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의 정부광고 대행, 문제는 없나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대행, 문제는 없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3.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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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료 10%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가
“재단이 정부기관의 인하우스 에이전시인가”
독점화 공고해졌다는 반발 이어져
정부 각 부처의 광고들. 영상 캡쳐
정부 각 부처의 광고들. 영상 캡쳐

[더피알=문용필 기자] 새롭게 마련된 정부광고법이 언론사에게 민감하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은 비단 달라진 수수료 징수방식 뿐만 아니다.

▷먼저 보면 좋은 기사: 40여 년 만에 법제화된 정부광고, 달라지는 점은?

해당 법 제 9조를 보면 “정부광고 형태 이외에 홍보매체나 방송시간을 실질적으로 구매하는 어떤 홍보형태도 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다만, 협찬 받은 사실을 고지할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즉, 기사형 광고를 낼 경우에는 반드시 협찬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못박은 것이다.

이와 관련,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특정 정부기관이나 지자체가 (언론사에) 통으로 금액을 던져주고 알아서 기사를 써달라고 이야기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이런 관행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겠지만 상당부분 줄어들게 할 것이다. 훨씬 투명한 (정부광고)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정 언론에 정부광고를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의 소지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광고계 인사 A씨는 “좋은 기사를 써주고 ‘우리 신문에 광고를 내라’고 하는 건 어찌 보면 정상적인 거래지만 기사 자체를 돈으로 거래하는 경우도 있지 않았느냐”며“그렇게 되면 저널리즘의 본질과도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협찬 명시가 안 된 기사형 광고를 금지시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일간지 광고담당자는 “협찬기사임을 명시하면 한국언론진흥재단이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언론사는 수수료를 내지 않은 기관들을 적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법 때문에 안 된다고는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진행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안다. 광고가 아닌 협찬이기 때문에 이야기만 새나가지 않으면 언론재단도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언론재단 독점체제를 둘러싼 논란들

이같은 변화와는 별개로 언론재단만이 정부광고를 대행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제화를 통해 오히려 독점화 현상이 공고해졌다는 논리다. 정부광고법의 국회통과 이후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전방위적으로 쏟아졌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당초 입법목적인 정부광고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각각의 해당분야 전문공공기관이 분리대행하는 내용을 시행령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기독교방송과 불교방송 등 종교방송사들도 성명을 통해 방송 광고업무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인쇄 매체 광고편중이 심화되고 방송매체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고든 홍보든 정부 업무를 외부업체가 대행하기만 해도 시행료의 10%를 언론진흥재단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대행 독점을 비판하는 글이 등장했다. 청원자는 글에서 “국내 광고산업을 저해하는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이 인하우스 에이전시에 일감을 몰아주는 한국의 특수한 광고대행문화와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언론재단이 정부기관의 인하우스 에이전시로서 광고 독점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지방광고대행사의 가장 큰 광고주는 지자체나 지방공기업인데 언론재단에서 독식하는 바람에 이들 대행사들이 점점 붕괴되고 있다면서 광고대행사로서 언론재단의 역할과 서비스 부재로 정부광고의 효율성이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주무부처인 문체부도 할 말은 있다. 관계자는 “정부광고법의 취지는 (대행기관이) 한 개냐, 두 개냐가 아니라 수탁기관이 광고를 언론사에 배분하거나 조정하면 안된다는 것”이라며 “문체부 장관이나 수탁기관이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체결정을 광고주에게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업무 위탁업무 및 수수료 징수에 대해 명기한 정부광고법 시행령의 일부.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업무 위탁업무 및 수수료 징수에 대해 명기한 정부광고법 시행령의 일부.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쳐

또한, “독립성과 공공성이 보장되는 기관이고 매체가 개입 여지가 없다고 봤기 때문에 언론재단을 선정했다. 당장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다른 기관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추후 수정이 가능한) 시행령이기 때문에 언론재단보다 더 잘하는 곳이 있다면 (대행기관 선정은)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언론재단의 서비스 질적 논란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언론재단의 광고파트가 증원됐다. 향후 전화나 팩스가 아닌 온라인을 통한 원스톱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비효율적이었던 면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병희 교수는 “정부광고가 독점체제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큰 덩어리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라며 “정부광고에는 군 단위의 분묘 개장 공고 같은 5단짜리도 포함돼 있다. 만약 독점이라고 한다면 이것도 (민간 대행사가) 다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수수료의 사용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광고법 시행령 상에는 언론진흥기금과 미디어교육 지원사업, 정보격차 해소지원 사업 등에 수수료를 쓸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한 광고계 관계자는 “언론을 진흥시키는 목적이 정부광고법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굳이 이 법을 통해 언론을 지원해주는 것이 맞느냐. 국민정서와 안맞는 부분”이라며 “오히려 일자리 창출 등 광고산업 경쟁력에 지원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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