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못 안은 CJ헬로, 2년 뒤 LGU+ 품으로?
SKT가 못 안은 CJ헬로, 2년 뒤 LGU+ 품으로?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08.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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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3위’ LG유플 “케이블 인수 검토 중”…달라진 시장 상황, 이통-SO 합병 현실화 여부 관심
CJ헬로비전은 2년전 SK텔레콤과의 M&A가 무산된 경험을 갖고있다(자료사진). 뉴시스
CJ헬로비전은 2년전 SK텔레콤과의 M&A가 무산된 경험을 갖고있다(자료사진).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시도가 정부의 ‘스톱 사인’에 막혀 무산된 지 2년여가 지났다. 그런데 최근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업체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헬로비전 매각설에 재차 불이 붙고 있다. 상황은 2년 전 그때와는 다소 달라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최근 CJ헬로 인수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특정 업체에 한정하지 않고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고 있는 중”이라면서도 “(케이블TV 업체에 대한) M&A(인수합병)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홈 미디어 사업 부문에서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로 키즈 콘텐츠 등 IPTV를 강화하는 전략을 펴나가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성과도 작지 않다. 올 2분기 실적을 보면 IPTV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가입자가 14.5% 증가했다. 이는 상반기 IPTV 가입자 순증 점유율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힘입어 수익도 21.5%나 올랐다.

아직 IPTV 업계에서 3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무적일 수밖에 없는 결과다. 여세를 몰아 주요 SO(System Operator,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인수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CJ오쇼핑과의 합병으로 헬로비전의 최대주주가 된 CJ ENM 관계자는 일단 “(올해) 1월 공시 내용과 달라진 건 없다”고 공식입장을 나타냈다. 헬로비전은 지난 1월 18일 최대주주 지분 매각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당사의 최대 주주는 현재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는 CJ가 CJ헬로 매각에 주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양윤직 오리콤 IMC미디어본부장은 “CJ헬로가 딜라이브, 티브로드와 함께 SO업계를 3등분 하고 있지만 서울에서는 딜라이트가, 수도권은 티브로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확장성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들어 CJ ENM이 콘텐츠와 홈쇼핑 사업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매각설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국내 콘텐츠 플랫폼의 주도권이 모바일과 IPTV로 넘어가면서 유료방송 시장에서 SO 파워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17년 하반기 유료방송사업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공고’에 따르면 그간 IPTV에 비해 우위를 보였던 SO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CJ가 CJ헬로를 매각할 의사가 있다면 가치가 더욱 떨어지기 전에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고는 해도 CJ헬로는 여전히 가입자 수 면에서 SO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자사 플랫폼 확장이 절실한 LG유플러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M&A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M&A 자체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며 “(SO업계의) 하락세와는 관련 없이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용산 사옥에 들어서는 모습. 뉴시스
LG유플러스가 통신과 SO를 결합해 시장 지배력을 높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용산 사옥에 들어서는 모습. 뉴시스

실제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품에 안는다면 SO와 IPTV, 위성방송을 망라한 유료방송 시장에서 단숨에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하반기 6개월(7~12월) 평균 가입자 수를 보면 CJ헬로는 약 410만8000명, LG유플러스는 341만5000명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합치면 1위 사업자인 KT(957만 9000명,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포함)에 이은 2위로 발돋움하게 된다.

점유율로 환산하면 약 24%(CJ헬로 13.1%/LG유플러스 10.9%)에 달하는 수치다. 주력업종인 이동통신은 물론 IPTV 분야에서도 만년 3위에 머물렀던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이통업계 1위인 SK텔레콤을 제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3등이어서 유리한 셈법방송시장 기류 변화도 주목  

하지만 LG유플러스와 CJ헬로가 M&A에 합의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절차다. CJ헬로 입장에서는 지난 2015년 말부터 이듬해까지 SK텔레콤을 상대로 추진됐다가 무산된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시 SK텔레콤은 CJ오쇼핑의 CJ헬로 지분 53.92% 중 30%를 약 1조원에 인수하고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한다는 계획이었다. 관련 설명회에서는 “새롭게 출범하는 합병법인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해 문화·콘텐츠 산업을 진흥하고 투자 활성화 및 생태계 발전을 선도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관련기사: SK-CJ 빅딜, 각기 다른 ‘선택과 집중’

그러나 SK텔레콤의 야심찬 계획은 공정위가 ‘합병 불허’ 통보서를 보냄에 따라 급제동이 걸렸다. 양사는 소명자료를 마련했지만 공정위는 결국 최종 불허결정을 내렸다. 최종 승인 권한은 과기정통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에 있지만 전기통신사업법 제 18조에 따르면 공정위와의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결국 SK텔레콤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관련기사: SK-CJ 빅딜 사실상 무산, 방송·통신 입장 엇갈려

당시 공정위가 양사 합병을 금지한 주된 명분은 유료방송 시장과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였다. 23개 지역의 유료방송 시장에서 50% 내외 점유율을 보유한데다가 알뜰폰(MVNO) 1위 사업자인 CJ헬로가 SK텔레콤에 인수되고 IPTV 유력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결합한다면 해당 시장에서의 경쟁 압력이 크게 감소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수주체가 SK텔레콤이 아닌 LG유플러스라면 이야기가 다소 달라진다. 앞서 언급한대로 IPTV과 이동통신 시장 모두 LG유플러스는 3위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일단 통합 수치만 보자면 이듬해 발표된 2015년 하반기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에서 SK브로드밴드는 12%가량인 데, 2017년 하반기 기준 LG유플러스 점유율은 10.9%로 이에 미치지 못한다. 같은 기간 CJ헬로의 점유율은 13.7%에서 13.1%로 다소 감소한 상황이다. 

이동통신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점유율 수치는 더욱 확연하게 차이 난다. 공정위는 합병 불허 당시 SK텔레콤과 헬로비전의 시장 점유율 합계가 47.7%(SK텔레콤 및 계열사 46.2%+CJ헬로 1.5%)에 달한다고 밝혀 제동을 걸었는데, 2017년 12월 기준 LG유플러스의 고객용 휴대폰 회선 점유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알뜰폰 업체의 전체 점유율인 12%가량을 합해도 30%대에 머무른다.

굳이 이같은 수치를 따지지 않아도 급변하는 방송 시장 상황을 정부가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통신과 방송의 결합에 무게를 싣는다. 양윤직 본부장은 공정위가 인수를 막을 만한 명분이 없다고 보면서 “5G 시장과 플랫폼은 발달하고 있지만 (정부가) 시장점유율과 가입자 수를 보고 규제하다보니 콘텐츠 유통은 해외 기업을 못 따라 가는 추세”라고 꼬집었다.

또 “콘텐츠 사업자 측면에서 보면 SO나 IPTV와 제휴를 맺고 투자도 받아야 할 텐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 기업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품으로 CJ헬로가 들어간다면 “케이블TV의 지역성이 훼손될 우려는 있다”면서도 “케이블TV는 모바일에서 약세인데 합병이 이뤄진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머니게임 방식의 인수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통사와 SO가 동등한 입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케이블 업계도 자생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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