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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주인은 누구인가? 파리 올림픽이 제시한 새로운 아젠다

[이선종 - 문제의 주역 ⑪] 2024 Paris Olympics

  • 기사입력 2024.07.11 08:00
  • 기자명 이선종

더피알=이선종 | 프랑스 파리는 지금, 100년 만에 열리는 세 번째 올림픽으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부속 행사였던 제2회 올림픽 개최지로 근대올림픽의 시작을 함께 했던 도시 파리는 1924년에 두 번째로 개최한 올림픽 이후 딱 100년 만인 올해 세 번째 올림픽을 개최한다.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Ugo Gatoni와 제작, 경기장이 있는 도시를 꿈처럼 묘사하고 있으며, ‘Games Wide Open’이라는 슬로건을 반영하고 도시에 스포츠를 가져오겠다는 프로젝트의 야망을 반영, 2024 파리올림픽 포스터 ⓒParis Olympics
ⓒParis Olympics

사람이 실제로 죽는 전쟁을 대체할 ‘총성 없는 전쟁’을 위해 탄생한 근대올림픽은 이제 나라와 나라의 경쟁을 넘어, 국가 브랜드의 위상, 경제적 효과 등 커뮤니케이션적으로 득과 실에 대해 할 만한 이야기가 많다.

이번 글에서는 7월 26일 파리에서 개막하는 제33회 하계 올림픽 경기대회(2024 Summer Olympics, Games of the XXXIII Olympiad, Paris 2024, 2024 파리 올림픽)을 통해 새롭게 제시된 두 가지 아젠다를 살펴보자.

 

#1 환경 친화적 방식으로 준비되는 첫 올림픽

한 도시가 하계 올림픽을 세 번째로 개최하는 것은 영국 런던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올림픽 개최를 맞아 파리는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선보이는 동시에, 지속가능성과 혁신을 강조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기존 랜드마크와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 새롭다.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Ugo Gatoni와 제작, 경기장이 있는 도시를 꿈처럼 묘사하고 있으며, ‘Games Wide Open’이라는 슬로건을 반영하고 도시에 스포츠를 가져오겠다는 프로젝트의 야망을 반영, 2024 파리올림픽 포스터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Ugo Gatoni와 제작, 경기장이 있는 도시를 꿈처럼 묘사하고 있으며, ‘Games Wide Open’이라는 슬로건을 반영하고 도시에 스포츠를 가져오겠다는 프로젝트의 야망을 반영, 2024 파리올림픽 포스터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17년에 개최권을 획득한 이후, 지속 가능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 준비를 진행해왔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아젠다 2020’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2030년까지 모든 올림픽이 기후 긍정적(Climate Positive)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지속가능 시대의 파트너십 기업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올림픽 운영과 홍보는 개최국 뿐 아니라 기업 파트너들도 힘을 보탠다.

‘올림픽 파트너’ 하면 바로 떠오르는 파트너들은 코카콜라, 삼성, 비자, 오메가 등이 있다. 이들은 이번 올림픽에도 어김없이 파트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같은 전통적인 파트너 외에도 2010년대 후반부터 인텔, 에어비앤비와 같은 IT, 디지털 범주의 기업들이 파트너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파트너는 딜로이트다. 딜로이트는 파트너가 아닌 일종의 자문 격인 서포터 역할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월드와이드 파트너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 파리올림픽이 처음이다.

딜로이트가 월드와이드 파트너가 된 이유는 다름 아닌 ESG 때문이다. 딜로이트는 ESG 분야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올림픽의 ‘2020+5’ 아젠다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2020+5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1년 발표한 운영 로드맵으로 아래 내용들을 포함한다.

1. [지속가능성] 환경보호 초점, 재사용 및 재활용 가능한 솔루션 활용
2. [디지털 혁신] 경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 가능하게 하고, 팬 참여·경험 향상
3. [재정적 건전성] 재정적 지속가능성 유지 및 올림픽 재정 모델 강화
4. [국제 협력 강화] 다양한 스포츠 조직과의 협력 강화 및 글로벌 거버넌스 개선
5. [다양성 및 포용성 증진] 사회적 통합과 다양성 추구, 모든 형태의 차별과 대립
 

딜로이트는 파트너십 기간 동안 ESG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기후 중립, 다양성, 포용성, 선수 지원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딜로이트가 이와 관련해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올림픽에 참여한 딜로이트가 어떤 역할을 할지, ESG의 시각으로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도 이번 올림픽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2 올림픽 반대 운동에 나선 저항의 인류들

17~18세기에 걸쳐 일어난 여러 시민 혁명 중 가장 의미가 있었던 프랑스 혁명은 무능한 왕들의 사치와 권력 유지에 급급한 귀족들의 제거해 현재의 민주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Eugène Delacroix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Eugène Delacroix

혁명의 DNA를 가져서인가, 지속가능한 올림픽을 준비하는 파리시와 프랑스 정부에 보이콧을 펼치고 있다. 반대 이유는 크게 3~4가지이다.

1. 통행권이 필요한 21세기:

파리시는 각종 공사와 보안상의 이유로 주요 도로 통제와 거주자들까지 통행권이 없으면 지나가지 못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2. 쫓겨난 노숙자와 난민:

파리시가 안전을 이유로 노숙자와 난민이 생활하던 텐트를 철거해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파리 바깥으로 쫓겨났다. 파리시는 깨끗해졌지만 이들의 주거 대책이 완전하지 않아 임시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혀졌다.

3. 치솟는 물가와 티켓:

올림픽 경기장 입장료는 일반 봉급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 파리 시민들은 즐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지하철, 에펠탑&루브르 박물관 입장료 등 주요 관광 시설 이용료가 20~30% 올랐다.

저항하는 이들은 틱톡 등 SNS을 통해 개막식과 수영 대회가 열리는 세느강에 분뇨 캠페인(#JeChieDansLaSeineLe23Juin)을 펼치거나 올림픽은 생지옥(#DO_NOT_COME_TO_PARIS)이 될 거라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틱톡을 통해 올림픽 반대 운동 중인 크리에이터들 ⓒTiktok
틱톡을 통해 올림픽 반대 운동 중인 크리에이터들 ⓒTiktok

 

지속가능성 vs 현실가능성

2024 파리 올림픽은 지속 가능성을 제시하는 새로운 올림픽의 모델이 될 것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다양한 노력과 올림픽 이후에도 도시 개발과 환경 보호에 기여될 수 있는 전략과 실행 계획을 세워왔고, 이번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향후 다른 대규모 국제 행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다만 그 지속가능성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시민들의 현실가능성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올림픽의 주인이 도시인가, 시민인가의 기로에 선 파리시. 올림픽의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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