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단독] CJ올리브영, ‘100억 매출 중소기업 상생 브랜드’ 보도자료 왜곡 의혹

중기 상생 보도자료 ‘선택적 조사?' 인기 PB브랜드는 제외
고의적 조사 대상 제외한 CJ올리브영, 고매출 브랜드 빼고 '중소기업 상생'강조
공정위 납품업체 갑질 논란 해소 위한 상생 자료?

  • 기사입력 2025.02.11 09:00
  • 최종수정 2025.02.11 14:45
  • 기자명 한민철 기자

더피알=한민철 기자 ㅣ CJ올리브영(대표이사 이선정)이 최근 발표한 ‘2024년 100억 매출 브랜드’ 관련 왜곡 의혹이 제기됐다. 입점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 조사 결과 국내 중소·중견 브랜드가 상위 10위에 올랐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들에 비해 매출 규모가 뒤지지 않는 일부 브랜드를 조사 대상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CJ올리브영이 ‘100억 매출 브랜드’ 보도자료 일부 내용에 대해 왜곡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뉴시스
CJ올리브영이 ‘100억 매출 브랜드’ 보도자료 일부 내용에 대해 왜곡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9일 올리브영은 ‘CJ올리브영, 연 매출 100억 클럽 브랜드 사상 첫 100개 탄생’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자료에는 지난해 CJ올리브영 입점 브랜드 중 올리브영 내에서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브랜드가 100개를 기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대부분의 언론들도 보도자료에 근거해 보도했다. 

최근 수년간 CJ올리브영은 이같이 전년도 100억 매출 브랜드를 주제로 한 조사 결과를 연초에 발표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22년 61개, 2023년 83개에서 지난해 100개로, 100억 원 이상의 매출 브랜드가 매년 증가해 왔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보도자료에서 “연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가 한국 중소·중견기업 브랜드로 채워졌다”고 밝히며 구달과 넘버즈인, 닥터지 등의 브랜드를 언급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발표에서도 “2020년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 중 국내 중소 브랜드는 4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이 중 7개가 신진·중소 K뷰티 브랜드였다”라고 말했다. 국내 중소 브랜드가 CJ올리브영과 손잡은 뒤 국내외 대형 브랜드를 제치고 상위 10대 매출 브랜드에 오른 것을 강조한 것이다.

언론도 CJ올리브영의 중소기업 상생 경영의 모범사례로  평가하며 , ‘중기 뷰티, 올리브영 만나고 매출 훨훨’, ‘중소 뷰티 기업 발판 올리브영’, ‘올리브영-중소 K뷰티 동반성장 결실’ 등 올리브영이 중소 브랜드의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는 점을 기사의 제목에서부터 호평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9월경 경쟁사 판촉 행사 불참 강요 논란을 빚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는 등 잡음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올리브영은 여론 반전에 나설 필요가 있었고, 이번 보도자료를 통해 ‘중소 뷰티 브랜드 성장을  견인한다’는 이미지 회복과 중소 뷰티 브랜드와의 상생과 성장 견인 지원의 결과물이라는 홍보 효과를 누렸음이 분명했다.

‘100개 브랜드의 명단’ 꼭꼭 숨기는 CJ올리브영

CJ올리브영은 100억 이상 매출 브랜드의 수가 매년 늘고 있다면서도 그중 극히 일부 브랜드만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발행한 임팩트 리포트(2024 OLIVE YOUNG IMPACT REPORT)에서도 2023년 기준 올리브영에서 100억 판매고 달성 브랜드 중 중소 브랜드의 비율이 51%라며 수치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이다.

과연 어느 곳이 100억 매출을 올린 100개 브랜드라는 것인지  추가 취재를 위해 올리브영 측에 해당 브랜드 100곳의 명단을 요구했다. 보충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됐지만 , 복수의 언론 매체에서도 똑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리브영 측은 해당 업체 브랜드와 관련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회사 방침상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에 본지는 CJ올리브영이 이번 보도자료에서 연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라고 밝힌 ▲구달 ▲넘버즈인 ▲닥터지 ▲라운드랩 ▲롬앤 ▲메디힐 ▲바닐라코 ▲어노브 ▲클리오 ▲토리든을 제외한 나머지 90개 브랜드가 어디인지 합리적으로 추정해 파악해 보기로 했다. 

우선 CJ올리브영 온라인몰에 제시된 1000개 이상의 브랜드를 대상으로, 이중 뷰티 제품군을 11개(스킨케어, 마스크팩, 클렌징, 선케어, 메이크업, 뷰티소품, 더모코스메틱, 헤어케어, 바디케어, 향수·디퓨저, 네일) 카테고리로 나눠 각 부문의 세부 카테고리의 판매량 상위 브랜드를 나열했다. 

각 세부 카테고리에 속한 제품이 100개 이상이면 상위 32위까지, 그 이하면 상위 10~15위까지로 정리했다. 그렇게 브랜드별로 이 순위에 얼마나 많이 속해있는지(중복 포함) 그 수치를 더했다. 

예를 들어, 스킨케어 카테고리에서 ‘아누아’ 브랜드의 경우 세부 카테고리인 스킨·토너에서 3번, 에센스·세럼·앰플에서 1번, 크림 1번, 로션 1번, 스킨케어세트 1번씩 각각 상위에 들어  총 7번을 7점으로 점수를 매겼다.

이렇게 세부 카테고리에서 파악한 수치를 카테고리별 브랜드 점수로 나열했고, 11개 전체 카테고리에서 드러난 각 브랜드의 점수를 다시 합산했다. 그렇게 총합이 높은 브랜드 순으로 약 200곳을 정리했다. 역시 올리브영이 보도자료에서 공개한 연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는 총합이 높은 편에 속했다.

