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 ISSUE] 기자가 좋아하는 ‘베스트 보도자료’ 조건
[PUBLIC ISSUE] 기자가 좋아하는 ‘베스트 보도자료’ 조건
  • 한민철 기자 (kawskhan@naver.com)
  • 승인 2023.04.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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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타임스=한민철 기자] 기자와 홍보인의 소통 창구는 다양하다. 보통 전화와 이메일, 대면 미팅, 브리핑 등을 통해 기자의 취재와 홍보인의 피알(PR)이 이뤄진다. 그중 ‘보도자료’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을 것이다. 보도자료에는 홍보인이 대중에 전하고 싶은 회사의 소식이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다.

홍보인은 보도자료를 작성해 출입 담당 기자에 송부하고, 기자는 이를 받아 신속히 출입처의 소식을 기사화할 수 있다. 홍보인은 담당 기자에 일일이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아도 되고, 기자는 ‘오보의 우려’ 없이 출입처에 관한 그날의 기사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신속·정확한 보도와 피알이라는 두 가지가 보도자료 하나로 가능해지는 셈이다.

그만큼 보도자료 작성은 기자와 홍보인 모두에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보도자료를 둘러싸고 기자와 홍보인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실 ‘기자는 그저 홍보인이 만들어 놓은 보도자료를 기사화하기만 되는 것 아닌가’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사 입장에서 보도자료를 홍보인이 만들어 준 그대로 다 기사화할 수는 없다.

보도자료는 광고성·홍보성 내용이 대부분인데, 언론사 기사를 노출하는 포털에서는 이런 종류의 기사 송출에 제한을 두고 있다. 만약 언론사 자체 생산 기사보다 지나치게 광고성·홍보성 보도자료를 기사화해 포털 뉴스에 송출한다면, 향후 뉴스제휴 평가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일부 언론사에서는 보도자료 기사를 두고 ‘남들도 다 쓰는 것 우리가 반드시 써야 하는가’라며 엄격히 판단하기도 한다. 보도자료 기사가 자사의 뉴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송출 횟수를 가능하면 줄이고 있다.

홍보인들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들이 공들여 만든 보도자료를 기자들이 이메일 등을 통해 확인하고도 기사화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각사 홍보인들은 광고적 느낌을 최대한 줄이고 기자들이 더 쉽게 기사화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보도자료 작성 방식을 바꿔왔다.

기자들이 굳이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복붙(복사+붙여넣기)’해 기사화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심지어 보도자료에 첨부한 사진의 설명까지도 대신 작성하는 등 기자들이 자사의 보도자료를 기사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 때문에 일부 기업의 홍보부서는 신입 홍보인에 보도자료 작성 교육부터 열을 올리기도 했다는 것이 과언이 아니다. 반면 이러한 보도자료 새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기업은 “우리 보도자료라도 꾸준히 써주지 않으면, 광고비 집행이 어려울 것”이라며 돈줄을 쥐고 언론사에 구시대적인 광고성·홍보성 보도자료 작성을 강제하기도 한다.

기자들이 공감하는 ‘좋은 보도자료’의 조건 두 가지

이처럼 기자와 홍보인 사이의 보도자료를 둘러싼 불필요한 기 싸움을 없애기 위해, 기자들이 기사화에 주저하지 않는 그리고 홍보인들이 숙지해야 하는 ‘좋은 보도자료’의 조건은 무엇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우선 알기 쉬운 내용으로 보도자료가 작성돼야 한다. 아무리 친한 홍보인이건, 그 홍보인의 회사와 광고 계약을 맺고 있더라도 기자가 몇 번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내용을 보도자료에 담아 보내온다면, 기사화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쓰는 기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면, 읽는 독자들은 더 내용을 알기 어려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부분 기자는 보도자료 내용이 기사문 형식으로 정리된 것을 선호한다. 사실 공기업과 정부 부처의 보도자료는 주로 기사문이 아닌 보고서나 브리핑 형식으로 작성하는데, 이는 기자들이 기사화하기 매우 꺼리는 것 중 하나다.

기자들은 해당 보도자료를 보고 분석해 주제를 잡고 전개가 매끄럽도록 내용을 선별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좋은 보도자료가 갖춰야 할 쉽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기사화할 수 있는 조건에 어느 하나도 만족하지 않는다. 당연히 기자들도 이런 형식의 보도자료를 좋아하지 않고 그만큼 기사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설령 기사화를 하더라도 다른 기자가 이미 송출한 기사를 복붙해 재탕하는 식의 의미 없는 보도가 나오기 마련이다.

