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내년 대기업 임원 인사 승진 폭이 다소 줄고 임원 자리도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고위 임원층의 대대적 변화가 있을지 관심사다. 여성 임원이 다수 배출될 가능성이 높은 한편, 총수 일가 세대 교체가 급물살을 타면서 80년대생 임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올해 연말 '2025년 대기업 임원 인사' 키워드를 '시프트 키(SHIFT KEY)'로 요약해 27일 발표했다.

시프트 키는 각각 ▲임원 축소 등 조직 슬림화(Slim) ▲고위층 임원 교체 등을 통한 변화 모색(High-level Change) ▲국제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할만한 인재 부각(International-Issue) ▲여성 임원 증가(Female) ▲미래 먹거리 이끌 기술 인재 전면 배치(Tech)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전략형 인재 중용(Kick-turn) ▲환경·안전·지배구조 등 ESG관련 임원 강화(ESG) ▲80년대생 등 젊은 인재 다수 발탁(Young)을 의미한다.
유니코써치는 내년도 100대 기업 임원이 올해보다 평균 3~4% 정도 하락한 7100~7200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단행한 LG그룹 임원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발탁 임원수는 작년 대비 13% 줄어든 121명이었다. LG는 “조직 슬림화 및 승진 규모 축소를 통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대외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 삼성과 SK, 롯데 등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고위 임원층 인사에 영향을 끼칠 또 다른 변수로는 이사회 구성원에 속하는 주요 경영진의 임기 연임 여부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니코써치 조사에 따르면 4대 그룹(삼성, SK, 현대자동차, LG) 계열사 중 내년 상반기 중에 임기가 공식 끝나는 사내이사는 219명에 달했다. 이중 대표이사급만 100여 명에 육박한다.

국제 정세에 발 빠르게 대응할 인사들은 전면 배치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유연하게 대처할만한 적합한 인재가 중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지난 15일 현대차는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을 CEO(최고경영자)로 발탁하기도 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담당 사장은 내년 1월 1일자로 현대차 대표이사 임무를 수행하며 트럼프발 위기를 뚫고 미국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임무를 맡을 전망이다.
여성 임원은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올해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은 463명으로 최근 5년 연속 증가세다. 유니코써치는 연말 인사를 통해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생 여성 임원이 다수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일반 임원 중에서도 1970년대 후반 출생자를 비롯해 1980년 이후 출생자들이 임원 인사에서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현재 국내 100대 기업 임원 7400여 명 중 1975년 이후 출생자는 18.7%로, 올해 연말 2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80년대생도 임원으로 약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임원들과 비교해 전문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젊은 리더십으로 조직원 소통 또한 원활해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례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1980년대생 임원은 총 38명이다. 지난 2022년 20명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들은 모두 상무급 임원으로 차세대 기술 연구, 메모리 상품기획, 영상디스플레이, 모바일 경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테크 분야의 사업들을 맡았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2025년 임원 인사는 역동성을 키우기 위해 젊은 임원들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MZ세대에서도 임원으로 합류하는 이들이 다수 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