장 성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올해 말 첸나이공장에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고,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