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교육부, 직업계고 인식 전환 박차…‘먼저 만난 꿈’ 캠페인

[PR프랙티스④] ‘2025 직업계고 인식개선’ 캠페인

한국PR 대상 통합(IMC) 캠페인 우수상 수상
공고·상고 편견 깨기, 직업계고 캠페인이 1만명을 움직인 방법

  • 기사입력 2025.11.24 14:26
  • 기자명 김경탁 기자

[편집자주] ‘PR프랙티스’는 2025 한국PR대상 수상자들의 주요 캠페인과 활동을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수상작에 담긴 기획 의도와 실행 전략을 기록함으로써, 국내 PR 현장의 발전 방향과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더피알=김경탁 기자|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는 최근 몇 년 동안 반도체·AI·소프트웨어 등 신산업의 수요를 반영해 학과를 전면 재구조화하고, 산학일체형 도제교육이나 현장실습 안전 강화 등 교육 체계 전반을 혁신해 왔다.

그러나 학교의 변화만큼이나 중요한 사회적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직업계고를 ‘성적이 부족한 학생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학교’로 생각하거나, 과거의 ‘공고·상고’ 이미지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었다.

변화한 현실과 머물러 있는 인식 사이의 간극을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정책이 현장에서 효과를 내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캠페인 포스터 2종
캠페인 포스터 2종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 엔자임헬스가 함께 기획한 직업계고 인식개선 캠페인 ‘먼저 만난 꿈, 먼저 찾은 길’은 바로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캠페인의 기획진은 먼저 타깃의 인식 구조를 면밀히 조사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서는 가고 싶은 특성화고가 있어도 부모님을 설득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응답이 절반을 훌쩍 넘었고, 마이스터고를 ‘날나리 학교’라고 보는 시선 때문에 진학을 고민한다는 대답도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역시 학교가 좋아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직업계고 교육이 사회에서 충분히 인정받을지 불확실하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기업 현장에서도 고졸 인재의 적응력은 높게 평가하면서도, ‘대졸자가 일을 더 잘한다’는 오래된 선입견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이처럼 다층적 오해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단순 정보 제공 중심의 보도형 PR은 인식 전환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학부모와 학생 모두 정보 소비의 중심을 유튜브로 옮긴 상황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타깃에게 도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캠페인 전략은 이러한 인식 지형을 고려해 설정됐다. 핵심은 ‘학력 중심의 선택 기준’을 ‘흥미와 적성 중심의 진로 선택’으로 뒤집는 프레임 전환이었다.

그리고 이 프레임 전환의 동력은 정책 홍보가 아니라, 실제 직업계고 학생의 목소리와 경험에서 나온 ‘현실적 서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학생들의 노력, 성장, 미래에 대한 신념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TVC 캠페인 ‘먼저 만난 꿈, 먼저 찾은 길’은 이러한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구현한 콘텐츠다. 광고는 배우 손호준의 실제 이야기를 시작점으로 삼는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지역 극단에서 연기를 배웠던 경험을 회상하며, “지금도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한다.

이어 항해사를 꿈꾸는 직업계고 학생이 등장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바다와 연결해 자기 꿈을 그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결국 “꿈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메시지로 모아진다.

학생의 꿈을 먼저 발견하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직업계고의 본질이라는 점을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려는 의도였다.

이 광고는 17개 시도교육청별 로고를 삽입한 버전으로 변환돼 지역 방송과 지자체 매체를 통해 확산되었고, 지역 예산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파급력을 키웠다.

캠페인은 방송광고에 머무르지 않았다. 지역별 진학 구조가 크게 다른 만큼, 학교·교육청 단위에서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홍보물이 필요했다.

이에 엔자임헬스는 각 지역 교육청이 선호하는 매체를 조사해 포스터, 배너, 옥외광고 등을 별도로 제작했다.

“우린 좋아하는 일이 진심이니까”, “나는 ○○입니다” 등 학생 모델을 내세운 메시지는 지역 사회가 직업계고를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접근은 중앙 캠페인이 지역 IMC 구조로 확장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토크콘서트
토크콘서트

또한, 학생·학부모가 직접 참여하는 ‘찾아가는 꿈 토크콘서트’는 인식 전환의 현장 접점을 만들어냈다.

김경일 교수, 김미경 대표, 윤남노 셰프 등 각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강사가 11개 시도를 순회하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실제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조언을 제공했고, 학부모에게는 자녀의 선택을 지지할 근거를 제시했다.

참석자는 전년 5200명에서 1만500명으로 두 배 증가했으며,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체험 기반 설득’이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유튜브 기반 인플루언서 협업도 병행됐다.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엠넷 채널에서는 아이돌 그룹 트리플에스 멤버들이 고졸채용 기업 면접을 체험하는 콘텐츠를 공개하며, 고졸자의 실제 업무 적응 가능성과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현실적으로 보여줬다.

학부모층에는 MKTV의 김미경 대표가 ‘학력보다 능력이 중요한 시대’라는 주제로 직업계고의 의미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설득력을 높였다. 이는 진학 결정을 앞둔 타깃이 실제로 머무는 플랫폼에서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남노 셰프가 강연하는 토크콘서트 포스터
윤남노 셰프가 강연하는 토크콘서트 포스터

캠페인의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찾아가는 강연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5%가 직업계고에 대한 긍정 이미지가 강화됐다고 답했고, 교육청 협업을 통해 약 4억7000만 원 규모의 추가 홍보 효과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지역 교육청의 자발적 참여가 늘어나며 캠페인이 중앙-지역-학교-학생을 연결하는 구조적 확산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엔자임헬스 소영식 전무는 이번 캠페인의 핵심 과제로 가장 먼저 “오래된 인식의 틀을 깨는 것”을 꼽았다.

직업계고가 실제로는 신산업 중심으로 꾸준히 변화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관심권 바깥에 놓여 있었던 탓에 그 변화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고 진단한 그는 “예전보다 환경은 많이 좋아졌지만, 직업계고 하면 떠올리는 편견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부모 세대의 인식 장벽을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소 전무는 “학생들은 비교적 빨리 바뀔 수 있지만, 학부모는 과거의 ‘공고·상고’ 이미지를 여전히 기억하는 세대”라고 말했다.

직업계고가 마이스터고 2.0, 신기술 학과 개편, 국가 차원의 투자 확대로 빠르게 달라지고 있음에도, 학부모의 인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진학 결정 과정에서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캠페인의 의미를 “변화하고 있는 현실과 뒤처진 인식 사이의 간극을 조금씩 메우는 작업”이라고 정의하고, 단순한 단기 홍보사업이 아니라, 사회 인식의 구조를 서서히 전환해가야 하는 장기적 과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소 전무는 “직업계고에 대한 시선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면서 “지속적으로 케어해 나가야 하는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캠페인이 남긴 의미는 단순히 ‘직업계고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학생의 꿈과 노력을 중심으로 학교의 가치를 설명함으로써, 직업계고 진학을 ‘차선의 선택’이 아니라 ‘정당한 진로 선택’으로 재정의하는 프레임 전환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공공 PR이 지향해야 할 타깃 정밀 접근, 지역 기반 확산, 실제 경험 중심 스토리텔링의 정석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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