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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의 뷰스] 앙코르 저지, ‘게오르규 사태’ 유감

  • 기사입력 2024.09.13 15:07
  • 기자명 신아연 객원기자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그야말로 돌발상황이었다. 예기치 않은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해프닝이 ‘사고’로 이어졌고 수습하기 난감한 지경에 이르렀다. 저마다 최선의 판단을 했지만 저마다 완전히 지혜롭지는 못했고, 누군가의 지혜 부족은 도드라졌다.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토스카’ 공연 중 유명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에서 테너 김재형에게 앙코르가 터졌다. 극에 흠뻑 빠져든 청중들의 돌발 행동이었다.

예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재형은 청중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노래를 또 한 번 부르는 것으로 반응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었을 테지만 그로서는 지혜롭게 한다고 한 것이었을 터.

오페라에서 앙코르를 청하고 받는 것은 통상적이진 않지만 기왕 저질러진 일, 청중도 가수도 해프닝으로 넘겼으면 되었을 것을, 구태여 사고로까지 번지게 한 장본인이 있었으니, 바로 상대역을 맡은 소프라노 가수 게오르규.

김재형이 노래하는 도중에 무대로 뛰쳐나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멈춰 세우며, ‘극의 흐름을 끊는 앙코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 항의했던 것이다.

8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주최 오페라 토스카 제작발표회에서 카바라도시역의 김재형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맨 오른쪽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토스카 역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사진=뉴시스
8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주최 오페라 토스카 제작발표회에서 카바라도시역의 김재형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맨 오른쪽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토스카 역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사진=뉴시스

극의 흐름을 깨며 앙코르를 주고받는 돌발상황과, 그 돌발상황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두 돌발상황이 불꽃을 튀기며 해프닝이 사고로 돌변했다.

‘한 성격’하는 소프라노 가수의 분노 폭발성 저지로 인해 상대 남자 가수 김재형과 출연진,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연주자들, 그리고 청중들의 혼란과 당황과 당혹이 급기야 모욕감을 불러일으키며 세종문화회관 측은 게오르규의 공식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는 단계로 번졌다.

게오르규는 원칙적으론 옳았지만 지혜롭지 못했다. 이 일이 무대 밖까지 알려지게 된 것도 게오르규의 돌출 행동 때문이었으니 문제의 발단을 추궁당할 만도 하다. 다른 나라 공연에서도 같은 식으로 대응했다고 하니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많이 어리석다.

그러나 궁극적 책임은 감독과 주최 측에 있는 것이 아닐까. 청중석에서 앙코르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을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는 점에서.

운동경기장에서 예기치 않은 비상사태나 돌발상황에 대비하듯이, 공연 중 앙코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감독이 중심이 되어 주최 측과 가수 등 공연 관련자 모두와 사전에 협의했어야 한다.

그리하여 앙코르를 받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면 청중들에게 공연 전에 미리 안내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게오르규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 서로 약속된 것도, 합의된 것도 없었으면서 게오르규만 탓할 일은 아니다.

세종문화회관 측이 ‘한국 관객 모독’을 이유로 게오르규의 사과를 받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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