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문용필 객원기자|세상의 모든 브랜드는 ‘알려지기’ 위해 존재한다. 인구에 널리 회자되고 그 이름이 확산돼야 브랜드가 가진 다양한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상업과 공공같은 영역을 막론하고 적용되는 덕목이다. 물론 긍정적인 이미지와 방향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브랜드의 존재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는 올바르고 시의적절한 PR·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기업들이나 공공기관들이 PR, 혹은 마케팅 부서를 설치하고 PR 에이전시 같은 전문가 집단이 활동하는 이유다.

그런데 효과적인 PR 전략을 적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케이스도 있다. 바로 유튜브와 SNS 등에서 활동하는 상당수 국내 인플루언서의 이야기다. 유명인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대중의 상식에 어긋나는 언행을 보이거나,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심각한 타격을 입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심지어 ‘재기 불능’의 타격을 입고 대중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인플루언서들도 있다. 물론, ‘메가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PR 전략을 갖춘 소속사가 있기에 섣불리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인플루언서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돌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플루언서들의 PR 전략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인플루언서가 일반적인 셀럽들과 달리 ‘수치화된’ 지표로 계량되는 온라인 뉴미디어 공간에서 ‘개인기’를 무기로 활동해 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국내 인플루언서들은 주로 ‘뉴미디어’로 불리는 1인 미디어 속성에 기반해 자연스러운 노출과 관계 중심의 소통에 의존해 왔고 본격적인 PR 전략보다는 콘텐츠와 팬덤 간 감정적 교류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강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신들의 활동 자체가 곧 PR이며 브랜딩 전략이라고 인식한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실제로 초기에는 이러한 방식이 더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중대 메시지하우스 대표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상당수 인플루언서들은 여전히 ‘콘텐츠는 곧 브랜딩’이라는 전제하에 기획된 커뮤니케이션보다는 감각과 호응 중심의 활동에 의존한다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1세대 크리에이터들은 본인의 경험과 개인기로 채널을 성장시켜왔기 때문에 ‘전략적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윤영준 NPR 대표는 “(유명인이) 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익을 얻는 생태계는 이미 굉장히 공고하게 형성돼 있는데 영상이나 미디어를 통해 비친 모습과 개인 생활을 굉장히 밀접하거나 동일시하는 것이 현재의 정서”라며 “그런데 인플루언서의 경우엔 자신의 채널에 (그런 모습이) 국한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의 말처럼 인플루언서의 활동 영역은 이제 단순히 ‘채널’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인플루언서는 여느 레거시 미디어 못지않게 미디어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활용한 기업 마케팅도 일반화되는 등 ‘인플루언서 경제 생태계’는 엄연히 작동하고 있다. 때문에 지속가능한 생태계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해 인플루언서 스스로 PR 전략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성립된다. 결국 이 생태계는 ‘대중의 관심’이라는 기반 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관된 정체성과 신뢰 확보의 중요성
비단 이러한 거시적인 명분이 아니더라도 ‘슬기로운 인플루언서 생활’을 위해서는 PR 전략이 필수적이다. 송동현 대표는 “인플루언서가 단순한 자기 PR을 넘어 자신과 브랜드의 장기적 생존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정체성 확립과 이미지 관리가 필수적이며, 이는 곧 PR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댄서 노제는 지난 2022년 모 업체와 SNS 광고 계약을 맺고도 이를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는데 여기에 명품 브랜드 게시물이 아닌 중소 브랜드 관련 게시물은 삭제한다는 ‘브랜드 차별’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소속사는 이에 반박하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불과 다음날 사과하며 스탠스를 바꿨고 채널의 당사자인 노제의 사과도 늦게 나왔다. 속 사정을 자세히 알 순 없지만 소속사나 노제가 브랜딩이나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적절한 위기관리 메시지 등의 PR 전략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이중대 대표는 인플루언서에게 PR전략이 필요한 3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우선 ‘콘텐츠’만으로는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지금은 단지 재미있는 콘텐츠보다는 ‘사람의 가치관’이 중요해지는 시대”라며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PR 전략은 콘텐츠 외적인 메시지를 정제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설계 방식”이라고 말했다.
‘대중들과의 신뢰’ 는 인플루언서의 생명력과 직결된다. 윤영준 대표는 흥미로운 경험담을 들려줬다. 해외 인플루언서의 경우에 협업을 해보면 광고나 마케팅 메시징의 전달보다는 오디언스(Audience)와의 관계를 ‘넘버 원’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인플루언서 자신과 오디언스들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기업과의 협업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오디언스 퍼스트’ 원칙이 지켜진다면 채널의 정체성은 물론 인플루언서 개인의 신뢰도도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플루언서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서도 PR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조회수와 팔로워 수가 광고주나 플랫폼이 요구하는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브랜드 안정성과 리스크 감수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PR 전략(수립)은 장기적 파트너십을 위한 사전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논란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적절한) PR 전략 없이 감정적으로 사과하거나 일단 침묵하는 방식은 더 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프로모션 차원의 PR도 있지만 ‘보호’ 차원의 PR도 병행해야 한다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송동현 대표도 “인플루언서의 채널은 개인화되어 있기 때문에, 위기 역시 개인화될 수밖에 없다. PR 전략은 잠재적인 위기 요소를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