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PR解 : 기업의 어떠한 오해나 현안에 대해 잘 설명하여 분명(分明)한 팩트를 풀(解)어 밝혀주는 보도입니다.
더피알=한민철 기자 ㅣ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결정이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한화그룹은 대주주의 적극적인 행보와 언론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지난 17일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가 이달 8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심사 결과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20일, 한화에어로 이사회가 3조 60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데 대한 조치다. 금감원은 즉각 중점 심사에 착수, 같은 달 27일 한화에어로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 측은 지난 8일 유증 규모를 기존 3조 6000억 원에서 2조 3000억 원으로 축소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금감원은 이를 반려하고 재차 정정을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10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한화에어로 유증 심사에 대해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구애 없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하겠다”며 날 세운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 유증의 계기에 “방산 수요 급증에 따른 해외 생산 거점 마련 등의 사업적 목표”라는 사측의 입장과는 달리,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금감원의 압박 수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초 한화에어로는 이달 21일 1차 발행가액을 확정하고 24일을 신주배정 기준일로 하는 유증 계획을 세웠다. 금감원의 추가 정정 요구가 없었다면 이번 유상증자 신고서의 효력 발생일은 23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정 요구로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3개월 이내 정정신고서를 새로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의 심사가 한화 측의 사정에 맞춰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는 만큼, 한화는 향후 유증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화에어로 유증→경영권 승계” 시민단체·정치권 맹공
한화에어로는 금감원의 이번 2차 정정 요구에 대해 유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보완 절차로 받아들이고, 해당 사항을 자세히 검토해 성실히 답하겠다는 짤막한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사실 이번 한화에어로 유증 이슈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매우 따갑다. 한화에어로가 유증 직전에 1조 3000억 원을 들여 계열사인 한화에너지와 이 회사의 100% 자회사인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의 지분 7.3%를 사들였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김승연 한화 회장의 3남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로, 업계에서는 향후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3남이 지배하는 회사에 1조 3000억 원이라는 거금이 흘러 들어갔음에도,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의 대규모 유증으로 다른 한화에어로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또 한화에너지가 확보한 1조 3000억 원이 장기적으로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3남이 증여받는 데 쓰일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3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다른 주주들에 피해를 끼쳤다는 여론의 비난이 점점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금감원이 한화에어로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심사에 나섰고,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한화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유증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한화에어로의 유증 이슈에 대해 언급하면서, 김승연 회장이 3남에 지분 증여 시 주가가 떨어지면 증여세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김승연 회장, 의혹 불식위해 전면에 나서
이런 여론의 질타에 한화 측은 매우 침착하면서도 철두철미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가 전면에 나서 여러 의혹을 신속히 불식하기 위한 다소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유증 발표 직후인 3월 23일 김동관 부회장이 약 30억 원에 달하는 한화에어로 지분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도 각각 약 9억 원, 8억 원의 자사주를 사들인다고 밝혔다. 주식 매입 재원은 김 부회장 등이 각자 지난해 한화에어로에서 수령한 급여로 마련하기로 했다.
당장 끓어오른 유증 이슈로 인한 주가 하락 우려와 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목적이었다. 당시 한화 측은 김 부회장의 주식 매입을 두고 “책임 경영 실천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같은 달 31일, 김승연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 중 11.32%를 김동관 부회장 등 3남에 증여했다.
한화에너지가 확보한 1조 3000억 원이 김 회장의 ㈜한화 지분을 3남이 증여받는 데 쓰일 것이라는 의혹을 조기 진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해당 증여로 김동관 부회장 등이 내야 할 증여세는 약 221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한화의 주가는 최근 3년간 2~3만 원대에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 크게 올라 3월 31일 종가 기준 4만 950원에 달했다. 우려와는 다르게 오히려 주가가 오르면서 오너 일가가 내야 할 증여세의 규모는 기존보다 더 커진 것이다.
무엇보다 해당 증여세는 증여 개시일(4월 30일) 전후 각각 2개월(3·4·5·6월)의 평균 주가로 결정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화 측이 증여세를 절감할 목적이었다면 굳이 주가가 크게 상승한 이 시점에 증여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화그룹은 “유상증자는 미래 사업과 관련된 것일 뿐, 승계와 무관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김승연 회장이 증여를 빠르게 결심한 것”이라며 “주가가 높아 증여세를 더 내면서까지 오해를 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증여로 향후 3남이 보유한 ㈜한화 지분은 한화에너지 보유 지분(22.16%)과 합쳐 총 42.67%가 될 예정이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 보유 지분 9.77%와 한화에너지 보유 지분 50%를 통해 ㈜한화에 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분 11.08%를 종합하면 실질적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승계에 활용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한화에너지에 흘러간 1조 3000억 원을 3남이 어떻게 써보기도 전에 사실상 승계를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한화 측은 여기에 더해 지난 8일 한화에어로의 3조 6000억 원의 주주배정 유증 규모를 2조 3000억 원으로 축소한다고 발표, 이날 한화에어로는 이 같은 내용으로 정정 공시했다. 나머지 1조 3000억 원은 오너 일가가 한화에너지가 참여하는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다.
이 방식이 확정되면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의 1조 3000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증에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되며,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 매각대금으로 한화에너지에 지급한 1조 3000억 원이 결과적으로 한화에어로에 되돌아가는 꼴이 됐다. 반면 한화에어로의 주주배정 유증에 참여하는 소액주주들은 15%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는 언론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개최, 이번 유증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소명에 나섰다.
이날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유증 추진 과정에 대해 “분명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며 여론의 비난에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안 사장은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주, 언론,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따가운 질책과 염려의 말씀이 있었고, 아무리 경영적으로 옳은 방향이더라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유상증자 규모 축소와 제3자 배정 증자를 결정했다”며 “1조 3000억 원을 되돌리는 방법도 대주주들은 일반주주들이 받는 15%의 할인 없이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대기업의 유증 또는 합병 등으로 인한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이슈가 떠오르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한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거나 “편법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엄밀히 현행법을 어기지 않았고, 위법이라는 증거도 없다” 등의 형식적인 대응이 대부분이었다. 이슈의 중심인 대주주는 회사의 뒤에 숨어서 침묵을 지키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에 반해 한화 측은 제기된 의혹 하나하나에 신중히 대응하는 동시에, 대주주의 신속하고 파격적인 결단과 언론과의 적극적인 PR을 통해 유증 논란에 대한 여론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