연도별 올리브영 연매출 100억원 브랜드 수 추이. 사진=올리브영
연도별 올리브영 연매출 100억원 브랜드 수 추이. 사진=올리브영

다음으로 올리브영 온라인몰의 브랜드별 페이지에서 알 수 있는 ‘좋아요 수’와 ‘취급 제품 개수’, ‘제품별 좋아요 수’, ‘리뷰’ 등을 파악해 다시 150여 개로 축소했다. 

이중 운영사의 최근 연 매출이 100억 원 전후이거나, 상품 종류가 많지 않거나, 올리브영 외에도 판매 창구가 다양한 브랜드는 아무리 이름이 알려졌더라도 과감히 제외했다. 이번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100억 이상 매출이 브랜드별 전체가 아닌 ‘올리브영 내에서 판매해 발생한 매출’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올리브영 단독 기획 상품과 ‘올영 어워즈’, ‘올영 픽’ 상품 등 올리브영을 통해 공격적인 홍보가 이뤄진 브랜드는 포함했다. 그렇게 좁혀진 110개 중, 올리브영 주요 매장들을 방문해 매출이 애매한 브랜드의 판매 정도와 소비자의 선호도 등을 직접 물어 다시 추렸고, 보름에 걸쳐 조사한 끝에 최종 100개 브랜드를 파악했다.

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됐다. 각 조사 결과가 올리브영이 공개한 연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의 매출에 뒤처지지 않거나 심지어 꽤 앞서는 브랜드가 다수 존재한 것이다. 

CJ올리브영, 선택적으로  인기 상품 조사에서 제외 의혹

앞서 언급했듯이 올리브영은 보도자료에서 ▲구달 ▲넘버즈인 ▲닥터지 ▲라운드랩 ▲롬앤 ▲메디힐 ▲바닐라코 ▲어노브 ▲클리오 ▲토리든을 지난해 입점 브랜드 중 연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로 소개했다. 

100억 이상의 매출 기록 100개 브랜드를 조사하면서, 이들 10개 브랜드가 각 조사 결과 상위권에 속한다는 점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인기 브랜드 중에서 판매량 합산 수치, 좋아요 수, 취급 제품 개수, 제품별 좋아요 수, 그 밖의 여러 기준에서 이들보다 앞서는 곳이 다수라는 점에서  선택적으로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 결과 올리브영 측이 이번 보도자료의 조사 대상 중 PB 브랜드를 애당초 제외했다는 사실도 추가 취재 결과 밝혀졌다.

다시 말해, 지난해 기준 수년간 연 매출 성장률이 35%인 ‘웨이크메이크’와 해외 시장에서까지 높은 매출을 견인하는 ‘바이오힐보’, ‘브링그린’ 등은 아예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에 연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는 물론, 100억 원 이상 매출 기록 100개 브랜드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의미다. 

올리브영은 보도자료에서 ‘입점 브랜드 중 올리브영에서 2024년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브랜드’라며 ‘입점 브랜드’가 조사 대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 

올리브영 PB 역시 입점 브랜드다. 심지어 올리브영의 전체 매출에서 PB 브랜드의 매출 비중이 약 7%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브랜드가 올리브영이 보도자료에서 말한 연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의 매출에 반드시 뒤진다고 볼만한 이유도 없다.

돌이켜보면 CJ올리브영은 그동안 수년간 100억 클럽 브랜드에 관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들 인기 브랜드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100억 브랜드 선정은 단순히 2024년 올리브영 내에서의 매출기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그 외 다른 어떤 변수도 개입되지 않았으며, 올리브영 채널과 함께 성장한 중기, 중견 브랜드를 조명하기 위한 자료로 전체 모수에 자체 브랜드는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자체 브랜드를 포함시킨다 해도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과거 발표 시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처음에는 마치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가”라는 취지로 말했지만, 내년부터는 지금까지 제외한 브랜드를 조사에 포함하거나, 해당 브랜드를 제외했다는 점을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혹의 화살은 왜 올리브영이 일부 인기 브랜드를 의도적으로 제외한 채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지에 향했다. 

당연히 해당 브랜드를 조사해 포함한다면, 이중 일부 또는 다수가 연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올리브영은 이번 보도자료에서 “연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가 한국 중소·중견기업 브랜드로 채워졌다”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아름다운 동반성장이라는 드라마틱한 문구를 넣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중소 뷰티 기업 발판 CJ올리브영’ 이라는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 상승과 홍보 효과는 거둘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런 목적에서  중견 기업이나 PB 인기 브랜드를 제외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올리브영은 100억 판매고 달성 브랜드 중 중소브랜드 비율이 51%라고 했지만, 이 역시 다소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2024 OLIVE YOUNG IMPACT REPORT 캡처
올리브영은 100억 판매고 달성 브랜드 중 중소브랜드 비율이 51%라고 했지만, 이 역시 다소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2024 OLIVE YOUNG IMPACT REPORT 캡처

특히 앞서 언급한 지난해 10월 발행한 올리브영의 임팩트 리포트 상의 ‘100억 판매고 달성 브랜드 중 중소 브랜드의 비율 51%’ 도 사실과 달랐다.

이번 보도자료와 같이 조사 대상에 일부 브랜드를 포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51%는 중소뿐 아니라 다수 중견 브랜드도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중소 브랜드 51%’는 왜곡된  데이터라는 의미다. 이쯤 되면 어디까지가 허위 또는 데이터 왜곡인지,  CJ올리브영 발표 자료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는 대목이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51% 역시 자체 브랜드는 제외하고 집계한 수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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