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글쓰기, 맞서지도 맡기지도 말고 함께 해라
AI와 글쓰기, 맞서지도 맡기지도 말고 함께 해라
  • 김진형 (jkim@kaist.edu)
  • 승인 2023.08.2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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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의 AI 세상 이야기] AI 시대에도 글쓰기 능력을 갖춰야 할까?

어떤 방법론과 도구를 사용했든 ‘최고의 창착물’에는 가치가 있다
생성형 AI 활용 일반화될수록 ‘창의적 표현 능력’은 더욱 더 중요
거의 모든 작업이 AI로 자동화된다는데 학교에서 옛날 지식과 기술을 어렵게 배워야 할까요?

더피알=김진형 | 며칠 전 초등학생 학부모들을 위한 인공지능(AI) 강연을 한 후에 “미래 세상에서는 거의 모든 작업이 AI로 자동화된다는데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옛날 지식과 기술을 어렵게 배워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뉘앙스다.

AI의 능력과 황금빛 미래 세상을 신나게 이야기하면서 ‘AI에 준비된 인재로 키워야 된다’고 열을 냈는데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옛날 지식’은 안 배워도 되지 않겠냐”고 답해 당장의 어려움은 피해 갔다.

학교 교육에서 무엇을 빼고, 무엇을 유지해야 하는가는 결코 간단치 않은 논제다. 학교 교육은 ‘쉽게 대체될 수 없는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 하겠지만, 어떤 기능이 자동화되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중요해서다.

계산기가 발명되자 ‘수학교육에서 계산 능력을 훈련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계산 능력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등 수학적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수학적 이해의 기본 요소이며 기초 및 고급 수학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계산기가 복잡한 계산을 대신 해주지만 계산의 기본을 이해해야 기계의 계산 능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계산 능력은 수학을 공부하는 데 필수적이고 수학교육은 계산능력을 활용하는 문제해결 능력에 집중해야 된다고 결론이 났다.

글쓰기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글쓰기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글쓰기 훈련은 필요한가?

AI가 글을 쓰기 시작하자 ‘글쓰기 교육이 얼마나 필요한가’하는 논쟁이 시작되었다.

‘글쓰기’는 생각을 논리적 언어로 정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소통 능력이다. 또한 창의적 발상을 언어로 표현하는 고차원적인 문제해결 기술이다. 훌륭한 정치인은 짧은 글로도 대중을 설득하여 자기편으로 만들고 지지하게 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은 누구나 갖고 싶어 한다.

글쓰기는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백지를 앞에 놓고 글을 쓰려할 때 막막할 때가 많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전개해 나가야 할지 등등을 결정해야 한다. 여러 방향으로 대안을 검토하여 좋은 것을 고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결코 쉽지 않다. 글을 잘 쓰는 전문가들도 집필을 부탁 받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한다.

글쓰기는 적절한 단어를 구사하는 어휘력을 기반으로 하지만, 주제를 명확히 하고 이를 문법에 맞게 효과적으로 조직하여 정보를 전달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단어를 이어 붙이는 것 이상으로 생각을 구조화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AI가 스스로 글을 쓴다고 한다. 인간이 수행하기도 벅차고,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업무인데도 AI가 잘 한다. AI의 글 수준이 언뜻 보기에는 매우 높다는 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AI가 고도의 글쓰기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이 분야를 연구하는 나도 한동안 믿기지 않았다.

기술의 본질 알아야 능력과 한계도 보인다

AI의 글쓰기 능력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기술의 본질을 알아야 그 능력과 한계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근거 없는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며, 약점이 있더라도 약점을 극복하여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AI 글쓰기의 핵심은 ‘주어진 문장’의 다음에 나타날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다.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단어는 많을 텐데, 이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단어를 선택하면 가장 그럴듯한 문장이 만들어진다고 믿는 것이다.

확률이 높을수록 정답에 가깝다는 믿음

학자들은 오로지 단어 출현의 확률 값만을 근거로 문장을 생성해도 언어의 문법적 형식은 물론 의미적으로도 그럴듯한 문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했다. 문법은 물론, 문장이 전하는 의미가 다 그 확률에 녹아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단어 출현 확률만 보고 생성하는 문장은 문법적으로는 거의 완벽했으나 의미상으로 난센스일 경우가 자주 생성된다. 일관성 없는 횡설수설, 즉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것이다. 의미가 안 통하는 말을 계속 만들어 낸다.

