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2030년 제로클릭 개인화...봇투봇 시대 온다

[WPP미디어 2030 글로벌 보고서 ①]

개인정보 데이터 활용해 AI가 만드는 ‘개인맞춤 광고’ 일반화
생체인증 표준화 82%·AI 제작 71%·봇투봇 상호작용 대세 등

  • 기사입력 2025.09.19 14:20
  • 최종수정 2025.09.19 14:29
  • 기자명 김경탁 기자

[편집자 주] 다국적 광고그룹 WPP 산하 세계 최대 미디어 구매대행사 WPP미디어는 2020년부터 ‘2030년 광고의 미래(Advertising in 2030)’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직후인 2021년 한 차례 업데이트를 거친 이 프로젝트는 올해 4월 전 세계 광고·미디어·테크 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20개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다시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단순 예측을 넘어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과대평가됐는가”를 가려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더피알은 3편에 걸쳐 글로벌 광고·마케팅 업계의 전략·투자 의사결정에 참고할 로드맵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더피알=김경탁 기자| WPP미디어는 보고서 인트로에서 “올해를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10년 후를 내다보는 일은 더욱 어렵다”고 전제했다.

2022년만 해도 가능성이 낮아 보였던 OTT 광고요금제는 이제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웨이브 등 글로벌·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의 표준 옵션이 됐고 QR코드 역시 개발된 지 15년이 지나서야 코로나19를 계기로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팬데믹은 전자상거래·라스트마일 배송·스트리밍TV 같은 트렌드를 최소 5년 앞당겼다”며, “이런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2030 시나리오 평가는 단순 점괘가 아니라 전략적 준비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생체인증 데이터, 개인화의 ‘기본 키’

설문에 응답한 광고·PR업계 전문가의 82.3%는 “2030년에는 생체인증 데이터가 표준화돼 서비스 접근·보안·개인화에 활용될 것”이라는데 동의했고 그중 43.5%는 매우 동의한다고 밝혔다. 제시된 20개의 시나리오중 가장 높은 동의율이다.

생체인증 데이터의 표준화·상용화란 말은 지문·안면인식·음성패턴은 물론, 유전·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가 본격화되며 ‘제로 클릭 개인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뜻한다.

보고서는 “소비자가 일일이 설정을 변경하지 않아도, 상황·맥락에 맞는 맞춤형 광고·콘텐츠가 실시간 제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슈아 스패니어 구글 마케팅 부사장은 “사용자들은 보안이 간편하기를 바란다. 생체인식 마커는 고유하며, 비밀번호나 키카드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AI, 광고 제작의 중심으로

두 번째로 높은 가능성 점수를 받은 기술 시나리오는 AI 중심의 크리에이티브 제작이다. 전문가의 71%가 “2030년이면 광고·영상·음악 등 대다수 크리에이티브 콘텐츠가 AI로 제작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단순·대량 제작물은 AI가 거의 전담하고, 인간은 아이디어·연출·품질 관리 같은 크리에이티브의 핵심 지점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넷플릭스·ITV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이미 예고편·프로모션 영상 제작에 생성형 AI 툴을 도입해 제작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고,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들은 다국어 버전을 AI로 자동 생성해 글로벌 캠페인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 기업인 네이버가 AI봇의 콘텐츠 크롤링 방지조치와 창작자들의 고품질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장려 보상프로그램 강화를 동시에 진행한 사례를 전하면서 지역별로 다른 크리에이터 경제가 AI를 어떻게 수용하는지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경영진들이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해왔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했다. 2030년은 상당한 일자리 손실을 보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이며 그 과정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66.1%의 응답자들은 ‘인공지능과 자동화 적용으로 인한 근로시간 및 임금 감소가 소비자 구매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봇 대 봇 상호작용, 고객 접점 재편

브랜드와 소비자 간 상호작용 역시 크게 달라진다. 전문가 66.1%는 “2030년이면 고객 응대·결제·추천의 상당 부분이 봇 대 봇(bot-to-bot)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 디지털 비서가 가상 상담원과 직접 연결되는 식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고객 경험의 속도·정확성을 높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접점 관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는 인간 상담·체험 등 사람 중심 접점을 유지해 차별화 전략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봇 대 봇 세상의 연장선에서, 소셜플랫폼 ‘사용자’의 50% 이상을 가상의 인물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61.3%가 가능성을 낮게 봤고, 가능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거나 “참 우울하네요”라는 등의 반응이 있었다.

또한 일론 머스크가 모든 가정에 대량생산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급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업계 전문가들은 ‘세계 가구의 5% 이상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유한다’는 시나리오에 대해 매우 낮은 가능성을 점쳤다.

이들은 주요 장애물로, 높은비용과 가정환경에서의 수요부족, 기술의 복잡성 등을 지적했다. 2030년은 이 수준의 보급을 이루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는 것이다.

데이터 사회 도래…윤리와 규제의 시험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54.8%)은 정부와 기업이 사람들의 생체데이터(DNA 포함)를 비롯해 그들이 뭘 하고(GPS 및 통신 데이터), 뭘 생각하거나 믿는지(검색 데이터, 도청기록)에 관한 방대한 정보 또는 완전한 접근권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글로벌 단일 프라이버시 규범이 2030년까지 마련될 가능성은 75.8%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즉, 데이터 활용은 가속화되지만 규제 파편화와 윤리적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응답자들은 전세계적인 표준화는 어려울 수 있고 시장과 용도에 따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예상했으며, 데이터 소유권·프라이버시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 논쟁거리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데이터 편향 문제 해결, 소비자 동의 메커니즘 개선, 데이터 보안 강화가 업계 신뢰 확보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기술 낙관’과 ‘현실 점검’의 공존

WPP미디어 보고서는 “기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사회가 즉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AI 저작권, 데이터 규제, 프라이버시 우려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2030년을 대비하는 광고 산업은 기술·데이터 혁신이라는 거대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지만, 동시에 윤리·규제·소비자 신뢰라는 현실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험대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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