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문용필 객원기자 |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PR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리스크로 인한 후폭풍과 이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특히 미디어 교육이나 이미지 관리가 비교적 체계적이지 않은 인플루언서에게 위기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된 인플루언서의 위기관리, 특히 사과 커뮤니케이션은 하나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굳어진 듯하다. 분장이나 화장을 하지 않은 수수한 모습과 어두운 배경, 생기 없는 말투와 눈물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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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있다. 2023년 한국언론학보 67권 3호에 게재된 ‘유튜브 인플루언서의 사과 영상 내용분석’(저자: 송다은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미디어학과 박사과정, 윤영민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그것이다.
1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유튜브 인플루언서의 사과 영상 61개를 분석한 이 논문은 크게 ‘부인’과 ‘책임 회피’ ‘사건의 공격성 축소’ ‘개선 행위’ ‘사죄’라는 5가지 유형을 이미지 회복 전략으로 제시했다.
분석 결과 사죄는 모든 사과 영상에 활용됐으며 그다음은 개선행위, 책임 회피, 공격성 축소, 부인 등의 순이었다. 잘못을 인정하거나 후회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과 영상에 포함됐지만 용서를 구하거나 보상을 제시하는 내용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사과의 주제를 보면 인플루언서의 부적절한 행동이나 말실수에 대해 시청자 등이 제기한 문제 상황이 가장 많았다. 영상에서 언급한 사과 영상 후 후속 행동은 스스로에 대한 개선이 3분의 1가량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은 콘텐츠의 개선, 유튜브 휴식 순이었다.
이중대 메시지하우스 대표는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위기 시 ‘채널 내 사과’ ‘일정 기간 활동 중단’ ‘복귀’ 영상으로 마무리하는 구조를 반복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한계를 가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과문의 구조나 논리의 부재로 진정성이 의심받기 쉽고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기억이나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다. 또한 자숙 후 복귀 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설명하지 않으면 팬들도 마음의 정리를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위기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메시지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대응 타이밍이다. 대대적인 언론 보도나 소셜 미디어 대화량이 증폭되는 시점에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다른 이들이 ‘대신’ 말하기 시작하고 논의의 주도권이 넘어간다는 것이다.
때문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1차 반응이 필요하고 그 이후엔 이슈의 성격을 정의하는 메시지, 그 다음에는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한 ‘공식 사과 또는 해명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위기 이후엔 사과 콘텐츠가 아닌 신뢰 콘텐츠로 전환해야 한다. 사과는 시작일 뿐, 진정한 회복은 말이 아니라 메시지 흐름에서 일어난다”며 당시 상황에 대한 맥락을 추가 설명하는 ‘비하인드 콘텐츠’, 팬들의 궁금증에 스스로 답변하는 ‘Q&A 형식 콘텐츠’를 제시했다. 자숙 이후 복귀 시에는 ‘응원하는 이들’과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감정선 중심 메시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다만,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사과문 게시하고 일정 기간 자숙’이란 정형화된 패턴이 무조건 틀린 방식이라고 단적으로 이야기할 순 없다”며 인플루언서들이 고려해야 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 포인트를 짚었다.
우선 핵심 이해관계자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주변인들의 개입을 최대한 막으라는 것. 문제의 해결은 항상 ‘말하기’보다 ‘듣기’에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송 대표는 “무조건 비전문가 지인의 말만 듣고 실행해선 안된다. (이는) 인플루언서 위기 시 비전략적 선택의 주요 원인”이라며 “위기 이슈에 혼자 너무 집중하거나 매몰되지 말라”고 조언했다. 과거 커뮤니케이션의 정기적 관리와 위기 발생시 극복의 근원적 자산이 될 겸손함·인간미 같은 요소를 제시하기도 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 될 사과 메시지 역시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송 대표는 “최근 사과문은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느껴지는 경우들도 있어 사과문이 필요할 때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고 위기를 종료시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이 원칙 하에서 7가지 포인트를 강조했다.
