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2025년 Z세대 ‘화양연화’는 계속된다

[브리핑 지] 스트리밍 통해 더 광범위한 영화 발견하는 Z세대

소셜 영화 플랫폼 ‘레터박스드’, 새로운 영화감상 방식을 전파하다
영화에 대한 열정 공유하는 사람들간 소통 창 열고 커뮤니티 육성

  • 기사입력 2025.01.03 08:00
  • 기자명 박주범 기자

더피알=박주범 기자 | 세계적으로 리마스터링된 고전영화의 재개봉이 활발하다. 런던의 프린스찰스 극장에서는 왕가위 감독의 2000년 작품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가 팬데믹 이후로 거의 쉬지 않고 상영되고 있다.

‘화양연화’ 등 고전영화들이 재발견되고 있다. 가디언 보도 캡쳐
‘화양연화’ 등 고전영화들이 재발견되고 있다. 가디언 보도 캡쳐

가디언(Guardian) 보도(12월 23일자)에 따르면, 이 극장의 핵심 상영 프로그램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프린스 찰스극장의 프로그램 책임자인 폴 비커리(Paul Vickery)가 입사했던 2007년 당시만 해도 ‘웨인즈월드(Wayne's World)’나 ‘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 같은 메이저 영화는 300석 규모 대형 극장에서 상영되고, ‘배리 린든(Barry Lyndon)’, ‘아름다운 직업(Beau Travail)’ 같은 예술 영화는 100석 규모 작은 극장에서 상영되었는데 이제 반대가 된 것이다.

‘베를린 천사의 시(Wings of Desire, 1987)’와 ‘미국인 친구(The American Friend, 1977)’ 등이 상영된 빔 벤더스 회고전은 최근 박스오피스에서 배급사의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높은 22만 5700파운드(약 4억 1400여만원)을 벌어들였고, 1993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첸 카이거의 ‘패왕별희(Farewell My Concubine)’는 북미 재개봉을 통해 약 35만 달러(약 5억 1300여 만원) 수익을 올렸다.

콘서트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는 재개봉으로 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사진=A24
콘서트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는 재개봉으로 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사진=A24

이 영화들이 DVD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한 홈 엔터테인먼트 채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라는 것과 함께 관람객들의 연령대는 놀라움을 안겨준다.

조나단 드미(Jonathan Demme) 감독의 토킹헤즈(Talking Heads) 콘서트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Stop Making Sense)’는 영화제작사 A24가 4K로 복원 후 2023년 재개봉해 약 700만 달러(약 103억원)를 벌어들였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본 관객이 3/4이었고, 60%는 1984년 첫 개봉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소셜 영화발견 플랫폼 레터박스드(Letterboxd)가 ‘열린 마음’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영화관람 방식을 영화 팬들에게 전파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젊은 세대들이 움짤(GIF)에 익숙해지면서 집중력이 짧아진 나머지 영화 산업의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코로나 격리기간 동안의 온라인 시청을 통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영화가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레터박스드 사용자는 ‘젊은 세대’ 그중에서도 특히 ‘남성’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프=유스캔 데이터
레터박스드 사용자는 ‘젊은 세대’ 그중에서도 특히 ‘남성’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프=유스캔 데이터

2024년 현재 13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중인 레터박스드의 사용자는 젊은 세대에 집중되어 있다. 소프트웨어 분석 플랫폼 유스캔(youscan.io)의 ‘청중 데이터 분석(Audience Insights)’에 따르면 활성 사용자의 약 절반이 35세 미만이고, 대부분은 16~24세다.

2023년 1월에서 2024년 4월 사이에 레터박스드에 기록된 영화 중 당해 연도 개봉작은 24% 미만이었다. 즉, 레터박스드에서 구축된 영화 애호가 커뮤니티는 추천 영화 및 큐레이션 목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Z세대들에게 고전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팬데믹 동안 레터박스드에서 1990년대 대만 영화에 심취했던 25세 미만의 젊은이들은 오래된 레퍼토리를 상영하는 영화관에 모여들고 있다.

영국에는 현재 1500개가 넘는 고전영화상영관이 있는데, 이는 코로나 이후 50% 증가한 수치다.

고전영화 배급사 파크써커스(Park Circus)가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영국과 아일랜드의 고전영화 시장은 2019년 이후 139% 성장했다.

영화 감상 경험을 완전히 바꾼 소셜 영화발견 플랫폼 레터박스드
영화 감상 경험을 완전히 바꾼 소셜 영화발견 플랫폼 레터박스드

레터박스드 사용자 수는 팬데믹 전후로 약 두 배 가량 증가했다. 레터박스드 저널의 제마 그레이스우드(Gemma Gracewood) 편집장은 “레터박스드에서 사람들은 매주 시청 파티를 열고, 친구그룹과 목록을 만들고, 어떤 영화를 볼지 게임을 해서 선택하고, 발견한 영화를 서로에게 보도록 한다”고 말했다.

1950~60년대 프랑스 감독들이 주류를 이루는 베이비붐 세대의 ‘사이트 앤 사운드(Sight and Sound)’ 100대 영화 목록과 비교해보면 레터박스드 목록(Top 100)의 거물들은 대부분 유럽이 아닌 아시아 출신이라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여기에는 쿠로사와 아키라(5개 영화), 고바야시 마사키(4개), 봉준호(3개), 미야자키 하야오(2개), 에드워드 양(2개), 박찬욱(2개) 등이 포함돼있다.

최근 CGV 아트하우스에서도 양조위 배우의 영화 12편을 상영했다.
최근 CGV 아트하우스에서도 양조위 배우의 영화 12편을 상영했다.

퓨어 시네마 팟캐스트(Pure Cinema Podcast)의 진행자 브라이언 사우어(Brian Saur)는 이런 현상에 대해 외국TV 드라마 덕분에 시청자들이 자막에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재개봉작으로 200만 달러(3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화양연화’를 비롯해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Paris, Texas)’, 에릭 로메르(Eric Rohmer)의 ‘녹색광선(The Green Ray)’,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 on Fire)’ 등의 작품을 언급하면서 Z세대 취향에서 그리움이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관객이 영화에 참여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레터박스드는 이전에는 개인적이었던 영화감상 경험을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활동으로 바꾸었다. 사용자가 리뷰를 쓰고, 서로 팔로우하고, 영화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소셜 상호작용 경험에 중점을 두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또한 계층화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취향에 대한 판단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이 무엇을 선호하는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아마추어와 전문가, 틈새시장과 주류시장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온라인 공간은 영화광들이 번성하는 환경이 되어 특정 그룹의 게이트 키퍼 역할보다 커뮤니티 육성이 우선되고 있다.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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