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최현준 기자|AI 커뮤니케이션 시대, AI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I가 브랜드화 되는 사회가 초래했다. 이러한 현상은 AI 기술이 기업 브랜드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와 기술중심의 메시지보다 '사람'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빅테크는 천문학적 보상을 제시하며 AI 인재 확보를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 기업들도 AI 고급 인재 한 명 채용을 위해 ‘2억 원’을 책정할 의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인재 확보가 기술 경쟁력인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며 기업들은 조직 정체성과 채용 브랜딩 전략을 근본부터 재검토하고 있다.
AI 인재는 '연봉 2억'에 모셔간다는 인재 영입 전쟁
한국경제신문과 글로벌 인적자원(HR) 플랫폼 ‘딜(Deel)’이 국내 기업 C레벨 인사들을 대상으로 사내 AI 활용에 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6명(57.4%)은 AI 관련 인재에게 기존 직원보다 높은 연봉을 주고 채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를 통해 지난달 17~27일 이뤄진 이 조사는 정보기술(IT)·통신, 설계·엔지니어링, 금융업 등 20개 업종의 C레벨 244명이 참여했다.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인사책임자(CHO) 등 C레벨 10명 중 3명은 인공지능(AI) 인력 한 명을 채용하는 데 연봉 2억 원을 지급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레벨들은 AI 시대 대응 방안으로 직원 재교육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안에 기존 인력을 재교육할 계획이 있다”는 답변이 31.1%였고, ‘재교육을 고려 중’도 50.4%에 달했다.
AI로 인적 고용을 대체하면 제일 타격이 큰 직급은 ‘신입’이었다. 75.4%가 “신입 채용에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고 답했고 22.1%는 중간 관리자, 2.5%는 하이레벨 직급이 타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과 딜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AI가 도입되더라도 일부 직무는 대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상황) 판단력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 30.7%로 가장 많았다. 창의력과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AI가 사람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28.3%, 20.5%로 조사됐다.
MS, AI 전문가 연봉 14억 원 스카우트...AI 인재 '쟁탈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분야의 최고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 연봉을 제시하며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을 벌인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6개월간 구글의 AI 연구소 ‘딥마인드’에서 24명의 핵심 연구원을 스카우트하며 실리콘밸리에 새로운 인재 쟁탈전의 불씨가 당겨졌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MS는 올해 구글 딥마인드의 AI 전문가들을 체계적으로 영입해왔다. 구글에서 16년간 근무하며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 어시스턴트' 개발을 총괄한 아마르 수브라마냐는 최근 자신의 링크드인을 통해 "MS AI 조직 부사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 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구글에서 18년간 근무한 베테랑 연구자 애덤 새도브스키도 지난달 MS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딥마인드에서 수석 엔지니어와 디렉터를 역임해 구글의 AI 기술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이달 초 딥마인드의 엔지니어링 리더 소날 굽타도 MS 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인재 이탈의 배경에는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출신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의 존재가 있다. 그는 2014년 구글이 딥마인드 인수 당시 구글에 합류해 2022년 AI 스타트업 인플렉션의 CEO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해 MS에 영입되면서 인플렉션 연구진을 대거 데려온 바 있다. 현재 그는 MS AI 조직을 총괄하며 코파일럿과 빙 검색엔진 강화를 위한 새로운 AI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MS는 7월 초 비용 절감을 위해 전 세계 인력의 4%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으나, 역설적으로 AI 인재에 대해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AI 기술 패권 확보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메타는 더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28세의 젊은 AI 천재로 불리는 알렉산더 왕 스케일 AI CEO를 영입하기 위해 스케일AI 지분 49%를 143억 달러(약 19조7000억 원)에 인수하는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또한 전 깃허브 CEO 냇 프리드먼도 메타로 영입하고 오픈AI 연구원 10여명과 애플 출신 개발자들까지 대거 스카우트했다.
주목할 점은 AI 인재들에게 제시되는 보상 수준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달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1억 달러(약 1382억 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제시하며 우리 직원들을 빼가려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메타가 애플에서 AI 모델 개발을 총괄하던 뤄밍 팡을 영입할 때는 2억 달러(약 2764억 원)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 채용 전문 업체 해리슨클라크에 따르면 빅테크들이 중간급에서 선임급 AI 연구자에게 제시하는 연봉 패키지는 2022년 40만~90만 달러(약 5억5000만~12억4000만 원)에서 최근 50만~150만 달러(약 6억9000만~20억7000만 원)로 급등했다. 최고급 인재의 경우 연봉 1000만 달러(약 138억 원)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벌이는 인재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열렸다"며 "AI 기술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인재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인재 쟁탈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각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연구 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차세대 AI 모델 개발과 관련해 몇 년 앞서나가는 것만으로도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어 기업들은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AI 연구소 교수는 AI 커뮤니케이션 시대를 맞이해 AI에 능숙한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경향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AI 인재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는 기술이 어느 매뉴얼에도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대부분의 지식이 사람의 경험에 누적된 형태로 발현되고 있어, 결국 '사람'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AI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 때까지 계속될 것인가에 대해 “현재는 분명히 절대적인 기술 경쟁 단계라고 본다”며 “지금의 AI 경쟁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중심으로 한 흐름이고, 어떻게 진화하느냐에 따라 인재 수요도 변화한다. 지금은 ‘추론’ 기반의 기술 단계이고, 이후 ‘AI 에이전트’로, 더 나아가 ‘월드 모델(World Model)’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그는 “월드 모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면, 지금처럼 모델 개발자뿐 아니라 AI 서비스 기획자와 같은 인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개인적인 전망으로는 빠르면 내년부터 월드 모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내후년쯤이면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가 현실화되면서 인재 구성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또한 AI 연구자 등 인재 부족이 국내 AI 교육과 연구 생태계를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라 보는 지에 대한 질문에 최 교수는 “원인은 복합적”이라 말했다. 특히 “능력에 따라 대우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중국의 딥시크(DeepSeek) 같은 신생 기업을 보면 실리콘밸리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학력, 경력, 인종, 성별을 묻지 않고 오직 ‘능력’에 따라 보상한다. 메타처럼 능력 있는 사람에겐 1억 달러, 리더급에겐 2억 달러까지 보상 한다”며 “한국은 여전히 학력, 연차, 직급 등을 따지는 구조라서 인재가 머무르기 어렵다. 이런 문화가 바뀌고 인프라가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교육도 바뀐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AI 도입 시 가장 먼저 줄일 인력은 ‘신입’이라는 답변이 지배적인 가운데, 어떤 고용 구조의 변화를 예고할지에 대해 최 교수는 “불가피한 흐름으로 AI의 추론 능력과 월드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신입 인력이 필요 없어질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결국 살아남는 인재는 질문할 수 있는 사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인문학적 사고력과 질문 능력이 뛰어나야 AI 시대에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