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TV 없는 시대에 TV가 찾는, 또 우리가 찾을 ‘중심’

[문제의 주역 #13] 당신의 비즈니스는 안녕하십니까?

  • 기사입력 2024.11.04 08:00
  • 기자명 이선종

더피알=이선종 | 사회, 경제, 정치, 가정, 직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이겨내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는가? 나 또한 매번 새로운 이슈와 스스로의 한계를 마주하며 실망과 자책과 동거 중이다.

‘혼란’의 반대말은 ‘안정’이라고 한다. ‘안정’의 뜻을 보면 '변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함.'이라고 한다. 소위 중심을 잡는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의 삶은 혼란과 안정의 사이를 오가는 순간이며, 오늘은 커뮤니케이션 업계와 아주 밀접한 미디어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TV Advertising Trends to Guide Your 2022 Strategy ⓒmarketingevolution
TV Advertising Trends to Guide Your 2022 Strategy ⓒmarketingevolution

#1 TV는 저물고 있나?

내가 성장할 때만 해도 TV 앞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하하호호 시청하던 것이 자연스러웠다.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모래시계’ 같은 국민 드라마 시청률은 50%가 넘었고,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은 평균 20%가 넘었다. 기다리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집에 들어갔고,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대형 TV가 나오는 하이마트나 찜질방, 호프집에서 보기도 했다. 오직 목적이 TV에 나오는 그 프로그램을 위해서다.

요즘 가정에 TV가 있는 집은 얼마나 될까? 이사나 결혼, 고장 등 다양한 이유로 TV가 없는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은 다시 TV를 사지 않는다.

우리 집만 하더라도 모든 가족이 휴대폰으로 각자 원하는 콘텐츠를 보는 풍경이 익숙하고, 가끔 TV로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함께 고를 땐 의견 대립 > 실망과 삐짐 > 끝까지 시청하지 않음. 패턴이 반복된다.

결국 잘게 쪼개어진 각각의 관심사를 살아가는 패턴으로 변화됐고, 그 변화는 OTT의 등장과 1인 가구로 명령되는 가구 구성원의 변화가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TV 입장에서) 역변은 없었다.

2024 Paris olympics logo ⓒParis olympics
2024 Paris olympics logo ⓒParis olympics

지난 여름에 끝났던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 시청률은 지상파 3사 총합 역대 최저인 3%를 기록했다. 2020 도쿄올림픽이 17%, 2016 리우데자네이루는 20%였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감속세다.

종목과 시차 등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람들이 개회식을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TV로 보지 않았다. 국내 OTT 사업자 웨이브는 트래픽 최다를 기록했고, SOOP(구 아프리카 TV)는 새벽임에도 45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

결국 올림픽 특수마저도 TV 입장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TV가 가진 기기적 특성은 ‘스크린이 크다, 실시간 방송’이었지만, 이런 글로벌 이벤트조차 기여할 수 없다면 계속 올라갈 중계권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이 역할은 이번 프로야구 중계권을 티빙이 가져간 것처럼 OTT에 뺏길 가능성이 크다.

조만간 TV에서 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적인 이벤트를 보이지 않고, 스튜디오 예능이나 뉴스 정도를 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TV의 위상이 저무는 시대에 방송사는 물론 홈쇼핑, 케이블, 제조사 등 TV 생태계는 참 혼란스러운 시기다.

OTT를 가장 먼저 도입한 LG U+ 유독 ⓒLG U+
OTT를 가장 먼저 도입한 LG U+ 유독 ⓒLG U+

#2 TV가 없는 시대, TV가 찾고 있는 중심은 두 가지.

첫 번째로 ‘OTT 통합 제공’이다. 2018년 LG U+가 넷플릭스를 독점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4년 5월 SK, KT 모두 OTT 통합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OTT 통합 제공이란 제휴를 통해 넷플릭스, 유튜브, 쿠팡플레이, 티빙 등 OTT App을 TV 플랫폼에 설치하는 작업이다.

