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 | ‘눈팅족’은 소셜 인터넷이 생긴 후 20여 년 동안 온라인 세상의 지배자였지만 Z세대에서는 소수자집단이 됐다.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게 이들에겐 대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팬덤을 주제로 6월 27일 발표한 ‘컬쳐&트렌드 리포트’(Culture & Trends Report - FANDOM)에 따르면, 14~24세 인터넷 사용자의 65%는 스스로를 비디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인식하고 있다. 1년 전 조사에 비해 25% 증가한 수치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온라인 1인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를 치하하는 의미로 모니터 속 ‘YOU’를 ‘올해의 인물’로 채택했던 게 2006년이지만, 2000년대 초중반 이후 20여년 동안 온라인 세상의 주류는 소위 ‘침묵하는 다수들’(어떤 의견 개진이나 활동 없이 구경만 하는 눈팅족)이었다.
테크업계는 일반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 10명 중 1명 정도만 새 콘텐츠를 게시하며, 대중은 이미지, 비디오, 기타 업데이트를 소비하기 위해서만 로그인한다는 경험 법칙을 인용하곤 했는데, 이제 숏폼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야말로 옛날 옛적 이야기가 됐다.
유튜브는 연례 동향 보고서의 일환으로 조사 기관 스미스가이거(SmithGeiger)와 함께 이용자들이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 결과, Z세대 대다수가 온라인 영상 시청 후 답글이나 심층 분석, 리액션 동영상 등으로 응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호 작용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모으는 대중문화 주제에 대한 영상에 반응하면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때로는 팬이 제작한 콘텐츠가 원본 소스보다 더 긴 시청 시간을 얻기도 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워싱턴포스트(이하 WP)는 ‘온라인 문화의 세대교체’로 평가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유튜브의 케빈 알로카(Kevin Allocca) 글로벌 컬처&트렌드 디렉터는 “Z세대가 팬덤을 어떻게 진화시키고 있는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면서 “그들은 수동적으로 시청하던 청중의 행동을 고유한 콘텐츠 ‘대화’에 자신의 목소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WP 인터뷰에서 말했다.
WP는 틱톡의 숏폼 비디오 대중화가 참여적인 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주도했다면서 사용하기 쉬운 모바일 비디오 편집 도구로 아마추어들도 강력한 비디오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틱톡의 듀엣 및 스티치 기능은 다른 제작자의 동영상에 쉽게 답글을 달 수 있게 하고, 편집 도구는 자신의 음악이나 오디오를 클립에 빠르게 추가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유튜브는 틱톡의 급격한 성장에 대항해 2021년에는 유튜브 쇼츠를 출시했는데, 쇼츠는 수십억 조회수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스키비디(Skibidi) 화장실’과 같은 문화 현상을 탄생시켰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이전시 크리에이터 어쏘리티(Creator Authority)의 공동 창립자인 브렌단 가한(Brendan Gahan) CEO는 간편한 편집앱 덕분에 사람들의 손마다 영상제작 스튜디오가 생기는 시대가 되면서 영상이 ‘인터넷의 공통언어’라는 지위를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가한 CEO는 크리에이터들의 입장에서는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이 훨씬 어려워졌다면서 “오늘날의 Z세대에게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은 매우 열망하는 주제이지만 진입장벽이 너무 낮기 때문에 경쟁을 점점 더 치열해져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분석기관 이마케터(eMarketer)에서 소셜 미디어&크리에이터 경제 수석 분석가를 맡고 있는 자스민 엔버그(Jasmine Enberg) 부사장도 유튜브 발표 데이터가 온라인에서 자신이 접하고 있는 트렌드와 일치한다고 공감했다.
마케터들은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사용자 생성 비디오 해설과 온라인 대화에 상업적인 메시지를 추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엔버그는 이로 인해 일부 젊은이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덜 신뢰하고, 대신 Z세대 동료의 정보, 추천 및 논평에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엔버그는 “그들은 뉴스나 사회, 대중 문화, 연예계에서 보는 것들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 자신과 같은 Z세대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비디오 전문 매체 튜브필터(Tubefilter)는 유튜브 팬덤 보고서의 “오늘날 Z세대의 89%는 자신을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팬이라고 묘사한다”는 대목을 인용한 6월 28일자 기사에서 브랜드들에게 팬덤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튜브필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열성적인 팬이 되면서 팬들도 문화의 소비자에서 문화를 직접 형성하는 역할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에게 팬덤은 왕이며, 유튜브는 팬덤이 다른 팬덤과 소통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유튜브 보고서에 따르면, 팬의 73%가 자신의 팬덤에 관한 콘텐츠를 찾기 위해 유튜브를 찾고 있으며, 이 수치는 다른 플랫폼보다 32% 더 높았다.
유튜브 보고서에는 플랫폼과 글로벌 대중문화 팬덤의 연결을 보여주는 수많은 크리에이터와 브랜드가 언급되어 있으며, 팬덤 현상에 올라타려는 브랜드를 위한 구체적인 권장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즉 브랜드들은 팬 창작에 힘을 실어주고, 팬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크리에이터들이 있는 곳에 등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