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경탁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국민추천제’가 6일간 7만건이 훌쩍 넘는 추천 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 추천 내용을 토대로 본격적인 인선 검토와 후속 절차의 출발점에 섰다.
SNS, 이메일, 인사혁신처 누리집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민 누구나 장·차관·공공기관장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한 이번 ‘진짜 일꾼 찾기 프로젝트’는 참여형 인사 실험으로서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다.
16일 대통령실은 “국민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진정성 있는 인재를 발굴하겠다”며 “추천 횟수보다 추천 사유의 설득력을 중시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추천된 인물이 임명되지 않더라도 인재 데이터베이스(DB)로 관리해 향후 공직 인사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단순한 여론조사나 이벤트성 캠페인이 아니라, 국민이 인사의 서사에 일정 부분 참여하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정책 PR의 실험으로도 해석된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번 제도를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고 회자되도록 설계된, 의미 있는 소통 퍼포먼스”로 평가했다. 그는 “인사뿐 아니라 정부 정책 전반에 있어 국민의 관심을 도모하고 회자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통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며 “관심 끌기에 성공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밝힌 국민추천제의 의의는 ‘국민이 원하는 진짜 일꾼이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겠다’는 것이지만 형식 너머 전략적 효과에 주목하면, 이는 곧 정부가 선택한 PR 프레임으로서의 ‘인사 콘텐츠화’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추천 글은 개인의 평판, 업적, 가치관, 사회적 맥락이 함께 담긴 서사 형태로 제출되며, 이는 정성적 평판 기반 PR 구조와 유사하다. ‘브랜드 서사’처럼 인재를 설계하려는 시도이자, 스토리 기반 인사 DB 구축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대통령실은 이를 국민주권정부의 국정 철학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라 강조한다.
추천의 정치화와 제도적 회의론
국민추천제는 제도 그 자체로도 메시지지만, 어떤 집단이 누구를 추천하느냐에 따라 이차적 메시지 전쟁이 벌어졌다.
의료계는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을 복지부 장관 후보로 추천하며 “단순 행정가가 아닌, 현장성과 사명감을 겸비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부산시의사회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복원할 책임감”을 강조했고,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출신 여부보다도 소통과 전문성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계에서도 좋은교사운동과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등이 교육부 장관 후보를 추천하며 정책 전문성과 현장 이해, 소통 역량을 중시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추천 그 자체가 집단의 가치를 표현하는 정치적 언어이자 PR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추천 수’보다 ‘추천 사유’가 중요하다는 점은 평판 기반의 서사 설계와 닮아 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인기 투표가 아니라 인재 추천인 만큼 다득표 자체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고, 오히려 숨겨진 인재를 찾고자 하는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적인 장치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실질적 인사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와 복지부 일부 관계자들은 “국민이 해당 분야 전문가를 잘 모를 수 있다”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고, SNS에서는 연예인과 유명인의 이름이 추천되며 ‘인기투표화’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유사 제도의 실패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국민추천제도 시간이 지나면 일회성 캠페인으로 회고될 수 있다”는 회의적 시선도 내비쳤고, 실제 인선 일정에서 장관급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현실 역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물음을 남긴다.
이종혁 교수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비판도 가능하지만, 기존의 인사 추천 방식과 비교했을 때 이번 시도는 국민과 함께 인사 권한을 나누고자 하는 상징적 행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속가능성은 실제 인재 등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달려 있고, 그 여부는 향후 적용 가능성을 통해 판단될 것”이라며, “결과 이전에 과정 자체를 평가하려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