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경탁 기자|김남국 대통령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이 국회의원이었던 2023년 불거졌던 ‘가상화폐 보유 논란’이 최근 법원 판결을 계기로 재소환됐다. 이 논란 계기로 가상화폐업계의 국회 로비 의혹을 제기했던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에 대한 민사 소송에서 3000만원 배상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게임학회를 비롯해 경실련과 참여연대, 민변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26일 공동성명을 통해 “위메이드사와 장현국 전 대표가 학자에 대한 법적 압박으로 학문적 양심을 침해하고 있다”며 “코인 자본이 학문적 비판을 탄압하는 위험한 선례”라고 지목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위메이드를 언급하며 입법로비가 실제로 있었다고 밝힌 것 등 정치권의 의혹제기는 묵과하고 학자만을 공격한 위메이드 측의 행태에 대해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위정현 회장은 “당시 성명이나 인터뷰, 토론회 등에서 특정회사를 지목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답변했다”며 “저희가 요구한 것은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전수조사였다. 어떤 코인을 가지고 있는지 다 조사하라는 것이지 위믹스로 한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위 회장은 “(위메이드가 소송을 걸지 않은) 국회의원 두 사람은 위메이드가 로비했다고 이름을 특정했고 그중에 노웅래 의원은 유착관계라고까지 표현했다”면서 “국회의원은 무서우니까 손을 못대고 저는 학자니까 만만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2023년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언급한 의혹 관련 전문용어를 해설한 것까지 위메이드 측은 소송에서 문제를 삼더라”라면서 “재판 과정에 재판부에서 조정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일부라도 ‘유감’을 표현하면 저쪽에서 ‘위 교수가 발언을 철회했다’고 홍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조정에 응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1심 판결을 보면서 의외의 결과에 좀 놀랐다”면서 “항소심에서는 증거나 논리를 보강하고 있어서 열심히 입증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힌 위 회장은 “개인적 손실을 넘어 학자의 생명과 양심의 문제인 만큼 끝까지 대항하겠다”고 덧붙였다.

2023년 5월, 김남국 당시 국회의원은 게임제작사 위메이드가 발행하는 위믹스라는 코인을 보유중인 것으로 언론보도와 네티즌들의 추적을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는데, 관련해 위메이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게임학회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논란과 의혹이 불거지자 위정현 회장은 학회 성명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야 국회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며 “몇 년 전부터 P2E(Play to Earn) 업체와 협력한 세력이 국회에 로비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다”고 언급했다.
위메이드 측은 위 회장을 즉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고 2023년 7월 말에는 5억 원 규모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추가 제기했다.
위메이드 측이 제기한 소송의 핵심 취지는 위 회장이 성명서 등에서 사용한 ‘위믹스 사태’, ‘이익공동체’라는 표현 등은 마치 위메이드가 불법 로비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읽히게 한다는 것.
당시 위메이드 측은 “근거 없는 의혹과 추측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부도덕한 이미지로 덧씌우고 있다”며 “주주와 투자자 피해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무렵 한국게임산업협회도 별도 성명을 통해 학회의 주장을 비판했고, 학회 내부에서 “회원 동의 없이 성명을 발표했다”는 절차적 문제 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위 회장에 대한 형사 고소건은 이듬해인 2024년 4월경 경찰에 의해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이어서 8월에는 서울남부지검이 김남국 전 의원 및 가상자산 기업들의 P2E 입법 로비 의혹을 수사한 끝에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재산은닉)로 기소했다. 이후 이 사건 법원은 올해 2월과 8월 선고된 1·2심 모두 무죄판결을 내렸다. 사건 당시까지 법에 규정된 의무공개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검찰이 입법로비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위메이드가 국회와 접촉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불법 로비나 미공개 정보 제공 등 범죄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올해 7월, 서울동부지법은 위 회장이 위메이드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하며 3000만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위메이드가 처음 청구했던 5억 원에서 줄어든 금액이었지만, 위 회장의 성명이 기업의 사회적 신뢰를 해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결 직후 위메이드는 “위 학회장의 무책임한 허위 주장으로 인해 회사는 코인 게이트 관련 검찰, 국회 조사를 받는 등 수년간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이번 판결로 무책임한 발언으로 실추되었던 회사의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되고, 블록체인을 통한 투명 사회 실현이라는 위메이드의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메이드는 이번 법원 판결을 통해 위 학회장의 로비 관련 발언이 명백한 허위 사실이었음이 확인되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번에 성명서를 낸 시민단체들은 “한국게임학회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는 사회적, 정치적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왔다”며 “학문과 산업을 위협하는 코인 자본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학계와 산업계 모두를 지켜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게임학회의 P2E업계의 입법로비 의혹 문제제기를 계기로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에 대한 가상자산 재산등록 의무화가 도입되었고,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2023년 12월 14일부터 단 1원이라도 보유한 모든 가상자산과 거래명세를 신고해야 하는 제도가 시행되었다”면서 “학회의 문제제기가 정치적 제도 변화로 연결된 사례로서, 사회적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위메이드 측은 시민단체들의 성명서 발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진행중인 문제라서 따로 언급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