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영순 기자 |국가보훈부(장관 강정애)의 제복근무자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 프로젝트 ‘또 하나의 국가대표’ 캠페인은 ‘국민’이라는 목표의 ‘규모’를 봤을 때 만만찮은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이 도전을 맡은 회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합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이다. 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신도희 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또 하나의 국가대표’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 들어봤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 [광고多광고內] 또 하나의 국가대표 ‘제복근무자’에 돌려준 응원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전 국민 대상, 보훈의식 확산을 위한 제복근무자 감사 캠페인’이었고, 대홍기획이 해야 할 역할은 브랜드·소비자·시장에서 문제점을 찾고 이에 대한 광고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이었다.
신도희 팀장은 가장 먼저 캠페인의 목표 달성을 저해할 문제점을 파악해보았다.
“먼저 ‘국민의 보훈의식’을 알아보니 나라에 공을 세운 국가유공자, 6.25 참전용사 등 과거의 분들만 보훈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보훈의 대상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이죠.
두 번째로 ‘제복근무자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공무원’이나 ‘또 다른 직업’, 이렇게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심지어 의사, 간호사, 택배기사 등 유니폼 입은 분들을 제복근무자로 떠올리는 오인지도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결국 제복근무자들의 영웅담이나 미담만으로는 이러한 인식 프레임이 더욱 고착될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복근무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는 전략의 방향성을 세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번 국가보훈부 캠페인에 공공의제를 내놓은 이종혁 교수(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렇게 확립된 전략의 방향성을 해결할 열쇠가 무엇인지 전 스태프가 밤을 새워가며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런데 많은 경우가 그렇듯, 정답은 가까운 데 있었다.

그들은 모두 제복에 태극기를 달았다
“제복근무자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요. ‘비일상적인 순간을 대비하기 위해 매일 일상에서 땀 흘리며 훈련하고, 국익을 위해 그리고 국민을 위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대표로 나서는 이들.
그리고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그들의 제복에는 똑같이 태극기가 새겨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지 않은가요? 바로 스포츠 국가대표입니다.”
제복근무자(군인, 경찰, 소방, 교도관)와 우리나라 ‘국가대표’가 어떻게 보면 같은 존재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런데다 파리 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라 그러한 조합이 홍보 시너지가 날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국민에게 제복근무자를 ‘또 하나의 국가대표’라는 프레임으로 제시한다면, 그들을 직업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감사하고 존경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국가대표’ 캠페인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인식의 기준’을 심기 위한 노력
신 팀장은 이번 캠페인의 핵심 전략이 ‘새로운 인식의 기준(프레이밍)’인 만큼 ‘또 하나의 국가대표’라는 슬로건이 광고뿐만 아니라 방송 PPL, 유튜버 협업, 민간 기업 협업, 감사 및 포상 행사 등 2024년 국가보훈부의 모든 활동에 일괄 적용될 수 있도록 확장성 있게 제안했다.
그리고 전 국민이 대상인 만큼 일상 어디서나 슬로건을 접할 수 있도록 영상 광고와 인쇄 광고, 방송 콘텐츠, 키자니아 프로모션, 전·현직 제복근무자의 자긍심 고취 및 사기 진작을 위한 행사 등 다양한 접점에서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과정에서 동일한 ‘새로운 인식의 기준’을 반복적으로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제복근무자는 우리가 응원하고 감사해야 할 ‘또 하나의 국가대표’다”라는 것을 인식시키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 이번 캠페인 영상의 콘셉트와 스토리보드를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영상 등장인물들이 초반에는 ‘스포츠 국가대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복근무자 국가대표’라는 반전을 주는 것, 두 번째는 그들의 노력, 희생, 노고를 ‘제복’에 담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포인트를 신경 쓴 이유는 국민이 캠페인 영상을 보고 가슴에 울림과 감동을 느껴 제복근무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게끔 해야 캠페인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영상 초반부에는 제복근무자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면서, ‘국가대표인가? 정말 힘든 훈련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다가 그들이 태극기와 함께 제복을 입은 제복근무자임을 깨닫는 순간 국민 스스로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카피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사용할 표현으로 많이 고민했어요.”

