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 커뮤니케이션팀은 당뇨 합병증 관련 정보를 제공한 2024년 ‘세계 당뇨병의 날(World Diabetes Day)’을 위한 소셜미디어 캠페인이 지금까지의 캠페인 중에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보고했다.

인슐린을 발견한 프레데릭 밴팅(Frederick Banting)의 생일인 11월 14일을 기념하는 ‘세계 당뇨병의 날’은 160개국 이상에서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세계 최대의 당뇨병 인식 캠페인이다.
WHO는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리더로 인정받는 한 일러스트이터의 작업으로 당뇨병을 앓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통찰력과 당뇨병 환자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과 이해를 제공했다.
뉴질랜드 아오테아로아 사모아인이자 ‘그래픽 메디슨(Graphic Medicine)’ 아티스트인 재니나 고딘(Janina Gaudin)은 ‘미스 당뇨병(Miss Diabetes)’이라는 필명으로 1형 당뇨병에 대한 만화를 그린다.
그녀는 1994년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아 30년 넘게 당뇨병과 함께 하면서, WHO, 오클랜드대학교, 뉴질랜드 뇌종양 지원(Brain Tumor Support NZ) 등의 헬스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이와 같은 경험으로 고딘은 헬스 커뮤니케이션 캠페인 제작시 기술적인 의료정보를 반복하는 것 외에 올바른 시각적 요소와 조화를 이루는 톤을 이해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이번 WHO 소셜미디어 캠페인 메시지를 만드는데는 당뇨병 환자들에 대한 이해, 실제 환자 커뮤니티에 참여한 수년 간의 경험, 어떤 메시지가 공감을 얻는지 파악하기 위한 소셜미디어 활동 경험 등이 도움이 되었다.
예술성을 갖추면서도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심각성을 부정하지 않는 균형을 갖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슐린 수용체들의 저항성이 문제가 되는 2형 당뇨병과 달리 1형 당뇨병은 췌장이 인슐린을 생산하지 않는 만성 질환이다.
세포가 음식의 탄수화물에서 에너지로 사용되는 포도당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없으면 혈액의 당수치가 너무 낮아지거나(저혈당증), 너무 높아질 수 있다(고혈당증).
둘 다 위험하고 치명적이어서 1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 수치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인슐린을 투여해 혈당 수치를 건강한 범위로 유지해야 한다.
전형적인 10대로서의 삶을 방해하는 신체적 이상 증상을 겪다가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재니나의 세상은 뒤집혔고, 이후 혈당과 함께 하는 삶을 헤쳐 나가야 했다.
제대로 혈당 관리를 못할 경우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겪으면서 재니나는 사람들이 당뇨병에 대해 갖는 선입견으로 인해 실제 당뇨병을 앓는 삶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간호사로부터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일상생활의 어려움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재니나는 ‘미스 당뇨병’을 구상해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작업을 통해 당뇨병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다고 세계 최대 온라인 헬스 커뮤니티인 더 마이티(The Mighty.com)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당뇨병의 특성상 주변 사람들은 매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들은 큰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은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힘든 하루를 보낸 후 자신의 경험과 관련된 무언가를 보고 싶어 하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이 많은데, 인터넷에는 1형 당뇨병에 대한 우울한 내용이 많아 웰빙에 역효과를 준다”고 재니나는 지적했다.
재니나는 “마음을 가볍고 따뜻하게 하면서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마음으로 만화를 그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2022년부터 WHO와 협력해 ‘세계 당뇨병의 날’ 캠페인을 위해 일러스트레이션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최근에는 인슐린의 공동 발견자인 프레데릭 밴팅에 대한 어린이 책 ‘세상에 속한 것(It Belongs To The World)’의 삽화 작업을 마쳤다.
청소년 ㆍ성인을 위한 만화 ‘보이지 않는 싸움(Invisible Battles)’은 재니나의 이야기와 함께 전 세계의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인 커뮤니티 스토리가 담겨 당뇨병 환자들의 삶의 복잡성과 고유한 어려움을 보여준다.
만화의 목적은 1형 당뇨병 진단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를 전달해 환자들의 친구나 가족들도 종종 보이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는 1형 당뇨병의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을 때 혈당이 얼마나 높았는지, 사람들에게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고 말할 때 어땠는지, 진단 후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지, 학교나 직장에서의 첫 경험은 어땠는지 등 환자들의 이야기가 영감이 되어 보이지 않는 병과의 투쟁에서 환자들의 외로움을 덜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