챗GPT를 최초로 개발한 구글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 못해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OpenAI는 사람을 동원해 문제해결을 시도했다. 값싼 노동력이 필요해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케냐에 챗GPT를 훈련시키는 작업장을 만들었는데 업무 환경이 열악했다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학습과정에서 신경망 모델의 크기가 커질수록, 즉 파라미터 개수가 많아질수록 작은 신경망에서는 관찰할 수 없는 특수한 능력, 즉 우리가 창발 속성이라 부르는 능력이 나타난다. 명시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지 않았음에도 발생하는 특이한 행동이나 능력이다.

GPT의 창발 속성으로 언어 번역, 다양한 스타일의 글쓰기 능력이 나타난다. 논리적 추론, 계산 능력과 함께 예제로부터 학습하는 능력도 생긴다. 이런 창발 속성으로 GPT는 다재다능하고 강력해진다. 창발 속성은 학계에서도 다 이해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발생을 촉진할 수 있는지 등등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GPT처럼 대규모 데이터로 훈련된 대규모 모델을 ‘기반모델’이라고 하다. 거대한 기반모델을 확보하면 미세한 조정으로 수천개의 하위 작업이 가능해진다. 챗GPT는 기본적 자연어 대화 능력에 더해 문장 요약, 텍스트 형식의 분류, 번역, 감성 분석, 컴퓨터 코딩 등 자주 쓰이는 특수 업무를 수행하도록 미세조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기업이 대규모 기반모델 구축에 힘쓰고 있다. 기반모델 확보 경쟁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 강국이다. 몇 일전 네이버가 새 버전의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해 우리나라의 생성형 AI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알렸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네이버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콘퍼런스 '단 23'을 열었다. 이날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초거대 AI LLM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콘퍼런스 '단 23'을 열었다. 이날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초거대 AI LLM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제공

AI가 창의적일 수 있는가?

창의적 능력이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인데, 이런 원리로 작동하는 AI는 창작 능력이 있는 것인가?

AI가 쓴 글이 훌륭한가에는 논란이 있다. AI가 쓴 글은 대체로 새로움이 없고 밋밋하게 느껴진다. 문장을 이어 붙여 남이 쓴 것과 유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글쓰기에는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AI가 의지를 갖고 자기 의견을 주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컴퓨터는 사람의 생각을 자동화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즉 사람을 흉내 내려는 기계여서 기본적으로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없다. 더구나 데이터 학습을 통해 능력을 만들어가는 AI는 더욱 그렇다. 단지 있던 것을 조합하거나 흉내 낼 뿐이다.

퍼센트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문명은 정체될 것이다
퍼센트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문명의 운명은…

AI가 시도한 어떤 무작위 조합이 사람이 해보지 않았던 처음 시도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가는 AI가 알지 못한다. 따라서 새로운 감동을 주는 창의적인 표현을 AI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러한 AI에게 글쓰기를 맡기고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미래세상의 대부분 글은 AI가 옛 것을 흉내 낸 것이고 인류의 문명은 여기에서 정체될 것이다.

도구의 발달은 창의성의 가치를 올려준다

그렇다하더라도, AI를 글 쓰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쓰고자 하는 글의 목표와 내용 등을 개략적으로 제시해서 AI가 여러 글을 만들게 하고, 그 글을 보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채워 나가거나, 수정해 나간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글을 완성할 수 있다.

이렇게 글 쓰는 AI를 활용하는 데에는 여러 능력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AI에게 원하는 것을 지시하고 얻어내는 능력이다. 이를 프롬프트 공학이라고 한다.

둘째는 AI가 만든 것 중에서 좋은 것을 선별해 내는 능력이다. 이렇듯 AI시대의 글쓰기 능력은 지금의 것과 많이 다르다.

어떤 방법론이나 도구를 사용했던지 ‘최고의 창착물’은 그 가치를 평가 받는다. 생성형 AI가 활성화될수록 창의적 표현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결론적으로 AI가 글을 써도 ‘글쓰기 능력’은 사람이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이다.

거의 모든 작업이 AI로 자동화된다는데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옛날 지식과 기술을 어렵게 배워야 할까요?
방직기계 틀을 부수는 이들.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데 항의해 기계장치를 부수는 러다이트운동(1811~1816)이 급격히 확산되던 사회상을 그린 그림이다.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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