이전 방식의 IPTV를 구독하는 형태가 OTT로 전환됐다고 보면 쉽다. 고객이 통신사가 제공한 플랫폼에서 이탈하지 않고 OTT를 시청하면, 그 데이터를 쌓아 큐레이션까지 제공할 수 있다. 유료방송사 입장에서는 IPTV VOD 매출은 하락하겠지만, 가입자를 유지하고, OTT 요금제를 통해 새로운 매출을 노릴 수 있다.

두 번째로 TV제조사는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제조사는 방송사가 아니기 때문에 실시간 채널 송출은 못하지만, 방송사에 방영권을 사서 드라마, 예능 등 채널로 편성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는 서비스이다.

무한도전 채널, 뽀요TV 채널 등 특정 채널에서 특정 콘텐츠가 연속적으로 나오니 프로그램 매니아들에게 시청의 이유가 되며, 가장 큰 장점은 무료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삼성은 ‘삼성 헬스’ 앱을 통해 홈 피트니스와 비대면 진료 등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TV가 없는 시대에 생태계의 중심은 TV를 키는 동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스크린이 크다’라는 장점은 스마트폰 시청 습관 덕에 상쇄됐다. ‘실시간 방송’이라는 장점은 OTT 통합, FAST 채널 등 볼 만한 콘텐츠를 모아주고, 새로운 동인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결국 볼 것이 없더라도 TV를 켜도록 서비스 다각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구글 TV 스트리머 ⓒGoogle
구글 TV 스트리머 ⓒGoogle

새로운 플레이어의 예고된 등장, 홈 허브로써 TV

2013년 구글은 크롬캐스트라는 미러링 기계를 출시했고, 최근 단종을 선언했다. 단종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제품은 구글 TV 스트리머라는 기기를 발표했고, 2024년 9월에 출시했다. 소위 말해 구글 TV라는 플랫폼의 등장이다. 구글 TV는 앞서 말했던 OTT 통합과 콘텐츠 큐레이션 모두를 제공한다. 최근 발표에서는 두 가지 큰 변화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스마트 홈’ 기능의 강화다. 호환되는 기기의 범위를 확대하여 연동성을 대폭 높였으며, TV에서도 구글 홈을 사용할 수 있다. IoT라고 불리는 사물 인터넷 영역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호환성에서 대중화가 되지 못했는데 이번 구글 TV에서는 매터(Matter)라고 하는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이 적용되어 제약 없이 함께 작동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는 'AI의 활용'이다.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Gemini를 탑재하여 자연스러운 대화를 지원하고, 대기 화면에서는 원하는 이미지를 직접 생성하여 적용할 수 있다. 스마트 홈과 Gemini를 결합된 구글 TV에서는 '영화 보는 무드로 집을 바꿔줘'라고 말하면 조명, 커텐, 온도 등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상상이 현실로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AI를 통한 Q&A가 가능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구글이 그리는 Next TV는 '홈 허브로서 TV'다.

#3 커뮤니케이션이 판치는 세상, 우리가 찾아야 할 중심은 어디에 있을까?

SNS와 스마트폰, 다양한 웹과 서비스는 우리가 마주할 커뮤니케이션 양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였다. 하루에 쌓이는 메일과 슬랙, 메신저와 통화 등 우린 시시각각 몰려오는 커뮤니케이션과 즉시 답변을 받지 못하면 불안이 높아지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양이 늘었으니 당연히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긴 거의 불가능하다. 앞서 얘기했던 TV 생태계가 그랬듯, 우린 우리 나름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제시하고 싶은 한 가지는 '사람을 공부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선 좋은 싫든 그 사람을 알아야 한다. 감이나 요령은 그 상황을 잠시 넘어갈 수 있어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거나, '나라면 하지 않았을 것들'을 상상하는 것도 공부의 영역이다.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을 하지만 시간적, 물리적 제약상 모든 것을 다 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대신 그 경험이 많은 사람과 대화를 통해 상상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다. 생각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대화와 생각의 흐름을 기록하고, 돌아보고, 실패에서 배워야 할 점을 꾸준히 적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다. 아직 정해진 답도 없고, 해답을 찾는 시기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그 사람 관점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편집자주] 문제의 주역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에 도전하는 브랜드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그들만의 독특한 관점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정의한 문제가 어떤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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