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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현장] 구찌가 만든 11개의 방
[마케팅 현장] 구찌가 만든 11개의 방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2.03.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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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컬렉션 콘셉트 살려 전시 기획, 이탈리아 상설전 서울에 재현
추상성 살린 예술 형태로 브랜드 정체성과 가치 전달 목적

‘명품 브랜드가 가볍게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는 방법.’

[더피알=한나라 기자] 명품브랜드 구찌(Gucci)의 전시회 ‘구찌가든 : 아키타이프’를 관람 후 생각난 한 줄 평이다. 

구찌는 지난해 문을 연 구찌가옥을 시작으로 주기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는 등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제페토,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기반 게임에 공간을 만들고 직접 게임 제작에 나서는 등 오프라인 채널을 넘어서려는 시도도 지속 중이다. 이번 전시 역시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채널 다각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핑크색으로 꾸며진 전시장 입구. 한나라 기자 

구찌의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구찌가든 : 아키타이프’는 지난 4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시작돼 27일까지 진행된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구찌의 브랜드 공간, 구찌 가든 2층에서 진행 중인 상설전시 ‘아키타이프’를 재현했다.

전시는 크게 11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고 각각 다른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CD)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지난 6년간 연출한 컬렉션 제품과 콘셉트를 활용해 공간 체험형 전시를 연출했다.

전시 명인 아키타이프(archetype)는 ‘결코 재현될 수 없는 본래의 형태’를 의미한다. ‘구찌의 모든 캠페인이 독특하고 반복될 수 없는 순간을 이야기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미켈레 CD가 전시의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구찌는 실제 오프라인 관람 외에도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럿 제공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피렌체 구찌 가든의 상설전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도 가상으로 재현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첫 번째 방인 컨트롤룸의 전경.

그럼에도 11개의 공간에서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경험하기 위해 오프라인 관람 방식을 선택했다. 직접적인 체험을 선호하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인지, 이번 전시는 온라인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매진됐다. 전시 오픈 이후에는 인증샷을 배경으로 SNS상에 종종 언급된 탓에 방문 당시에도 현장 예매를 통해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보였다. 매표소에서 현장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예약이 가능한 시간대를 확인해 안내해주고 있었다.

핑크색 배경에 전시 제목이 크게 그려진 벽을 따라 입장하니 첫 번째 공간 컨트롤 룸이 나왔다. 이번에 재현된 기존 캠페인 광고들의 모습이 여러 화면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상영되고 있었다. 초입에서 11개의 공간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치였다.

구찌 블룸(왼쪽)과 수집가의 방을 테마로 연출한 공간.

현장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공간은 구찌 향수를 활용해 꾸민 구찌 블룸(Gucci Bloom)과 수집의 방을 테마로 삼은 공간이었다. 구찌 블룸은 ‘구찌의 첫 여성 향수’를 표현해 방 곳곳에 향이 가득했다. 풀숲에 향기가 가득 들어차도록 연출해 강하게 인상이 남았다.

수집가의 방은 2018년 가을 겨울 컬렉션인 구찌 컬렉터스 콘셉트를 활용했는데, 사방에 거울을 배치해 공간이 무한히 확장돼 보이는 점이 특징이었다. 시계와 인형, 나비표본들이 줄이어 배치돼 있고, 그 사이로 수십 개의 구찌 가방들이 나열돼있다. 나비 1354마리, 구찌 핸드백 200개, 뻐꾸기시계 182개가 사용됐다고 한다. 수집가의 끝없이 이어지는 집착이라는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잘 드러낸 공간이었다.

각각 노아의 방주(왼쪽)과 파리의 68혁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연출된 공간. 

이외에도 파리의 68혁명을 기념해 당시 시위대가 내세운 구호와 메시지를 활용한 터널과 LA의 지하철,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미디어로 재현한 공간들이 눈길을 끌었다. 방마다 전혀 다른 콘셉트를 내세운 덕에 모든 공간마다 사진 찍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이탈리아에 구찌 가든이 오픈할 때부터 전시를 보고 싶었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내는 관람객도 있었고 자녀와 함께온 여성 관람객은 “무료로 열리는 데다 구찌라는 브랜드가 워낙에 유명하기에 (전시에) 왔다”며 “가볍게 즐기기에 좋은 전시 같다”고 했다. 현장에서 같이 관람을 했던 이들은 대부분 “구찌가 전시를 연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1980년대 낭만주의를 테마로 삼은 공간. 

전시 전체에서 구체적인 제품이나 캠페인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추상성이 극대화된 예술 전시의 형태였기에 오히려 구찌에 대한 감성적인 이미지를 남기는데 적절해 보였다. “내 상상으로의 여정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캠페인처럼, 감정의 놀이터를 만들었다”는 미켈레CD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가볍게 구찌라는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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