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헛소동
의대 증원 헛소동
  • 신호창 (hochang@sogang.ac.kr)
  • 승인 2024.05.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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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창의 룩 업 릴레이션스] 근거로 혼란을 해결하기

더피알=신호창 | 의대 증원으로 시끄럽다. 기시감이 드는 과거 정책이 2개 있다. 4대 강과 졸업정원제다.

4대 강은 2008년,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어릴 적 강변을 걸으면서 생각했던’거라며 사업을 공식화했다. 이 사업은 지금도 예산 낭비와 복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졸업정원제는 ‘서울의 봄’으로 시작한 군사정권은 심각한 대입 경쟁을 완화한다며 1982년부터 도입했던 정책이다.

졸업정원을 두는 대신 입학 정원을 없애서 대입 학생 수를 2배 이상 늘렸다. 부작용으로 몇 년 뒤에 폐지했으나 서울 소재 대학들도 입학 정원이 단박에 2배 이상 늘어난 결과, 지금의 수도권 과밀화, 지방소멸, 취업난 등의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둘 다 처음부터 근거 없이 밀어붙여 국력을 낭비했다.

전국 의대교수들이 전국적인 휴진(외래진료·비응급 수술 중단)에 나선 5월 10일 서울 한 대학병원 대기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전국 의대교수들이 전국적인 휴진(외래진료·비응급 수술 중단)에 나선 5월 10일 서울 한 대학병원 대기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어가고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대한민국 건강 정체성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전문가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함부로 내팽겨 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의사단체 중에서 의대교수협이 중추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 의료 수준이 월드 클래스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의대교수들이 교육, 연구, 진료 선진화 등을 주도하고 그간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은 덕이다.

이들의 조용한 희생 덕분에 국민건강보험 제도도 안착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신뢰받아야 마땅한 영예로운 전문가들이다.

의료 쟁점이 곧 근거

증원 근거가 무엇인가. 한국 의료 시스템이 지니고 있는 쟁점들이다. △OECD 최하위권 공공의료 비율 △건강보험과 손실보험을 동시 적용하는 혼합진료 △필수의료진 부족 △증원 후 의학교육 심사원의 평가 통과 여부 △지역 환자의 수도권행 △공공의대 신설 △주치의 제도 등.

이 쟁점들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한 후에 증원의 규모, 지역, 전공, 방법 등을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대교수협은 국민을 이해시키는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해야 한다.

먼저 환자 희생이 없도록 의료공백을 최소화해서 환자를 볼모로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후에 위에서 언급한 쟁점들을 국민에게 차근히 알리며 이해를 구하는 거다.

위의 ‘쟁점을 해결하지 않고 증원을 시행하면 역시 혼란이 가중될 수 있음’을 국민이 받아들일 때, 정부도 더 이상 증원을 고집할 근거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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