다음으로 기사화할 만한 내용의 보도자료가 와야 한다. 어떤 기업의 홍보부서는 제품의 광고성 보도자료만 꾸준히 보내는 곳이 있다. 안타깝지만 이런 보도자료는 기자가 홍보실과 좋은 관계 유지를 목적으로 기사화하더라도 데스크에서 송출해주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다수의 기자가 ‘내가 기업 광고 기사나 쓰려고 기자를 한 것인가’라며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는 만큼, 해당 보도자료가 포털에 송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대로 어떤 기업에서는 제품 홍보보다 사회공헌 활동과 경영진의 동향, 사내 새 소식에 맞춘 내용의 보도자료를 자주 보내온다. 이는 기자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은 주제로 자주 기사화로 이어진다. 또 이런 보도자료는 파일을 삭제하지 않고 저장해 두고 있다가 향후 파생 기사를 작성할 때 활용하기도 한다.

‘좋은 보도자료’ 쏟아내는 기업은?

기자도 일과를 시작하는 아침 이메일 함을 열어보면, 수십 통의 보도자료가 수신돼있다. 여느 기자와 같이 아무 보도자료나 기사화하지 않고, 앞서 언급한 ‘좋은 보도자료’라면 거의 빠짐없이 기사화하는데 개인적으로 두 개 회사의 보도자료를 선호한다.

그중 하나는 제약사 한미약품의 보도자료다. 한미약품의 보도자료 내용은 출입 기자와 데스크 사이에서도 ‘복붙해 기사화해도 어색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기사문의 형식을 철저히 지키며, 어려울 수 있는 의약품 용어에 대해 기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참고 설명을 빼놓지 않는다.

특히 한미약품의 보도자료는 제품의 광고성 내용보다 사회공헌과 경영 성과, 제품 성능 등 회사 이미지 홍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에도 자사에서 주최하는 ‘젊은 의학자 학술상’과 한미약품그룹 임성기재단의 ‘임성기 연구자상’ 시상식 등의 보도자료 그리고 미국 암연구학회에서의 7개 항암 혁신신약 소개 등의 보도자료가 다수의 언론사로부터 기사화됐다.

한미약품 홍보실 관계자는 “지나친 미사여구 사용이나 과장된 표현이 담긴 보도자료는 오히려 자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자료가 주는 무게감을 크게 훼손할 수 있어 보도자료 작성 시 항상 주의하고 있다”며 “기자가 보도자료를 토대로 질문할 수 있는 내용까지 미리 파악하고, 이에 관한 내용을 자료에 충실히 담아내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라고 생각한다”며 보도자료 작성 노하우에 대해 밝혔다.

마찬가지로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보도자료도 좋은 보도자료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 홍보실은 출입 기자들에 거의 하루에 한 통 이상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보낼 정도로 공을 들이는 곳이다.

엔씨소프트의 보도자료도 한미약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어려울 수 있는 게임 용어를 되도록 알기 쉽게 풀어쓰며, 장황하지 않도록 일목요연하게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게임업체의 보도자료는 신작 소개나 특정 게임의 업데이트 그리고 게임 유저들을 상대로 하는 광고성 내용이 주를 이루기 마련이다. 그런데 엔씨소프트는 이런 광고성 내용 외에도 회사의 주요 경영 성과와 사회공헌 관련 내용 등 게임 유저와 관련 없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흥미를 끌 만한 주제를 보도자료에 자주 담아낸다.

최근에도 엔씨소프트의 장애인 근로자 고용 등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확대 내용의 보도자료는 다수의 언론사가 받아 기사화했고, 기업의 ESG 경영 활동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라며 업계 밖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또 신작 게임에 대해 소개하는 보도자료에서 광고적 색채를 최대한 지우고, 해당 게임에 구현한 최첨단 기술과 개발자의 목소리를 조명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다수의 기자들이 거부감 없이 기사화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엔씨소프트의 우수한 기술력을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신작 게임 홍보의 효과도 동시에 얻었다는 평이 나왔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기업 및 게임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간결하고 정확하게 작성하고자 한다”며 “특히 기술과 게임에 관련한 정보를 전달할 때는 전문 용어나 미사여구 등 과장이 담긴 표현을 사용하기 쉬운데, 가급적 객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와 문장을 쓸 수 있게 노력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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