광고를 완성케 한 각 분야의 협조
신 팀장은 실제 제복근무자가 영상에 출연해야 국민에게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방청, 경찰청, 법무부 교정본부의 협조를 받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국가보훈부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선 각 직군을 대표하는 얼굴을 선정해야 했는데, 신 팀장 측에서 원하는 캐릭터를 보내면 최대한 그와 비슷한 사람을 각 기관에서 섭외해주는 방식이었다.
“군인들의 섭외가 특히 힘들었어요. 해군 특수전전단 특전요원들(UDT/SEAL)을 섭외하기 위해 직접 진해에 내려가 캠페인 취지 및 왜 해군 특수전전단 특전요원들이 필요한지 PT 아닌 PT를 한 기억도 있네요.
아무래도 전문 광고 모델이 아니니 잘하실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됐는데요. 슛 들어가자마자 그런 고민은 사라졌습니다. 한분 한분 진심을 다해 촬영에 임해주셔서 너무 수월하게 촬영이 진행됐어요. 이 자리를 빌려 출연해주신 제복근무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캠페인에서 또 하나 독특한 점은 이스포츠, 즉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와의 협업이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이 기획에 국가보훈부에서 먼저 제안했고 LCK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제복근무자 스킨이 있을 정도로 LCK도 제복근무자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미래 세대의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 보훈 문화를 일상 속에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기에 협약이 어렵진 않았어요.
LCK 이용자 연령대가 10~20대이기에 1020세대에 보훈 문화를 확산시키고 제복근무자의 희생과 노고를 알리는 데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곧 있을 서머 대회에서 본격적으로 이를 알릴 예정이에요.
내가 즐겨 하는 게임, 내가 좋아하는 게임 속에서 ‘제복근무자 감사 캠페인’을 만난다면 좀 더 쉽게 보훈의 의미를 받아들이고 실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복근무자 가족들의 진심에 울컥, 울림
‘또 하나의 국가대표’ 영상 캠페인은 6월 29일부터 종합편이 시작되었고, 7월 13일부터 개별편인 경찰편, 군인편, 소방관편을 7월 말까지 온에어했다. 이후 잠시 캠페인 반응을 살펴본 뒤 10월에 다시 개별 3편을 온에어할 예정이다.
신 팀장이 생각하는 향후 방향성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국민의 보훈의식과 제복근무자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개선되었는가?’에 대한 피드백이다.
이를 통해 ‘또 하나의 국가대표’라는 인식의 기준이 국민에게 얼마만큼 효과가 있었는지, 부족했다면 어떤 점을 개선할 것인지, 잘했다면 어떤 부분을 강화해나갈 것인지 점검해야만 명확한 전략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인식 개선이라는 것은 수많은 캠페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합니다. 커뮤니케이션만으로 인식이 바뀐다면 모든 사회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은 첫 단추인 이번 캠페인을 통해 일상에서 만나는 제복근무자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를 주저하지 않고 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캠페인이 공개된 후 시청자의 반응이나 피드백을 보면 왜 그들이 ‘또 하나의 국가대표’인지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신 팀장은 캠페인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제복근무자의 가족들 반응이었다.
묵묵하게 고생하는 남편, 은퇴한 군인 아버지를 둔 가족들의 ‘이제라도 이런 좋은 영상을 만들어줘서 감사한다’는 반응에 울컥했다. 또한 경찰 준비생이 이제 꿈을 접어야 하나 했는데 캠페인 영상을 보고 다시 도전하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무엇보다 제복근무자분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캠페인 영상을 본 후 아이와 집 근처 소방서에 찾아가 감사 인사를 드렸다는 댓글을 보고 ‘제복근무자에 대한 감사 문화가 이제 정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캠페인을 넘어 스스럼 없는 감사 문화를 꿈꾼다
함께 해준 팀원 이지은 씨와 김예빈 씨, 신 팀장에게 이번 캠페인을 통해 제복근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감사 문화가 어떻게 변화하길 바라는지 물었다.
“미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 시민들이 일상에서 제복근무자를 존경하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분들의 미담 같은 것이 미디어를 통해 종종 노출되곤 하죠.
하지만 문화적인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미디어를 통해 미담화된다는 것 자체가 그분들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얼마나 인색한지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 집 앞을 순찰하는 경찰분들, 서울역에서 만나는 군인분들, 근처 소방서에서 출동을 준비하는 소방관분들에게 누구나 쉽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은 ‘보훈’에 크게 가까워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