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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한민철 기자 l IBK기업은행이 대규모 부당대출 사고로 혼란에 휩싸였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강력한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여기에는 과거 대출 사고로 인해 내놓은 ‘실패한 사후 대책’과 유사한 내용도 담겨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쇄신안을 두고 “미봉책”이라거나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존 대책을 보완하고 더 강한 내부통제 방안을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김성태 행장은 지난 3월 26일 기업은행 본점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IBK 쇄신 계획’을 발표했다.
전날 금융감독원은 기업은행 전현직 직원 약 82명이 연루된 882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 건에 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김 행장은 “이번 일로 IBK에 실망했을 고객님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 행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을 약속했다.
이번 부당대출 사고로 인해 기업은행으로서는 대외 이미지와 내부 분위기 등에 있어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우선 부당대출의 상당한 규모 때문이다. 금감원이 밝힌 기업은행의 이번 부당대출 금액은 58건에 882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2월 4일 금감원의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 결과’ 발표 자료에서 제시된 시중은행별 부당대출 건수와 금액에 있어 우리은행(101건·2334억)과 KB국민은행(291건·892억), NH농협은행(91건·649억)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규모다.
특히 수검 과정에서도 논란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8월 기업은행은 이번 부당대출에 관한 내용을 제보받고 9~10월 중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 측이 해당 조사 결과 중 일부를 누락·축소해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올해 1월 금감원이 검사에 나서자 일부 직원들은 부서장 지시로 자체 조사 자료 일부와 사내 메신저 기록까지 삭제했다고 한다.
한계 극복 위한 ‘2차 필터링’ 조직 신설
기업은행은 이번 사고로 인한 쇄신 대책을 위해 ‘쇄신위원회’를 출범, 친인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현직뿐 아니라 가족과 입사동기 등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내부자의 친인척 정보를 관리한다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같은 사고가 반복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과거에도 기업은행이 유사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무산된 바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윤종원 당시 기업은행장은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던 기업은행 직원의 76억 원 규모 셀프대출 사고에 대한 후속대책으로 직원과 배우자의 친인척에 대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부 규정 및 전산 시스템 마련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 1년이 지나도록 내부통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언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소속 임직원 가족의 개인 정보와 대출 정보를 대조하는 방식이 개인정보 침해 등 법적인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시스템 마련에 난항을 겪은 것이었다.
이런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는 사이에 이번 부당대출 사고가 재발했다. 이에 친인척 데이터베이스 구축 대책 역시 현실화하기 힘들고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지적은 분명 타당한 측면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직원의 친인척에 관한 정보를 무리하게 수집하려 한다면 개인정보 관련법 상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직계 가족이라면 몰라도 이번 부당대출 사고처럼 지인까지 연루된 만큼, 친인척을 어디까지 설정하는지 그 기준을 두고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친인척 데이터베이스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기업은행은 이번 대책 발표에서 그 한계를 깨닫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도 마련했다.
바로 ‘승인여신 점검 조직’을 신설한 것이다. 해당 조직에선 이미 대출 승인이 이뤄진 건에 대해서도 사후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재점검하는 기능을 할 예정이다.
사실 기업은행은 친인척 데이터베이스 구축과는 별도로 대출 심사 시 고객이 임직원 친인척인지 여부를 체크하는 항목을 기존부터 도입하고 있었다. 또 임직원은 자신이나 동료 직원의 친인척 대출 여신 상담을 담당했을 때, 이를 파악해 준법감시인에 보고하게 돼 있다.
이는 기업은행뿐 아니라 다른 금융권에서 일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내부통제 제도이기도 한데, 결국 임직원 개인의 양심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방안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만약 직원 일부와 친인척을 동원해 부당대출을 하기로 작정했다면, 이와 같은 친인척 여부 체크 및 보고 대책과 친인척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내부통제 방안도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승인여신 점검 조직이라는 제3의 조직이 대출 심사 과정에 개입한다면 영업과 심사 업무를 철저히 분리하고, 이해상충의 여지를 재차 걸러내면서 앞선 내부통제 방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성태 행장의 진일보한 대책 마련... 남은 건 ‘실행’
은행권에서는 부당대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과하더라도 더 강력한 내부통제 방안’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쇄신 계획을 발표한 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향후 모든 대출 과정에서 담당 직원과 심사역으로부터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를 받을 방침이다. 해당 확인서를 통해 대출 업무 관련 담당별 주의를 환기하고, 문제 발생 시 엄중한 처분을 받게 된다는 점도 명확히 하기 위한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기업은행은 내부통제를 무력화하는 부당 지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부당지시자를 엄벌하고, 이를 이행한 직원도 처벌해 적극적으로 부당 지시 이행을 거부토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이번 쇄신 계획에 포함했다. 이에 독립적인 내부자신고 채널 신설, 내부고발자에 대한 불이익 원천 차단, 자진신고자 면책 조치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부당 행위를 점검하는 검사 업무를 쇄신하기 위해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사 자문단’도 운영하면서 승인여신 점검 조직과 같은 제3의 조직을 통한 2차·3차 필터링 역할도 강화할 방침이다.

부당대출 사고는 어느 은행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아무리 내부통제가 철저하더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람을 감시한다는 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사고 발생 그 자체가 아닌, 진심어린 반성과 성찰 그리고 얼마나 현실적이며 근본적인 사후 대책을 내놓았는지다.
김성태 행장은 이번 쇄신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이 있어도, 우리 스스로가 변화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쇄신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임직원 모두가 ‘곪은 곳을 송두리째 도려내어 완전히 새롭게 거듭난다’는 환부작신 자세로 업무에 임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김 행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기존보다 한발 나아간 이번 대책은 그 고민의 흔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쇄신안에 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실행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한편, 기업은행은 지난 3월 31일 IBK 쇄신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지난주 발표한 IBK 쇄신 계획 실행에 속도를 낸다고 밝혔다.
IBK 쇄신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외부전문가 3명과 기업은행 준법감시인 및 경영전략 담당 부행장이 내부위원으로 참여해 IBK 쇄신 계획이 철저하게 이행되는지 점검하고 이사회에도 보고해 실행력을 높일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현직 임직원 뿐만 아니라 전직 임직원 및 외부인도 위법・부당행위를 제보할 수 있도록 내부자 신고제도를 개선하고, 내부 제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등 제보자 보호를 강화해 자유롭게 내부・외부 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번 쇄신위원회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신속하고 지속적인 쇄신 계획 실행을 위해 쇄신위원회 회의를 수시로 개최하기로 하는 등 쇄신안의 조기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