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코바코, “조금만 더 기다릴 수 있나요?”…발달장애 인식개선 캠페인

[PR프랙티스③] 코바코 ‘With 슬로우스타터’

한국PR 대상 '공익 캠페인' 부문 최우수상 수상
천천히, 그러나 함께…발달장애 인식을 바꾼 ‘슬로우스타터’

  • 기사입력 2025.11.19 10:59
  • 최종수정 2025.11.20 08:44
  • 기자명 김영순 기자

[편집자주] ‘PR프랙티스’는 2025 한국PR대상 수상자들의 주요 캠페인과 활동을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수상작에 담긴 기획 의도와 실행 전략을 기록함으로써, 국내 PR 현장의 발전 방향과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더피알=김영순 기자|인식 개선은 정보가 아니라 ‘행동’에서 시작된다.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 보호·돌봄의 대상이라는 인식은 강하지만, 일하고자 하는 의지와 역량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는 이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조금 더 기다리는 경험’을 중심에 둔 ‘With 슬로우스타터’ 캠페인을 기획했다.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인을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고, 시민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을 설계하는 일이었다. 이 캠페인은 그 변화의 첫 단추를 끼우는 역할을 수행했다.

사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슬로우스타터’ 명칭 도입으로 편견 구조 바꾼 공익 PR 사례

캠페인의 가장 큰 특징은 발달장애인을 ‘슬로우스타터(Slow Starter)’라는 새로운 호칭으로 부른 것이다. “조금 느릴 수 있지만 반드시 출발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 명칭은 발달장애인을 향한 시선의 각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됐다. 캠페인 관계자는 “용어 하나가 태도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며 “편견 구조를 언어에서부터 다시 짜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통계는 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줬다.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28.1%에 그치고, 차별을 체감한다는 응답은 80%를 넘는다. 그러나 취업을 희망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일을 배우고 싶어서’, ‘잘할 수 있어서’ 등 스스로의 욕구와 가능성을 근거로 한 응답이 88.7%에 달한다. 이는 사회가 가진 이미지와 당사자의 실제 의지 사이에 현격한 인식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캠페인팀은 이러한 현실을 단순한 ‘인식 부족’으로 보지 않았다. 문제의 본질을 “발달장애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진단했다. 즉, 발달장애인의 역량이나 의지보다 시민의 경험 부족에서 오는 ‘구조적 오해’가 핵심 문제라는 분석이다.

사진=코바코
사진=코바코

새로운 언어가 태도를 바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캠페인은 세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첫째, 명칭의 전환이다. 발달장애인을 단순히 분류하는 기존 언어 대신, 속도는 다르지만 출발 의지를 가진 시민으로 호명하는 ‘슬로우스타터’는 인식의 문턱을 낮추는 장치로 활용됐다.

둘째, 심볼의 통일성이다. 발걸음 위에 하트를 결합한 전용 심볼은 배지·포스터·안내문 등 여러 접점에 활용되며 시민이 자연스럽게 기억할 수 있는 시각적 언어를 만들었다.

셋째, 경험 중심 접점 전략이다. 발달장애인이 직접 일하는 고용 카페에 안내문과 배지를 비치해 시민이 ‘기다림’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고, 오티즘레이스·장애공감페스티벌 등 현장 행사에서도 캠페인 메시지를 확산했다.

메시지의 중심에는 ‘출근하는 발달장애인의 출발을 응원합니다’라는 문장이 자리했다. 출근길 인파가 몰리는 서울역과 여의도 파크원의 대형 옥외광고는 시민의 일상 동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TV와 라디오 광고도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서사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전체 캠페인의 중심 톤을 맞췄다.

온라인에서는 해시태그 #위드슬로우스타터 캠페인이 확산을 이끌었다. 발달장애인 고용기업이 직접 릴스와 인터뷰 콘텐츠를 제작해 ‘의미 중심 캠페인’이 ‘현장 중심 캠페인’으로 확장됐고, 나영석 PD와 역사 강사 최태성 등 유명인의 자발적 참여도 참여 확산에 기여했다. 전체 인게이지먼트는 3만 건을 넘어서며 디지털 기반의 파급력도 확보했다.

해시태그 #위드슬로우스타터 캠페인. 나영석 PD의 자발적 참여가 확산에 기여했다.   켑처. 
해시태그 #위드슬로우스타터 캠페인. 나영석 PD의 자발적 참여가 확산에 기여했다.   켑처. 

인식 개선이 실제로 일어났는가…사후 조사로 확인된 변화

캠페인의 효과는 수치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사전·사후 조사에서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를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상승했고, 차별 해소 필요성 인식은 29% 증가했다. 인식개선 캠페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 35% 증가했으며, ‘슬로우스타터’ 명칭 역시 높은 호응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캠페인을 “발달장애인의 삶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현실적 행동 변화에 초점을 둔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시민의 시선을 바꾸는 언어를 만들고, 편견이 발생하는 지점을 경험으로 덮어냈으며, 일상 속 접점을 수평적으로 확장한 시도였다는 분석이다.

캠페인은 큰 메시지보다 작은 실천이 더 큰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With 슬로우스타터’가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조금만 더 기다릴 수 있나요?”

그러나 이 질문은 한국 사회의 인식 구조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사진=코바코
사진=코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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