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최현준 기자|생성형 AI의 등장은 단순 업무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메시지 설계·타깃 분석·위기 대응까지 PR 전반의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있다.
메시지 설계부터 타깃 분석 및 위기 대응까지, 한때 인간의 직관과 경험이 지배하던 영역들이 이제 알고리즘의 영토가 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업무 효율화 차원을 넘어 PR이란 직업 자체의 재정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과거 정보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했던 PR 실무자들이 이제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큐레이터로 위치가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업계 전문성에 대한 기준마저 재편하는 의미로 다가온다.
AI 시대 속 PR업계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KPR, 커뮤니크, 플랜얼라이언스 등 PR회사들은 각자 AI 부서를 만들고 전략을 차별화하는 가운데, 함샤우트글로벌은 AI 내재화와 독자 플랫폼 ‘AI 매터스’ 사업을 통해 차세대 PR 솔루션 경쟁에 뛰어들었다.

행동 변화가 곧 PR 변화
공인희 함샤우트글로벌 AI 기획본부 본부장은 PR전문가의 역량을 확장하고 신뢰를 설계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며, AI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더피알 취재 결과 공인희 본부장은 AI 기술이 커뮤니케이션 업계에서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생성형 AI 등장 이후 사람들의 행동 변화”라고 말했다.
AI시대 소비자 행동 모델 전환 핵심은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노출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론’이다. 공인희 본부장은 “이미 ‘제로 클릭(Zero Click)’ 현상이 뚜렷해 웹페이지 방문 없이 정보가 소비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 AI 기술 활용의 윤리적 측면과 한계에 대해 공인희 본부장은 “AI 활용을 확대하면서 문제와 해결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며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공 본부장은 “AI가 전부 해결할 것이란 오해로 생긴 문제”라며 “AI 자동화가 되어도 설계는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 한계로 오인하는 부분을 “대부분 사용자의 경험 부족에서 나온다”며 “아직 AI의 절대적 한계를 말하기 이르다”고 지적했다.
함샤우트글로벌 자사의 인공지능(AI) 전문 정보 플랫폼 ‘AI 매터스(AI Matters)’ 또한 AI 시대 PR 전략 파트너로서의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AI 매터스는 뉴스 전달을 넘어 교육 사업과 연결 된다”며 “빠른 기술 발전 속도로 인해 AI 기술 활용 수준을 높이는 꾸준한 교육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에 더해 AI 시대 PR인의 역할과 청사진으로 “PR은 개인이 어떤 전문성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며 “AI 활용 능력과 전문 분야를 찾아 차별화된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전망했다.

AI, 크리에이터의 동반자
업계의 또 다른 선두주자인 KPR의 김일유 CAIO 역시 AI 시대 크리에이터와 PR인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더피알 취재결과 김일유 KPR CAIO는 AI 도입 이후 크리에이터가 접근해야 할 전략에 대해 “초기부터 가치와 메시지에 집중해 창의적인 발상을 확장할 수 있다”며 “안정적인 크리에이티브 문법 위 실험 요소를 적절히 배치하는 전략적 세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CAIO는 AI를 창작 과정 동반자로 활용하기 위해 “크리에이터 본인의 스타일·브랜드·작업 규칙을 AI에게 학습시키는 과정이 필수”라며 “나만의 창작 DNA를 AI에 입히는 작업”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AI가 제시하는 결과물은 확장된 나만의 작업물”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 크리에이터의 수익 구조 진화에 대해 김 CAIO는 “지식·스타일·데이터를 자산화 한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며, 크리에이터는 창작 시스템과 IP 보유 운영자로 진화할 것”이라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독자들이 AI가 만든 제작물에 거부감을 가질 시, 크리에이터의 접근 방법에 대해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활용하되, 핵심 구조와 흐름은 익숙한 문법 안에서 설계하고, 변화는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무 속도 혁명은 불가역적 변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현장의 PR 전문가들이 더욱 뚜렷하게 체감하고 있다. AI가 가져온 현장의 변화는 단순한 효율화를 넘어 업무 사고방식까지 뒤흔들고 있다.
문경호 플랜얼라이언스 대표는 AI로 인해 바뀐 PR 업계 조직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업무 속도”를 꼽았다. 문경호 대표는 “업무 속도 향상은 불가역적인 변화로 절대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AI 기술 변화 속 PR인에게 필요한 역량은 “책 읽기와 글쓰기”라고 답했다. 이어 “AI 도움 없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나만의 글을 쓸 수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보라”고 권했다. 또한 PR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며 “기술은 도구로 활용하되, 인간의 감성과 공감 능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발생하는 문제로 “깊은 인사이트나 창의적 솔루션이 필요한 PR 업무에선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심각한 문제는 AI에 의존할수록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분석 능력 퇴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 대표는 올바른 AI 활용법을 “도구로서의 AI와 핵심 역량으로서의 인간 사고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라며 “수집된 데이터는 반드시 인간의 창의적 사고와 감성적 통찰로 완성하는 원칙을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AI, 속도와 정확성이 무기
AI 전략 차별화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커뮤니크는 최근 AI 본부를 신설해 기술 기반 조직 구축과 전략 고도화를 목표로 커뮤니케이션 전략 강화에 나선다.
이번 AI 본부 신설의 주요 목적과 기대 효과에 대해 커뮤니크 관계자에 따르면 “고객사에 정교하고 신속한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술과 창의성을 결합해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표준이 될 전략적 허브로 도약할 것”이라 말했다.
AI 기반 커뮤니케이션이 업계의 새 기준으로 떠오르는 이유를 관계자는 “AI는 메시지 전달의 속도와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며 “속도와 정확성이 PR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커뮤니크 관계자는 AI 기술이 커뮤니케이션 업계에서 가장 큰 변화로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PR이 가능해진 점”을 꼽으며 “방대한 데이터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위기 상황 속 대응 속도 단축과 잘못된 정보 확산을 사전 차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AI는 도구에 불과하며 효과적인 PR을 위해 “인간의 판단과 ‘휴먼 터치(기술을 통해 인간의 감성과 온도, 공감 전달을 의미)’를 결합해 브랜드 내러티브(Narrative) 강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PR인과 업계 전문가들이 AI 시대에 갖춰야 할 역량으로 먼저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 역량이 떠오르고 있다. 관계자는 “방대한 데이터 속 인사이트를 도출해 전략에 반영하는 능력”을 꼽았다.
AI 툴을 똑똑하게 활용하는 능력 또한 필수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데이터나 트렌드를 분석해주는 반복 업무 자동화를 넘어 목적과 상황에 맞게 조합·응용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아울러 창의성과 전략적인 사고도 훈련해야 한다. AI가 제공하는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스토리텔링과 전략을 설계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커뮤니크 관계자는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사람이 중심이며, PR 전문가들은 AI가 처리하지 못하는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며 “인간적인 설득력을 통해 메시지로 공감과 신뢰를 형성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가 PR의 판도를 바꿔도, PR의 미래는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의 본질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