우선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사과의 주체는 누구인지를 명확히 표현하고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한편 성별과 연령 등이 구분돼야 한다는 것. 여기에 △이슈에 대한 포지션 상황에 대해 바라보는 우리의 프레임→현재 진행 상황 · 대응 상황→개선안· 미래에 대한 이야기 순서로 기술돼야 한다고 송 대표는 제언했다.
아울러 △인간적이고 겸손해야 하며 △항상 경청하고 있음을 표현해야 한다고. 이와 함께 △ 오해하고 있다고 해명하거나 책임을 전가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사족은 제외되어야 한다고 송 대표는 덧붙였다.
이중대 대표는 우선 피해자 중심의 프레임을 채택하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끼쳤는지 명확히 짚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오해가 있었다면 죄송하다’같은 메시지 보다는 명확한 과오를 인정해야 잘못을 감추려는 인상을 지우고 신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향후 행보에 관해서도 변화를 보여주는 약속이 필요하다. ‘앞으로 조심하겠다’ 류의 어정쩡한 문장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가 담겨야 한다. 사과의 톤앤매너가 채널 전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좋댓구알’의 이유를 알아야 한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이러한 원칙들을 잘 숙지하고 적절한 위기관리 대응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에 단단한 PR전략을 세우는 것이 선행돼야 할 과제임에 분명하다.
그 첫 번째 방향성은 우선 팔로워, 혹은 구독자들과의 ‘인터랙티브(interactive)’ 한 관계 설정이다.
김희연 에이엠피알 대표는 “인플루언서들은 본인 채널의 팔로워 특성과 본인이 추구해 나가는 방향성을 항상 점검해야 한다”며 “본인이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게끔 하는 주요 팔로워들의 니즈와 본인의 활동 방향성 사이에 간극이 있다면 항상 그것들을 체크하고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윤영준 NPR 대표는 해외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은) 오디언스(Audience)의 숫자 보다는 연령대와 성향, 반응하는 키워드,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경향성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며 “매스미디어도 오디언스들의 피드백을 받긴 하지만 닫힌 구조인 반면 소셜 미디어는 소통이 굉장히 열려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보그 비즈니스’에 실린 화장품 브랜드 ‘컬러팝(ColourPop)’의 사례는 이런 맥락에서 참고할 만 하다.
기사에 따르면 컬러팝은 자사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브랜드를 팔로우한 20명의 당첨자에게 50달러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컬러팝과 협업한 한 인플루언서의 경우 팔로워들이 공장을 방문해 직접 립스틱을 만들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브랜드 컬렉션을 선물로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뷰티에 관심이 많을 팔로워들의 흥미요소를 제대로 간파한 셈이다.
윤 대표는 “(유튜버의 경우)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항상 하는데 누가, 어떤 경로로 구독과 알람을 설정하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자신을 왜 구독하는지 인플루언서들이 한번이라도 고민해 봤을까 하는 질문을 하고 싶다. 그것이 PR의 시작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나타냈다.
소통의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이중대 대표는 정기적인 콘텐츠 외에 공지나 편지글, Q&A 등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런 메시지는 커뮤니티 신뢰의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인플루언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키워드를 정의할 수 있는 ’브랜딩 슬로건‘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하지만 본인의 플랫폼만 통제하면 된다는 착각은 지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만, 팬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선‘을 넘어서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송동현 대표는 “단순히 사적 1:1 개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인식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며 “이른바 ‘공인 마인드’를 가지고 더 이상 사적 커뮤니케이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소통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과도한 사생활 노출은 단기적으로 관심을 끌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사생활 침해 또는 위기 요인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더불어 정치적 견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무전략적 발언은 의도와 무관하게 부정적 여론으로 확산되며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송 대표는 ‘핵심 타깃은 누구인가’ ‘그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 ‘경쟁자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를 인플루언서 PR전략의 필수 요소로 제시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을 확보할 때, 인플루언서의 정체성이 명확해지고 좀 더 긍정적인 브랜딩이 가능해진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