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경탁 기자|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했지만,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반도체 장세’라는 결론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2주 신고가와 사상 최고가를 동시에 경신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고, 상장지수펀드(ETF) 시장까지 반도체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지수 전체가 오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도체 중심의 편중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ETF 시장에서는 이 흐름이 더욱 분명하다. IT·반도체를 추종하는 주요 ETF들이 줄줄이 20% 안팎 급등하며 수익률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하이닉스뿐 아니라 밸류체인·HBM·공급망 테마 ETF까지 대거 매수하며 “이번 장세는 반도체가 주도한다”는 기대를 확인시켰다.
이 같은 랠리의 배경에는 글로벌 AI 기업들의 호실적과 투자 확대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데이터센터 계약, 브로드컴의 맞춤형 AI 칩 대량 주문, 오라클의 하루 40% 주가 급등은 “AI 수요는 일시적이 아니다”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하락세였던 반도체 주가가 급반전하며 투자심리가 살아난 이유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반도체 중심 랠리가 얼마나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4 매출 기여 시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주 상황, 글로벌 IT기업 가이던스 등이 다음 국면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수급이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며 “투자자들이 내년 대규모 AI 투자와 이에 따른 메모리 기업 이익 성장을 다시 기대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HBM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이 업종 전반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랠리만큼이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지수 하락 시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에도 수천억 원대 자금이 유입되며 “상승을 즐기되 조정은 대비한다”는 양손 전략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단기 과열 신호로 읽히는 만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