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한민철 기자 ㅣ 정부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고, 자녀 1인당 상속세 공제액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로써 자녀가 많을수록 상속세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지난 25일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올해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상속세로, 정부는 기존 1억~30억 원 초과 과세표준에 10%~50%로 적용하던 세율을 2억~10억 원 초과 과표에 10%~40% 세율을 매기는 것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현행 최저 세율(10%)을 적용받는 구간은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올라간다. 동시에 현재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던 과표 30억 원 초과분의 구간은 사라진다. 10억 원 초과분에는 기존과 같은 40%의 세율을 적용한다. 최고세율은 내리되 하위 과표 구간은 확대하는 방식으로 상속세 부담을 덜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상속세 개정의 배경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평균 26%로, 우리나라의 그것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했다.
실제로 현행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일본(55%)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이번 개정을 통해 최고세율이 40%로 낮아지면,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미국·영국과 같은 수준이 된다.
정부는 현행 상속세 세율과 과표 구간이 물가와 자산 가격의 상승에도 지난 2000년 이후 25년간 유지,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이 커진 점도 개정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사회적인 찬반 여론이 팽팽했던 대기업 최대주주의 보유 주식 상속·증여분에 대한 20% 할증 제도도 폐지할 방침이다.
이어 자녀 1인당 5000만 원까지 과표에서 빼주던 인적공제 금액은 5억 원으로 대폭 늘린다. 현행 상속세는 기초 공제 2억 원에 인적공제를 합한 금액 또는 일괄공제 5억 원 중 큰 금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인적공제는 자녀가 있거나 상속인(재산을 물려받는 사람·배우자 제외) 및 동거 가족 중에서 연로자나 미성년자, 장애인이 있으면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자녀에게는 1인당 5000만 원을 공제해준다.
예를 들어, 상속받을 자녀가 1명 있으면 기초 공제에 인적공제를 합한 2억 5000만 원 또는 일괄공제 5억 원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자녀공제액이 1인당 5000만 원인 현재는 자녀가 7명 이상이어야 기초 공제(2억 원)에 인적공제를 합한 금액(5억 5000만 원)이 일괄공제(5억 원)보다 많아져 인적공제의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자녀가 통상 1∼2명에 불과한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번 개정안대로 인적공제 금액을 5억 원으로 올린다면 자녀가 1명만 있어도 기초 공제와 인적공제의 합계액이 7억 원으로 일괄공제보다 많아지고, 자녀가 많을수록 받을 수 있는 공제액의 규모도 커진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자녀가구에 대해 좀 더 대우해주자는 부분이 있고, 자녀공제를 올리면 일괄공제를 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라며 “자녀공제를 올리는 것이 여건상 제일 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렸다”라고 말했다.
개정안대로 예시를 들면, 상속재산 17억 원에 자녀가 2명이고 배우자 공제를 5억 원 받는다면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는 일괄공제(5억 원)에 배우자공제(5억 원)를 더하면 10억 원을 공제받아 과표 7억 원에 대해 1억 5000만 원을 내야 했다.
기초 공제(2억 원)에 자녀 공제(5000만 원x2명)를 합한 금액(3억 원)이 일괄공제(5억 원)보다 적기에 대부분이 일괄공제를 택했다.
정부안대로 자녀공제액이 5억 원으로 확대되면, 일괄공제 대신 기초 공제 2억 원에 자녀 공제 10억 원(2명)을 선택하고 배우자공제 5억 원까지 더해 17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약 8만 3000명이 상속세 경감 혜택을 본다고 예상했다. 과표가 30억 원이 넘거나 자녀가 많을수록 세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세수 감소 규모는 최고세율 인하로 1조 8000억 원, 자녀공제 확대로 1조 7000억 원, 과표 조정으로 5000억 원 등 총 4조 원 규모다.
이번 상속세 개편안에 유산취득세(inheritance tax) 전환은 제외됐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제도다. 정부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해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산취득세 전환은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 기준으로 돼 있는 각종 공제 제도를 포함해 상속세법 전반을 다시 써야 하는 만큼,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개편에는 종부세·양도세를 비롯한 부동산 세제는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22년 종부세를 한번 큰 폭으로 완화한 데 이어, 최근 부동산 시장 투자심리가 살아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에게 부동산 세제 경감 문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목 장관은 “종부세는 지방 재정에 미치는 영향, 재산세와의 관계 같은 부분들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검토하고 그 결론을 세법에 담는 게 맞아 이번에 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세제 개편 발표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도 엇갈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개편은 오랫동안 여러 곳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라며 “그 부분을 감안하고 국민께서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상속세에 대한 인식들을 투영하면서 정부가 조화롭게 고심 끝에 낸 상속세법 개정안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획재정위원들이 검토한 결과 초부자 감세로서 수용하기 어렵다라고 하는 결론”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